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25

by 코리아포스트 posted Feb 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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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다 못해 기도의 골방 문을 열어젖히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당신, 기도고 뭐고 지금 당장 집어치우고 빨리 나오지 않으면 골방 문에 못을 박아 버리고 말겠어. 알아들었어?"

나는 그렇게 말을 마구 뱉어버리는 나를 보면서 스스로 깜짝 놀랐다. 기도하는 아내를 어떤 이유로든 이렇게 박해하는 모습이 바로 사단의 모습과 같다는 섬뜩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아내는 그날 이후 나를 대하는 태도가 더욱 냉랭해졌다. 그 리고 이렇게 말하곤 했다.

"막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나는 한국에 나가서 수양관에 기거하면서 전도만 하면서 살겠어요. 어차피 아이들을 위해서도 그렇고, 또 이혼은 절대로 못해 준다고 하는 당신이니까. 그렇게 때가 되면 서로 다른 곳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내의 말은 진심이었다. 한 집에서 살림을 하면서 같이 살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가까우면서도 멀게만 느껴졌던 사람이 바로 아내였다. 이렇게 마음이 멀어지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부부 싸움을 했다. 서로 이해하는 마음은 없고 판단과 정죄만 하는 관계가 되었으니 사사건건 싸움을 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서로의 다른 점들에만 눈이 갔다. 그래서 싸움은 계속됐다. 우리 둘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달랐다. 나는 기도를 해도 통성 기도를 해야 기도를 좀 한 것 같은데 아내는 주로 묵상기도를 하고 통성기도를 크게 하는 사람들을 경멸하는 눈초리로 바라보곤 했다. 나는 직선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인데 아내는 수동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나는 춥고 차가운 것이 좋은데 아내는 추운 것이라면 아주 질색이고 더운 여름에도 냉면을 먹는 일이 거의 없다. 나는 싱거운 음식이 입에 맞는데 아내는 짠 음식을 좋아한다. 나는 음악을 들을 때는 좀 시끄럽게 들어야 하는데 아내는 조용한 음악을 평화롭게 듣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목소리가 무척 큰 편인데 아내는 늘 조용하게 말한다. 나는 라스베이거스식 성경 읽기를 통해 마구잡이 은혜를 사모하는데 아내는 체계적인 성경공부와 묵상을 즐긴다. 나의 혈액형은 Ab형인데 아내는 O형이다. 나는 대강 대강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인데 아내는 매사에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는 많은 경우 자기 중심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데 반해 아내는 옆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비교적 깊은 편이다. 우리는 달라도 서로 너무나 달랐다. 우리 둘은 결혼생활이 길어질수록 서로 다른 점들만을 발견하면서 더욱 깊이 싫어했다. 함께 앉아 밥을 먹는 것도 싫었다. 아내는 막내가 고등학교 졸업하는 그날을 기다리는 것이 유일한 소망인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서로 다른 가운데 유일하게 일치하는 부분은 나이가 동갑이라는 것과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것뿐이었다. 물론 그것도 경외하는 방법상에서는 서로 일치하지 않았지만, 마음의 중심 가운데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경외하는 마음은 유일한 공통분모였다. 그런데 그 공통분모는 가장 큰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하나님의 때가 되면서 오랫동안 끌어왔던 미움과 갈등의 시간도 하 나님의 은혜로 드디어 끝을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믿고, 그분을 경외하는 자에게는 하나님께서 끝까 지 복을 주신다는 그 말씀이 바로 우리 가정을 두고 하는 말씀이었다. 돌이켜 볼 때 길고 어두운 갈등의 터널을 무사히 지나 올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터널의 끝에 밝은 광명 천지가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하나님을 믿고 의뢰하는 가정에서는 될 수 있는   한 이혼이 없어야 한다고 믿는다. 지금 당장은 힘들고 모든 것이 괴로울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서 하나님의 때가 되면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당신의 가정을 회복시키시고 또 그 환난과 고통의 경험을 들어 사용하신다. 부부싸움에서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것을 요즘 와서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부부싸움에서 이기려고 해봤자 나만 힘들고, 또 설사 이겼다고 해도 별다른 의미가 없다. 오히려 "그래, 당신 좋은대로 해보자"라고 양보하면 거기서부터 길이 열린다. 자존심은 무슨 알량한 자존심인가. 부부 사이에 자존심은 하와의 사과와 같은 것이다. 괜히 건드리고 서로 상하게 하면 그로 인해서 모든 일들이 시작된다. 자존심이 상해서 서로 말을 안하게 되고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서로 용서를 하지 못한다. 자존심 때문에 물건을 집어 던지기 시작하는데 결국 집어 던진 물건에 부부가 깨지고 애꿎은 아이들이 얻어맞고 피를 흘리기 일쑤다. 부부 사이에 자존심은 서로 세워 주기만 하면 된다. 부부 간에도 서로 숨겨야 할 프라이버시, 사생활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천만한 것이다. 침대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만나는 부부가 서로 모르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시한폭탄을 지붕 위에 얹어놓고 사는 것과 같은 것이다. 부부 사이에는 어떠한 비밀도 없어야 한다. 크리스탈과 같이 투명한 부부관계가 되어야 비로소 완전한 한 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신학공부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우선은 학력이 짧아 신학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나는 늘 주의 종이 된다면 평신도 장로로서 교회에서 쓰임을 받기 원한다고 기도를 해왔던 터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주위에서 신학을 권유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가는 소리로 듣고 말았는데몇 번이나 같은 말을 듣고 난 후에는 '글쎄, 내가 신학을 공부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뉴욕에 있는 신학교를 몇 곳 알아봤는데 그 중 한 곳에서 평신도 성경학교에서 만 3년 동안 필수 학점들을 모두 이수하면 신학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을 주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3 년!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마음으로 평신도 성경학교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성경공부를 시작해보니 정말 말씀을 배운다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 성경을체계적으로 보는 눈도 갖게되었다. 주위에서 사람들이 김태훈 전도사라고 부르면 괜히 우쭐해지는 마음도 들었다. 이제 조금만 더 참고 열심히 공부하면 나도 목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이 들떠 있을 때 마귀는 나의 허점을 치고 들어왔다.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집사님 한 분이 주말에 바람도 좀 쐴 겸 가까운 곳에 있는 카지노를 다녀오려고 하는데 같이 가자고 권유하는 것이었다. 뉴욕에 살면서 그곳을 한 번도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냐며 그냥 관광 삼아서 한 번 다녀오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따라나선 첫 번째 카지노 방문에서 나는 거금 4백 달러를 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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