테이저건 생산업체로 잘 알려진 액슨사가 테이저건을 장착한 드론을 개발하려다 사내 윤리위원회의 반발로 계획을 보류했다.
윤리위원들은 기계가 시민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기술 자체에도 문제가 있지만 회사가 텍사스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등을 상술에 이용하려 한다며 드론 개발에 반대했는데, 회사가 이를 강행하려 하자 집단사표를 내며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 타임즈 등에 따르면 아리조나주 스카츠데일에 본사를 둔 액슨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릭 스미스는 지난 2일 테이저 드론 개발 방안을 발표했다.
스미스는 하늘을 나는 드론에 비살상 테이저건을 장착, 학교 등지에 배치해 놓으면 총기 난사 등 위기 상황에서 총격범을 빠르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개발이 제안된 드론에는 프로펠러 4개가 달렸다.
프로펠러가 일으킨 양력으로 공중으로 떠오른 드론은 총기난사범 근처에 접근한 뒤 기체 내부에 장착한 화살촉을 발사한다.
화살촉은 모두 2개가 장착되는데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얇은 전선이 연결돼 있다.
화살촉을 맞은 총기난사범은 전기 충격으로 쓰러진다.
액손은 총격이 시작되고 나서 60초 안에 상황을 멈추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스미스 최고경영자는 이 테이저 드론을 스프링클러에 비유하기도 했다.
건물에 불이 났을 때 신속히 꺼 대형 화재를 막을 수 있는 스프링클러처럼 테이저 드론도 총기 난사 상황에 바로 투입돼 참사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발표 수주 전 회사 내 윤리위원회 위원 2/3가 회사 측에 테이저 드론 개발을 중단하라고 요청한 상태였다.
회사 측의 개발 강행 소식을 들은 윤리위원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서 회사의 일방적인 행동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고 사흘 뒤인 5일에는 윤리위원회 위원 13명 중 9명이 사표를 냈다.
그러자 그날 스미스는 테이저 드론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스미스는 "우리가 드론의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 등을 모색하는 과정에 윤리위원들이 이같은 결정을 하게 돼 유감"이라며 "우리는 그들의 결정을 존중하며 앞으로 다양한 방안을 함께 찾아보겠다"라고 말했다.
윤리위원들은 최근 수년간 회사에 기계로 시민을 실시간 감시하는 기술 개발은 지양해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이 드론이 미국 사회에서 치안 활동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는 유색인종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회사가 테이저건이 달린 드론을 개발하는 것은 최근 잇따른 미국 내 총기난사 참극을 상술에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표를 낸 9명의 윤리 위원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미국에서 확산하는 총기 난사를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끼고 있다"라며 "그러나 유해성이 적은 다른 방안이 있음에도 기술력만 내세운 치안 도구를 개발하는 액슨의 대응방식은 적절한 해결 방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회사에 드론 개발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회사는 유밸디와 버펄로 총기 난사의 비극을 상술에 이용하면서 드론 개발을 밀어붙여 우리를 경악하게 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액슨의 테이저 드론은 현재 미국 사회가 당면한 비극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진정한 해결책을 찾는 데 방해만 될 뿐이라고도 했다.
스미스도 테이저 드론 개발과 관련한 논란을 의식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앞서 드론 개발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 계획이 다소 터무니없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드론은 살상할 수 없고 드론 조작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하게 될 것이며 철저한 관리감독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제시했지만, 윤리위의 거센 반발로 한번 개발이 중단된 프로젝트가 다시 가동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