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33

by 코리아포스트 posted Apr 1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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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들이 왜 생겼을까 그것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물질적인 복을 잘못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에게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물질적으로 상상하지도 못한 복을 받게 된 이후 나는 영적으로 메마른 '영적 사막의 시기'를 경험했다. 피닉스로 이주한 후 얼마 동안은 아마도 내가 주의 종이라는 사실조차도 잊고 살았던 것 같이 부동산 거래에 온 신경이 쏠 려 있었다. 그 결과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넓은 땅도 소유하게 되었고 집도 사과 조그마한 비즈니스도 하게 되었다. 그 무렵 나는 많은 영적인 것들을 이미 잃어가고 있었다. 물질적인 풍요와 안락함이 나의 모든 시야를 가리기 시작했다. 벤츠 최고급 SUV 승용차를 구입했다. 최고급 옷과 신발 그리고 가구들을 구입해서 집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제 16세가 되어서 임시 운전면허증을 받은 둘째 아들 성수에게는 분에 넘치는 고급승용차를 사주었다. 아들을 위한 것이기 보다는 나의만족을 위해서 그렇게 했다.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집안에서 대중 방송 TV만 보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성경 말씀은 형식적으로 읽었다. 기도에도 힘이 없었고 간절한 마음이 실리지 않았다. 특별히 하나님 앞에 간구하면서 기도할 기도 제목도 없었다. 피닉스로 이사 온 후 아내와의 사이가 얼마간은 좋게 회복되는 것 같더니 다시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사사건건 판단의 눈을 가지고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아내가 못마땅했다. 지난 18년 동안 계속해온 부부싸움이지만 이제는 그 강도와 횟수가 더 늘어갔다. 이틀에 한 번씩은 아이들이 옆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언성을 높이면서 부부싸움을 했다. 아내는 늘 습관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막내 성구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나는 한국으로 나가서 전도만 하면서 살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요. 당신과 같은 사 람하고는 이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요."

몇 번이나 똑같은 말을 들어서 이제는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오히려 거꾸로 그런 말을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아내를 마음 속으로 정죄했다.

'아니, 저 여자가 성령 받은 사람이 맞아? 성령을 제대로 받은 사람이라면 어떻게 남편에게 별거하자는 말을 밥 먹듯이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저 사람도 어찌 보면 가짜인지도 모르지.'

아내와의 갈등은 심적, 영적 갈등으로 확산되면서 그 폭이 날마다 깊어지고 넓어져 갔다. 풍요 속의 빈곤이었다. 마음 속에 공허함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삶의 의미를 찾을 수가 없었다. 주변의 사막처럼 모든 것이 메마르고 황량하기만 했다. 우울증과 불면의 밤에 시달렸다.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도 싫었다. 삼청교육대 지옥훈련을 받고 난 후 나를 사로잡았던 대인 기피 증세가 다시 살아났다. 극도의 무력감에 빠졌다. 그래도 간간히 위로가 되었던 것은 "그냥 다른 생각하지 말고 이제 재산도 많이 생겼으니까 세계 여행이나 하면서 남은 여생을 그냥 풍족하게 살고 나름대로 신앙생활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마음 편하게 먹고 그렇게 살자"라는 음성이 들릴 때였다. 그것은 분명히 사단의 음성이었다. 잠시 그런 생각이 들면서 위안이 되기도 했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내 마음은 계속 절망과 좌절 가운데 뒤범벅이 되곤 했다. 갖고자 했던 모든 것을 소유하고 보니 정작 내 손 안에 잡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영적 공황의 시기는 오래갔다. 삶의 의미가 없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짜증났다. 간간히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기쁨을 회복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아이들에게나 아내에게 화를 내며 조그만 일에도 언성을 높이는 일이 더 많았다. 지옥과 같은 생활이었다. 차라리 가난할 때가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할 때는 그래도 먹고 살기에 바빠서 딴 데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고 하나님의 도우심이 간절하다 보니까 자연히 기도도 마음을 내려놓는 절실한 기도가 저절로 나왔다. 답답한 심정으로 기도를 하려고 무릎을 꿇으면 시꺼먼 거미와 복잡하게 엉켜 있는 거미줄이 눈앞에 선하게 보이곤 했다. 그 거미줄이 바로 나의 영적인 상태였다. 나는 하나님께 나의 영혼을 사로잡고 있는 거미줄을 제거해 달라고 기도했다. 기도하다 보면 너무도 갑갑한 생각이 들어 혹시 이러다가 호흡이 막혀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 영적인 공격이었다. 그래도 오기를 가지고 기도했다. 악한 세력의 영적인 결박을 완전히 뚫고 나가 하나님과 긴밀한 교제의 줄을 다시 한 번 회복하고 싶은 열망이 간절했다.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새벽에 습관처럼 일어나 말씀을 보고 기도하기 위해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기도의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 새벽도 그저 묵묵히 무릎을 꿇고 멍한 느낌으로 그렇게 앉아 있었다.

'네가 나를 믿느냐 그리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지니라 너의 속에 있는 것을 다 내어 놓아라.'

어느 순간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하나님의 은혜가 나의 모든 것을 감싸기 시작했다. 하얀 세마포 같은 천이 뒤에서부터 무릎 꿇고 있는 나를 덮어씌우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성령님이 나를 감싸고 계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수십 년 전 폐병 3기로 고생하고 있을 때 새벽 공기와 함께 나의 폐부 깊은 곳으로 밀려들어왔던 그 손길…. 미국에 도착해서 40일 동안을 열병으로 앓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인근 한인교회를 찾아갔을 때 전신에 감전되듯이 짜릿하게 나를 자극해 왔던 그 감격을 그날 새벽에 기도하는 가운데 다시 한 번 느끼고 있던 것이었다.

"나의 사랑하는 자가 많이 행음하였으므로 거룩한 제육이 그에게서 떠났거늘 나의 집에서 무엇을 하는고 그가 악을 행하며 기뻐하도다"(렘 11:15).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통곡하며 회개의 눈물을 흘렸다. 영적인 간음을 행하다가 하나님의 임재를 다시 한 번 느끼고는 재를 뒤집어 쓴 채로 회개 기도했던 이스라엘 민족과 같이 나는 그 날 새벽 하나님의 임재를 확실하게 체험했다. 하나님께서는 내 영혼을 사로잡고 있었던 악의 거미줄을 제거해 주신 것은 물론이고 기도할 때면 보이곤 했던 시꺼먼 거미까지 완전히 없애 주셨다. 문제의 현상은 물론 그 근원까지 제거해주신 것이었다.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 너희는 너희로 가서 과실을 맺게하고 또 너희 열매가 항상 있 게 하여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무엇을 구하든지 다 받게 하려 함이라"(요 15:16).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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