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부부의 정원

by 코리아포스트 posted Sep 1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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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이 30~50대 기혼자 5천명(남자 2,500명, 여자 2,500명)에게 가정불화의 원인을 물었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인격적으로 무시당할 때'라고 답했고, 그 다음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때' '서로의 일로 가정에 충실하지 않을 때' '다른 사람 또는 다른 가정과 비교할 때'였습니다.

존 그레이는 그의 책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 남자는 화성에서 왔고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고 합니다. 

아주 오랜 옛날, 화성인들이(남자들이죠)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하던 중 금성인들을 발견했습니다. 여자들이죠. 단 한 번 얼핏 보았는데 그때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느낌이 일어났습니다. 사랑에 빠진 화성인들이 우주여행 방법을 고안해냈고 금성으로 단번에 날아갔습니다. 

금성인들은 마음으로부터 진실로 그들을 환영했습니다. 이런 날이 언젠가 올 것이다 알고 있었는데, 그들 역시 예전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감정을 화성인들로부터 느끼며 그들을 향해 마음을 활짝 열어 주었습니다. 

화성인과 금성인은 무슨 마법에 빠진 듯, 함께 있는 것이 즐거웠고, 무엇이든 함께하고 함께 나누며 기쁨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비록 서로 다른 세계에서 왔지만, 그 차이는 오히려 그들에게 신비로운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서로 다른 욕구, 서로 다른 기호, 서로 다른 행동양식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그들은 이해하면서 오히려 서로 사랑하고 더 멋진 조화를 이루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지구로 날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결혼하기로 한 거죠. 지구에서의 처음 얼마간은 모든 것이 근사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지구 환경의 변화로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났는데 갑자기 이상한 기억 상실증이 찾아왔습니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는 자신들이 서로 다른 행성 출신이라는 것을, 그래서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었습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그 모든 차이점들이 갈등과 충돌의 원인들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존 그레이는 책에서 이런 금성인과 화성인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낼 것이냐에 대해 말합니다. 한 부분을 인용합니다. 

"남녀 관계란 정원과 같다. 무성하게 잘 가꾸려면 꼬박꼬박 물을 주어야 하고, 계절은 물론 예측할 수 없는 날씨까지 참작해서 각별한 정성으로 보살펴야 한다. 새로 씨앗을 뿌리고 더러는 잡초도 뽑아 주어야 할 것이다."

정원의 식물이 계절을 타듯, 부부의 사랑에도 계절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랑의 봄은 새싹이 돋아나듯, 그야말로 순진무구한 상태, 영원히 사랑의 불꽃이 꺼질 것 같지 않은, 신록과 같은 타오르는 사랑의 계절입니다. 

언제나 행복할 것만 같고 상대를 사랑하지 않게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고 천생연분이라 느끼는 계절입니다.

사랑의 여름은, 뜨거운 햇볕 아래서 물도 좀 더 주어야 하고 생각지 않았던 잡초들도 돋아나고 때론 돌풍도 몰아치고 허리케인도 한 두 번 겪습니다.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상대방이 그렇게 완벽하지만은 않고 두 사람의 관계가 봄 같으려면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때입니다. 

상대가 다른 행성 출신이라는 것을 재인식하게 되고, 실수도 있고 결점도 발견하게 됩니다. 부부에 따라서는 환멸을 느낄 수도 있고 포기하고 싶기도 합니다. 이때는 정말 각별히 노력해야 하는 때입니다.

사랑의 가을, 결실의 계절이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가을의 결실은 여름 농사 후에 온다는 것입니다. 

여름의 때에 물 열심히 주고 잡초들 힘들여 뽑은 후 가을입니다. 상대방의 결점 실수 불완전함에 대해 열심히 노력했을 때, 풍성하고 흡족한 황금 결실을 얻게 됩니다. 성숙한 사랑을 경험하는 것이죠.

사랑의 겨울, 사랑의 황금기 가을은 다시 바뀌어 겨울을 맞습니다. 매서운 바람이 불고 황량한 들판에 홀로 선 듯, 허허롭습니다. 부부사이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남아 있는 고통과 어두운 면이 느껴집니다. 

이때는 상대에게서 문제를 해결하고 만족을 얻는 것보다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자기 내면의 어둡고 차가운 부분을 직시해야 하는 때입니다. 

그래서 내면의 감정이 치유되고 상처를 보듬으면서 음산한 겨울 여행을 해야 하는데, 그러고 나면 다시 봄의 따사로운 사랑이 돋아나게 됩니다.

앞에서 인용했던 현대백화점 설문조사에서, 부부 사이를 좋게 하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30~50대 기혼자에게 물은 것이죠. 

1등이 뭐 같습니까? 부부 사이를 좋게 하는 방법. 여러분은 어떻게 하십니까? 

부부 사이를 좋게 하는 방법 1위는 무려 81%의 응답자가 대답하기를 '같이 운동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같이 운동하는 것! (그래서 저는 지난 6월에 아내와 함께 그랜드캐년 등반을 했습니다. 반 정도 내려갔다 올라왔지요.) 

그 다음이 쇼핑 같이 하는 것 7%, 종교 활동 6%, 봉사활동 3% 등입니다.

또 배우자에게 들었을 때 가장 힘이 되는 말로, 남편의 경우 아내가 '당신을 믿어요'라고 신뢰를 표현할 때 가장 힘이 되고, 아내의 경우 남편으로부터 '많이 힘들지'라며 위로의 말을 들을 때라고 했습니다. 

성경은 부부를 "한 몸"이라 합니다. 그리고 한 몸은 현재진행형으로서의 한 몸입니다. 영어로 "forming one flesh" 또는 "forming a new unity"입니다. 

화성과 금성, 한 몸으로 사계절을 지나며 부부의 정원을 잘 가꾸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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