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보수의 품격을 지녔던' 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 서거 4주기

by admin posted Aug 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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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조나 정치계의 상징이었던 고 존 매케인 연방상원의원은 2018년 8월 25일 뇌종양으로 숨졌다. 

그는 용감한 군인이었고 35년간 공화당 의원을 하며 두 번이나 대선에서 떨어졌지만(2000년 공화당 경선에서 부시에게 패, 2008년 본선에서 오바마와 경쟁) 그를 미국인들은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있다. 

존 매케인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영상이 있다. 2008년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둔 미네소타. 그는 청중들의 질문에 답하는 타운홀 미팅을 했다. 노동자로 보이는 남성이 자신의 공포를 말한다. "난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는 게 무서워요. 왜냐면 그는 국내 테러리스트들을 지지하고 있으니까요.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 미국인들은 공포에 떨게 될 거예요."

마이크를 건네받은 매케인은 자신의 지지자인 남자에게 말한다.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품위 있는 사람입니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미국인들은 겁에 질릴 필요가 없습니다."

오랫동안 차례를 기다린 한 노인도 버락 오바마에 대한 불신을 표한다. "나도 질문을 하나 하려고요. 나는 오바마를 신뢰할 수 없어요. 그는 아랍인이에요. 그렇잖아요?"

매케인은 고개를 저으며 답한다. "부인,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품위 있고 가정적인 미국 시민입니다. 단지 어쩌다 그와 나는 근본적 이슈들에 있어 의견이 다를 뿐이지요. 그게 바로 이번 선거의 핵심인 거고요."

처음엔 야유를 보내던 주민들이 하나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곧 체육관은 뜨거운 갈채와 함성으로 가득해졌다. 존 매케인은 유권자들을 거짓으로 협박하지 않았다. 이성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하길 바랐다. 타운홀 미팅을 마친 이들은 공포와 혐오 대신 공화당에 대한 자부심과 신뢰를 갖고 행사장을 나설 수 있었다. 

2018년 9월 2일 워싱턴 DC 국립 대성당에서 거행된 존 매케인의 장례식엔 클린턴과 부시, 오바마를 비롯한 1000여 명의 각계 인사가 참석했다. 연단에 오른 버락 오바마가 그를 추도했다.

"존과 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의견이 일치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의 역할에 대해 함께 의견을 모았습니다. 우리는 같은 팀이었고 한 번도 그것을 의심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는 정직했고 명예로웠고, 그와 적대적인 이들도 애국자고 인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자유가 박탈당해 본 사람의 열정으로 자유를 사랑했습니다."

2000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싸웠던 부시 전 대통령도 그를 존경하며 추모했다. "존은 권력 남용을 혐오했고 편협하고 잘난 체하는 폭군들을 참을 수 없어 했습니다."

장례식 3일 전 매케인의 고향 아리조나에서 열린 추도식에선 당시 부통령이던 조 바이든이 추도사를 전했다.

"저는 민주당원입니다... 셰익스피어가 말한 대로 우리는 그와 같은 사람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당을 초월해 우리 모두가 매케인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유는 국가에 대한 그의 애정 때문입니다. 그는 삶으로 용기를 보여준 사람입니다... 정치는 신뢰입니다. 나는 내 인생에서 그를 신뢰했습니다."

바이든은 자신과 매케인의 오랜 인연을 이야기했다. 6년 전 눈 감은 그의 아들과 같은 질병으로 세상을 떠난 가장 친한 친구에 대한 추도사였다. 고민을 나눌 동료를 잃은 이의 슬픈 애가였다.

델라웨어 상원의원 출신인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추도사에서 "그는 언제나 나의 형제였다"며 고인과 함께한 의정 생활 등을 추억하고, 원로로서 점점 초당적 협력이 사라져 가는 정치권 세태에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각각 미국 보수, 진보 진영을 대표해온 '거물'인 두 사람은 비록 소속 정당은 달랐지만, 미국 정치사에서 당적을 뛰어넘는 우정을 보여온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21년 8월 24일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방문 중이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하노이에 있는 한 추모비에 헌화한다. 1967년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한 존 매케인이 북 베트남군에 생포된 곳에 만들어진 기념비였다. 포로로 잡혔던 그는 하노이 교도소에서 5년 반 끔찍한 수감 생활을 했다. 미국인에게 치욕의 현장일 수 있는 그곳이 지금은 매케인을 기리는 장소가 되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그는 자신이 포로가 됐던 베트남을 직접 방문해 양국 관계 증진에 앞장섰다. 그는 항상 따뜻한 환영을 해준 베트남인들을 미워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며 자신이 체포된 기념비 앞에서 사진을 찍고 방문 기록을 남겼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하십니까?"

"항상 옮은 선택을 한 건 아니었지만, 나라를 위해 봉사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CNN과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존 매케인이 한 이 대답은 진정한 보수의 품격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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