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아주 작은 효도

by 코리아포스트 posted May 1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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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만두집을 경영하며 살아가는 젊은 부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부부는 이상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만 되면 어김없이 만두가게에 나타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처음 얼마 동안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만두집 부부는 그 할머니와 할아버지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유가, 매주 수요일 3시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언제나 따로따로 만두집으로 들어오십니다. 

식탁에 앉아서도 서로 마주앉아 쳐다보는 표정 등이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대개는 할아버지가 먼저 오는 편이었고,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 같이 날씨가 궂은 날은 할머니가 먼저 오셔서 구석자리에 앉아 출입문을 바라보며 초조하게 할아버지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만두를 시킨 뒤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를 먹을 생각은 않고, 마치 금방 이별이라도 할 젊은 연인들처럼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저 서로 쳐다보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생각난 듯 상대에게 황급히 만두를 권하고 또 다시 눈이 마주치면, 눈에 눈물이 고이기도 하고, 두 분이 그렇게 만두를 드시다가 가시는 것입니다.

만두집 부부는 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부부지간일 리가 없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부부라면 매번 만두집에 따로 나타나실 리가 없고, 만날 때마다 그처럼 서로 애절하게 쳐다보다가 헤어질 리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마 옛날 이루어질 수 없었던 '첫사랑'의 관계로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몸은 늙어도 사랑은 늙지 않는 법이기에 나이 들어 우연히 재회한 첫사랑의 연인들로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젊은 시절 이룰 수 없었던 사랑의 아쉬움을 나누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수요일, 그 날 따라 할머니의 안색이 영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병색이 완연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만두 하나를 집어 할머니에게 권했지만 할머니는 힘없이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따라 할머니는 눈물을 자주 닦으며 어깨를 들먹이곤 했습니다. 

한참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만두 값을 치른 할아버지는, 그 날 만큼은 할머니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만두집을 나섰습니다. 

곧 쓰러질 듯 휘청거리며 걷는 할머니를 마치 어미닭이 병아리를 감싸듯 안고 가는 할아버지. 그 두 노인의 뒷모습이 왠지 가슴 아프게 보였습니다.

그 날 이후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발길이 끊어졌습니다. 

그 다음 수요일도, 또 그 다음 수요일도 두 노인은 영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만두집 부부는 궁금하기 짝이 없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두 달여가 지난 어느 수요일 정각 오후 3시에, 할아버지가 문을 열고 만두집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부부는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얼굴은 예전과는 달리 몹시 초췌해 보였고, 진심으로 반가워하는 부부를 향해 할아버지가 답례로 보인 웃음은 울음보다 더 슬퍼 보였습니다.

만두집 여자가 물었습니다. 

"할머니도 곧 오시겠죠?"

할아버지는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 

죽었다는 것입니다. 

그 말에 만두집 부부는 들고 있던 접시를 떨어뜨릴 만큼 놀랐습니다. 

그리고 마치 독백하듯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씀하시는 할아버지의 사연을 들으면서 부부는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첫사랑의 관계가 아니라 어엿한 부부지간이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수원에 있는 큰 아들의 집에서, 할머니는 서울에 있는 둘째 아들의 집에서 각각 떨어져 살아야만 했습니다. 

두 분의 사이가 나빠서가 아니라 자식들이 싸운 결과였습니다. 

큰 며느리가, 다 같은 며느리인데 자기 혼자만 시부모를 모두 모실 수 없다고 강경하게 나섰고 둘째 며느리 역시 같았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아들들이 공평하게 한 분씩을 모시기로 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서울과 수원으로 생이별을 하게 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매주 수요일 3시만 되면 마치 견우와 직녀처럼 그 만두집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온 것입니다.

작가 조연경 씨의 <효도별곡>이라는 꽁트를 그대로 옮겨보았습니다. 

여름 방학을 맞아 한국을 방문하는 조카에게 아내가 장모님 브라우스를 하나 사서 보내드렸습니다. 

외손녀 딸과 볼을 비비고 있는 사진이 카톡으로 전송되어 왔습니다. 

'고모가 보내온 브라우스를 할머니가 너무 좋아해요'라는 조카의 말과 함께. 

아주 작은 효도에 크게 기뻐하는 장모님을 보며 죄스러움과 감사가 함께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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