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초 아리조나에서는 PGA와 LPGA 공식경기가 개최된다. 멋진 날씨와 잘 꾸며진 골프장이 즐비한 탓에 아리조나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골프의 성지'로서 그 명성이 높다. 아리조나 한인들에게도 골프는 인기있는 스포츠다. 골프 동호회가 여럿 있고 각 단체에서도 때가 되면 어김 없이 골프대회를 개최한다.
골프는 쉬운 운동이 아니다. 정교하게 연습된 자세도 뒷받침 되어야 하지만 강인한 멘탈을 유지해야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원하는 점수를 내기 위해서는 여러 면에서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을 투자하고 비용을 들여가며 연습을 하지만 그 결실은 항상 노력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많은 골퍼들이 지니는 고민이다. 그래서 골프에 입문할 때나 비기너인 경우 특히 좋은 멘토와 강사의 조력이 필요하다.
PGA 아카데미 과정을 정식으로 수료하고 올해 5월 5일부터 공식적으로 PGA 티칭프로로서 활동을 시작한 마이클 한리(한국명 이용일) 씨를 만나 골프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봤다.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뵙게 됐는데 모르는 사이 PGA 티칭프로로 변신해 계십니다. (웃음)
네, (웃음) 여러 길을 거쳤는데 이젠 골프에 제대로 빠져 버렸습니다.
예전엔 부동산 에이전트로도 활동하셨던 걸 기억합니다만.
그렇죠. 한동안 부동산 쪽 일도 했습니다. 13살 때 이민온 뒤 부모님을 도와 옷가게를 했지만 엘에이 폭동 뒤 아리조나로 옮겨 왔었습니다. 이후 여러 사업들을 운영했었죠.
사업을 하시다 골프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부동산업계를 비롯해 미국 전체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제가 하던 일도 상황이 좋진 않았죠. 그래서 '엎어진 김에 쉬어가자'란 생각으로 혼자 골프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5번 아이언 하나만이라도 확실히 마스터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사실, 1997년에 결혼하고 장인어른과 그린에 나가면서 처음으로 골프를 접했을 땐 흥미도 못 느끼고 재미도 없어서 포기했었습니다. 학창시절 농구도 좋아하고 테니스팀에서도 활동도 했던터라 나름 운동신경이 있다고 자부했음에도 골프는 왠지 적성에 안 맞는 느낌이었죠. 10여년을 큰 재미도 모르고 시간만 허비하다 좀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2008년부터 혼자 하루에 1200개의 공을 치면서 서서히 골프가 주는 묘미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1년 동안은 레슨도 받지 않고 혼자 공과 씨름을 했습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일 골프공을 때리다 보니 아이언 골프채가 구멍이 날 정도였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무식했지만 열심히 하긴 한 것 같습니다. 연습 2년 차 때는 레슨을 받기 시작하면서 실력이 서서히 나아졌습니다. 그러던 중 3년 차 즈음에 어떤 분의 권유로 PGA 시험을 보게 됐고 한국식으로 열심히 연습한 성과가 있었던지 하루에 2번 게임을 해 77타 이하를 모두 쳐야하는 입학조건을 충족시키면서 38살이란 늦은 나이에 PGA 아카데미 과정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PGA 아카데미 과정이 상당히 길고 꽤 까다롭다고 들었습니다.
네, 그런 부분이 있죠. PGA 아카데미 과정을 진행하려면 일단 골프장에서 풀타임으로 일해야 한다는 게 전제조건으로 붙습니다. 아카데미 과정 중엔 다른 쟙을 가질 수 없는 거죠. 최저임금을 받으며 새벽 3시에 일어나 어떤 경우엔 밤 11시까지 일해야 할 때도 있어 체력적으로도 무척 고된 일이었습니다. 일을 하는 것 외에도 프리 퀄리파잉(골프 룰, PGA 관련내용 등), 레벨 1(비즈니스 및 커스터머 서비스 등), 레벨 2(잔디 관리 및 토너먼트 운영 등), 레벨 3(골프 인더스트리 마켓팅 등) 각 과정을 순차적으로 공부하는 것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더 더구나 쉽지 않은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각 단계별 세미나는 플로리다에 있는 아카데미로 직접가서 참석해야 하고 돌아와서는 별도로 공부해 원격시험을 보는데 일반적으로 4단계 모두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4~5년 정도도 걸릴 수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늦은 밤이나 새벽시간을 이용해 열심히 공부했고 나이도 있는만큼 빨리 서둘러서 제 경우엔 1년 반만에 모든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공부하랴 골프장에서 풀타임 일을 하랴 둘을 함께 하면서 처음 아카데미를 시작할 때 165파운드이던 체중이 3개월 만에 137파운드까지 쭉 빠졌습니다.
