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이어지는 ‘추수감사절 할머니’와 낯선 소년의 인연

by admin posted Dec 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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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인 2016년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아리조나주 메사에 사는 한 할머니가 손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추수감사절 만찬 참석 여부를 묻는 문자였다. 

6명의 손주를 둔 할머니는 추수감사절이면 으레 가족과 친지들을 불러 떠들썩하게 식사를 하곤 했다.

이날 수업 중 엉뚱한 메시지를 받은 피닉스의 한 고교생은 어리둥절했다. 

누군가가 할머니라며 문자를 보냈는데 모르는 번호였기 때문이었다.

누구시냐고 묻는 그에게 할머니는 셀피 사진을 보냈다. 

처음 보는 백인 할머니였다. 

할머니가 번호를 잘못 눌러 메시지가 엉뚱한 사람에게 간 것이었다. 

소년은 답신을 보냈다. 

“그래도 식사하러 가도 되나요?”

그러자 할머니는 “물론이지. 그게 할머니들이 하는 거란다…모두를 먹이는 거”라고 답을 보냈다.

‘추수감사절 할머니’ 완다 덴치(67)와 흑인 소년 자말 힌튼(26)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두 사람의 훈훈한 사연을 힌튼이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당시 상당한 화제가 됐다.

이후 이들은 매년 추수감사절이면 함께 식사를 하면서 올해로 9번째 추수감사절을 맞았다.

그런데 올 추수감사절은 다른 해와는 좀 달랐다고 CNN방송이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추수감사절 할머니’ 완다 덴치가 암에 걸렸기 때문이다. 

다음은 두 사람이 보낸 올 추사감사절을 CNN이 보도한 내용이다.

‘추수감사절 할머니(Thanksgiving Grandma)’ 완다 덴치는 유방암 진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10년 전 문자를 잘못 보낸 인연으로 만난 자말 힌튼과 함께 9년째 추수감사절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올 추수감사절 만남은 다른 해와는 달랐다.

“저는 최근에 항암 치료를 마쳤기 때문에 몸 상태가 아직 100%는 아닙니다.”

덴치는 11월 28일 아침 CNN에 이렇게 말했다. 

“자말의 집과 우리 집은 약 2시간 거리입니다. 올해는 제 건강 때문에 그냥 집에 있기로 했습니다. 페이스타임으로 통화할 겁니다.”

그녀는 또한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자말의 가족도 만나고 사람들과 함께 칠면조를 먹고 싶지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도 있습니다. 내년 추수감사절은 훨씬 더 나을 거라고 확신해요.”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2016년 완다 덴치가 손주 중 한 명에게 보낸 문자가 실수로 당시 수업 중이던 자말 힌튼에게 전해지면서 시작되었다. 

그 이후로 아리조나에 사는 이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의 따뜻한 인연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전해졌다.

2016년 덴치가 잘못 보낸 문자를 받은 힌튼은 자신의 할머니가 전화번호를 바꿨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그녀에게 답신을 보내면서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자기 할머니가 아니라는 것을 금세 깨달은 힌튼은 농담조로 문자를 다시 보내 덴치의 추수감사절 만찬에 참여해도 되는지 물었다.

덴치는 곧바로 오라는 답장을 보냈고, 덴치의 친절에 놀란 힌튼이 소셜미디어에 이 사실을 알리면서 이야기가 널리 퍼졌다.

두 사람 관계는 이후 수년 동안 추수감사절을 함께 하면서 더욱 돈독해졌다. 

슬픔과 기쁨을 같이 나누면서 소중한 인연을 이어갔다.

“이제는 우정보다는 가족에 가깝습니다.”

힌튼은 CNN에 이렇게 말했다. 

“세상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대화를 나누고 함께 경험합니다.”

예컨대, 힌튼은 완다의 남편 로니가 2020년 초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하자 발 벗고 나서서 그녀를 위로했다. 

그리고 덴치도 힌튼의 여자친구를 가족으로 맞이해주는 등 그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힌튼은 덴치와 함께 바디 아트(문신)를 받으러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덴치의 첫 문신은 내 첫 문신보다 조금 작아요. 우리는 뭐든 함께 경험합니다. 그래서 진짜 가족 같다고 생각합니다. 추수감사절에만 함께 하는 게 아니에요.”

힌튼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가능한 한 언제나 어울리려고 노력해요.”

덴치가 지난 10월 유방암 진단을 받자 힌튼이 이 사실을 소셜미디어에 알렸다.

덴치는 암 진단을 받고 처음에 충격을 받았지만 과거 잘못 보낸 문자가 소중한 인연으로 이어진 것처럼 암 진단 덕분에 치료를 받는 동안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썼다.

“저는 지금 67세이고, 유방암 가족력이 없었기 때문에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잘 대처하고 있습니다.”

덴치는 이렇게 말했다. 

“인생의 깊은 의미를 깨닫고 있습니다.”

힌튼은 뜻하지 않게 얻은 덴치와의 추수감사절 인연에 여전히 많은 의미를 두고 있다.

“개인적으로, 저는 항상 모든 사람과 잘 지내고 싶습니다. 저는 모든 사람이 나의 삶에 기쁨을 가져다준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장난으로 답을 보냈는데 놀라운 결과로 이어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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