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철 목사 신앙칼럼] 구멍 난 복음

by 코리아포스트 posted Aug 1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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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 10장은 주님께서 말씀하신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어떤 행인이 외딴길을 가다가 강도를 만나 지닌 것을 다 빼앗기고 피투성이가 된 채 길에 버려졌습니다. 그 곁을 시차를 두고 세 사람이 지나갔습니다. 우리는 그 세 사람들이 각각 어떤 믿음의 소유자였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눈으로 그들의 믿음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일 먼저 그곳을 지나간 사람은 제사장이었고, 그 다음은 레위인이었습니다. 제사장과 레위인은 제사를 주관하고 성전 업무를 전담하는, 요즈음 말로 성직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참된 믿음의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인적이 끊어진 외딴길에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 가는 사람을 외면함으로써 그들은 자신들의 믿음이 참된 믿음이 아님을 스스로 보여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곳에 나타난 사람은 유대인들이 이방인의 피가 섞였다고 짐승처럼 경멸하던 사마리아인이었지만, 그는 진정한 믿음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가던 길을 멈추고 피투성이 상태로 죽어 가는 사람에게 다가가 그의 상처에 포도주를 부어 응급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자신의 나귀에 태워 주막으로 데리고 가서 그날 밤 그의 곁을 지켜 주었습니다. 이튿날 아침이 되어도 그 사람이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사마리아인은 주막집 주인에게 돈을 지불하고 그 사람을 돌보아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추가 경비가 소요되면 자신이 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갚아 주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음으로써 자기 믿음의 참됨 여부를 스스로 보여 주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유대인들이 경멸하던 그 사마리아인이야말로 참된 믿음의 사람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눈으로 그의 믿음을 보고, 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그 사마리아인의 평소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가 평소 가정이나 일터에서 이기적이고 독선적이어서 자기도 모르게 주위 사람에게 고통과 괴롬을 안겨 주는 사람이었겠습니까? 만약 사마리아인이 그런 사람이었다면, 그가 그날 그 외딴길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 가는 사람을 구출한 것은 크게 인심 한 번 쓴 셈이 됩니다. 

세상에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으로 살면서도 어떤 행사나 단체에 상상치도 못할 큰 거금을 희사한다거나, 별로 중요해 보이지도 않는 일로 엄청난 선물을 한다거나,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접대하는 등의 인심을 쓰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언급하신 사마리아인이 그런 사람일 수 없는 것은, 전혀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중심적으로 살면서도 인심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인간의 찬사를 즐기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그런 사람은 인간의 찬사가 없거나, 찬사가 수반될 수 없는 곳에서는 절대로 인심을 쓰지 않습니다. 

(중략)

그가 그 외딴길을 지나칠 때, 그곳에는 사마리아인과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 가는 행인뿐이었습니다. 그 이외에 그곳에는 단 한 명의 외부인도 없었습니다. 그 사마리아인이 피투성이로 죽어 가는 행인에게 아무리 선행을 베풀어도 그에게 찬사를 보내 줄 관객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말입니다. 피투성이로 죽어 가는 사람은 의식불명의 상태였기에 그 사람으로부터도 찬사를 받을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사마리아인은 제사장이나 레위인처럼 그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정성을 다해 선행을 베풀었습니다. 평소에 그가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믿음은 점이 아니라 선이라고 했습니다. 그가 기분 날 때에만 인심 쓰는 사람이 아니라, 평소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참된 믿음의 사람이었기에 그 연장선상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외딴곳임에도 피투성이로 죽어 가는 사람을 거두었고, 우리는 그의 참된 믿음을 우리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습니다. 

(중략)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의 미국 현 회장인 리처드 스턴스(Richard Stearns)는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책 ≪구멍 난 복음(The Hole in Our Gospel)≫ 속에서 자신의 친구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친구는 신학생일 때 신학교 동급생과 한 가지 실험을 했습니다. 창세기에서부터 요한계시록에 이르기까지 성경을 차례로 읽으면서, 하나님께서 인간에 대한 사랑과 하나님의 정의에 대하여 말씀하신 구절에 모두 밑줄을 쳤습니다. 밑줄 친 구절은 무려 2천 구절에 이르렀습니다. 신구약을 통틀어 성경 66권 가운데 하나님께서 사랑과 정의에 대해 말씀하신 구절이 없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밑줄 친 구절들을 가위로 모두 잘라 내었습니다. 성경에서 사랑과 정의에 관련된 구절을 모두 잘라 버린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남은 것은 온통 구멍투성이인 누더기뿐이었습니다. 그 친구가 그런 실험을 한 것은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의 믿음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구절들만 선택하고 그 외에는 모두 잘라 버린 구멍 난 성경을 믿는 구멍 난 믿음임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친구의 이야기에 감명받은 리처드 스턴스는 그래서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책에 '구멍 난 복음'이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그것은 그동안 구멍 난 성경을 지니고 구멍 난 믿음을 좇던 자기 허물에 대한 회개인 동시에, 앞으로는 온전한 성경을 좇는 참된 믿음의 사람이 되겠다는 결단의 표시였습니다. 

(중략)

그동안 우리 입맛에 맞는 성경 구절만 붙잡느라 성경을 우리 마음대로 구멍투성이의 누더기로 만들어 온 잘못을 회개하십시다. 구멍 난 성경으로는 세상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자신도 살릴 수 없습니다. 구멍 난 성경으로는 하나님의 능력을 온전히 힘입을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구멍투성이의 누더기 성경을 버리고, 본래 하나님께서 주신 온전한 성경으로 되돌아가십시다. 온전한 성경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좇음으로, 우리의 참된 믿음을 세상과 하나님께 보여 드립시다. 

김찬홍 목사(주찬양교회)가 이재철 목사의 허락을 받아 이재철 목사의 책 『사도행전 속으로-제 8권』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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