올해 5월 5일부터 PGA 티칭프로 자격으로 정식활동을 시작하셨는데, 골프를 잘 가르치시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으신지?
(웃음) 골프는 쉬운 것 같지만 어려운 스포츠입니다. 예를 들어 피아노를 처음 배우면 그 다음날부터 바로 유명 피아니스트처럼 건반을 두들길 수는 없듯이 골프에도 똑같은 룰이 적용됩니다. 골프 레슨을 받는다고 바로 장타를 때릴 수 있거나 문제점이 금방 픽스되는 건 아니죠. 여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골프 또한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있어야 합니다. 강사로서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부분은 기초를 잘 가르쳐 드리고 공을 치는데 있어 자신감을 심어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체형이나 자세에 맞는 스윙이 있죠. 그러므로 배운 내용을 충실히 연습하고 소화하는 과정이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또한 혼자 연습을 하다 느낀 문제점을 레슨에 와서 강사에게 물어봐야 좀 더 빠르게 실력이 향상됩니다. 그리고 원포인트 레슨같은 걸 바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제 개인적으론 별로 좋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골프는 '액션-리액션'의 스포츠 입니다. 무리하게 한 부분을 강조하거나 집어넣으면 다른 부분은 빠져 나갑니다. 원포인트 레슨으로 개별적인 부분을 수정할 순 있을 지 몰라도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을 순 없습니다. 다리를 스윙에 적극 활용하다보면 오른쪽 어깨가 내려 앉는 것과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거죠. 또한 비기너 분들의 경우 스윙을 배우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골프 룰과 에티켓을 익히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된 운동도 되고 소셜라이프도 즐기실 수 있습니다. 중급 이하 실력의 골퍼 90%는 보기 게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게 골프라는 스포츠 입니다. 그만큼 실력향상을 꾀하는 게 쉽지 않다는 뜻이죠. 골프 레슨을 받으시면 그런 힘든 과정을 줄이실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꾸준히 레슨을 받아두면 어느 시점에선 스스로가 기본바탕 위에서 자세를 교정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 일하고 계시는 곳이 베어크릭 골프클럽이신데 이 골프장만의 특색이 있습니까?
제가 한인분 전담 티칭프로로 일하고 있는 베어크릭 골프장은 Cub 코스와 Bear 코스가 있습니다. 골프를 처음 접하시는 분이나 많은 여성 골퍼분들은 필드에 나갔다가 뒷팀이 러쉬를 해 당황해본 경험들이 있으실 겁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Cub 코스가 좋습니다. 코스거리도 비교적 짧은데다 비슷한 실력의 분들이 게임을 하시는 곳이라 여유있게 골프장의 자연도 즐기고 공도 칠 수 있어 적합한 코스입니다. 또한 저희 골프장에는 장타 혹은 고급반 실력의 골퍼들을 위해 2명의 전문 티칭프로가 더 있습니다. 두 분 다 오랜 경험과 화려한 스펙의 강사들이어서 골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은?
8년 동안 자고 먹고 생각하는 것 중심에 골프가 있었습니다. 그 과정을 지나면서 깨닫게 된 것은 대부분의 골퍼들은 자신 혼자만의 노력으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만약 지금의 실력에 만족하고 그냥 대충 즐기시는 분이라면 골프 레슨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말씀은 못 드리겠습니다만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싶으신 생각이 있으시면 레슨을 받는 것이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제가 혼자 연습하면서 너무 고생을 했었고 또한 특출한 신체조건을 지니거나 아주 젊지도 않은 입장에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제가 할 수 있었으면 여러분들도 하실 수 있다'라는 점입니다. 제게 있어 골프는 쉽지 않아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근육이 자세를 기억하고 머릿 속에 전체 밸런스에 대한 이미지가 남아 있어야 하는 게 골프라서 너무 늦은 나이에 시작하시기 보다는 조금 나이가 젊으실 때 자세를 만들어 두실 걸 권합니다. 미리 골프에 입문하고 즐기시다보면 나중에 10년은 젊어 보이시게 될 겁니다. (웃음) 모두 행복하게 골프 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