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가 아리조나주 피닉스에 건설한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가동을 앞두고 직원들이 제기한 소송에 직면했다.
미국 노동자가 대만 출신 인력에 밀려 차별을 받는다는 이유다.
TSMC는 공장을 건설할 때부터 이와 관련해 노사갈등을 겪어 왔는데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논란이 재차 가열되며 쉽지 않은 처지에 놓이게 됐다.
포브스는 15일 “TSMC 전현직 직원 12명 이상이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며 “불법적 차별 행위가 이뤄졌다는 이유”라고 보도했다.
TSMC의 인재 영입 임원이었던 데버러 하윙턴은 지난 8월 TSMC가 피닉스 공장에서 미국인을 차별한다며 TSMC와 피닉스 공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직원 12명이 추가로 소송에 원고로 합류한 것이다.
하윙턴은 “TSMC가 피닉스 공장의 직원으로 대만인 지원자를 적극적으로 찾았으며, 이들을 채용하기 위해 ‘아시아인 헤드헌터’를 비밀리에 고용했다”고 주장했다.
TSMC가 피닉스 공장에서 미국 노동자보다 대만 출신 노동자를 우선적으로 채용하며 직무 배치나 인사 평가에도 이런 기조가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직원들은 TSMC가 미국 정부에서 막대한 보조금을 받는 만큼 직원을 국적이나 인종 등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대만 출신 직원이 피닉스 공장 전체 인력의 절반 이상을 구성하고 있어 직장 내 문화 차이에 따른 갈등이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TSMC가 대만 국적 노동자의 가족을 충분한 검증 없이 채용하는 사례가 있었다는 점도 언급됐다.
미국 노동자들은 TSMC가 회의를 진행할 때나 공식 문서를 배포할 때 중국어만 사용해 다수의 직원들이 번역기 등에 의존해야만 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또 대만 출신 인력들만 받을 수 있는 의료 혜택이 제공돼 분명한 차별이 이뤄졌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TSMC가 미국 근로자들과 갈등을 빚은 건 이번만이 아니다.
TSMC는 650억달러(약 91조원)를 투자해 현재 피닉스에 2개의 공장을 짓고 있는데, 제1공장 건설 과정에서 전문 인력 부족 문제가 불거졌다.
TSMC가 부족한 전문 인력을 대만에서 데려온다는 계획을 내놓자 아리조나 현지 노조는 반발했고, 작년 12월에야 TSMC가 전문 경험을 갖춘 외국인을 미국에 들여오되 현지인 채용에 집중한다고 약속하면서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 TSMC는 대만에서 숙련 직원 수백명을 미국으로 데려왔다.
인력 문제로 피닉스 첫번째 공장 가동 일정은 당초 올해에서 내년 초로 미뤄졌고, 두번째 공장도 2027년 이후로 1년 지연됐다.
공장 가동이 임박한 상황에도 노사 갈등이 지속되며 소송전으로 구체화되고 있어 TSMC의 향후 공장 운영에 리스크로 떠오른 셈이다.
내년 1월 트럼프 정부가 취임한 뒤에는 미국 노동자를 향한 차별 문제가 더 엄격한 잣대 아래 놓이게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포브스는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외국 노동자의 업무 비자와 같은 정책에 제약이 커졌던 사례가 있었다”며 “그의 재선은 이런 정책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바라봤다.
TSMC 대변인은 소송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TSMC는 다양한 인력의 가치를 굳게 믿고 있으며, 성별·종교·인종·국적 또는 정치적 입장과 관계없이 직원을 고용하고 승진시킨다"며 "차이를 존중하고 평등한 고용 기회가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