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청년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가 주최한 ‘아메리카 페스트 2024’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아리조나주 피닉스를 방문했다.
피닉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트럼프는 파나마 운하의 통행료가 과도하다며 파나마 정부에 운하 소유권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파나마가 부과하는 통행료는 터무니없고 매우 불공평하다”면서 “(미국이 파나마에 운하 소유권을 넘긴) 관대한 기부의 도덕적·법적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완전한 반환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전날에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파나마가 갈취를 끝내지 않으면 파나마 운하를 전면적으로 반환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매년 약 24억달러(약 3조4000억원) 이상에 달하는 통행료는 파나마 정부 수입의 24%를 차지한다.
통행료는 선박의 크기, 화물의 종류와 양 등에 따라 달라지며 화물선의 경우 최대 50만달러를 낸다.
파나마 운하는 미국 주도로 1914년 완공됐고 이후 운하 지대에서 파나마인들의 반미 움직임이 고조되자 1999년 미국은 파나마 운하의 중립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소유권을 파나마로 이전했다.
파나마의 물리노 대통령은 X에 올린 연설 영상에서 “파나마 운하와 인접한 모든 지역은 파나마의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모든 파나마 국민은 운하를 가슴에 품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주권과 독립은 타협할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임기 초기 푸틴과의 만남 시사
트럼프는 이날 행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는 것은 "내가 빨리하고 싶은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푸틴이 가능한 한 빨리 나와 만나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에 나는 이 일(만남)을 기다려야 하지만 우리는 그 전쟁을 끝내야 한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러한 언급은 지난 19일 푸틴 대통령이 연례 기자회견에서 자신과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에 화답하면서, 그와 최대한 빨리 만나 전쟁 종식을 논의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취임 첫날 '트랜스젠더 광기' 끝내겠다
트럼프 또한 행사에서 “취임 첫날 펜을 한번 휘둘러 트랜스젠더 광기(lunacy)를 끝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트랜스젠더를 군에서 제대시키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퇴출시키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어 “남성을 여성 스포츠에서 배제하겠다”라며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별만 존재한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러면서 “‘워크(woke)’는 멈춰야 한다. 미국을 파괴하고 있다”면서 “워크는 헛소리(bullshit)다”라고 말했다.
‘깨어 있다’는 뜻을 가진 ‘워크’는 백인과 남성, 가족주의라는 주류의 차별에 맞서 소수층 권익을 지켜낸다는 의미가 있다.
다양성의 가치를 중시하는 PC(정치적 올바름)와 같은 맥락이다.
틱톡 퇴출엔 반대의사
피닉스 행사에서 트럼프는 "대선 캠프가 틱톡을 통해 수십억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놀라운 반응을 얻었다"라며 "틱톡 측에서 보여준 데이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좀 더 지켜볼 필요도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연방상원을 통과한 틱톡 매각 법안을 어떻게 뒤집을 지는 불분명하다.
미 상원은 지난 4월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매각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무부와 일부 의원들은 중국 정부가 틱톡을 통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틱톡은 법안을 무효화하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섰으며, 미국 대법원이 이를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틱톡에 불리한 판결을 내리고 매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틱톡은 내년 1월19일부터 미국 서비스가 금지될 가능성이 있다.
“내가 머스크에 대통령 양도?…그런 일 없어”
피닉스 행사에서 머스크에 대해 트럼프는 “그가 대통령직을 가져가는 게 아니다”라며 “난 똑똑한 사람을 두는 것을 좋아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건 내가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난 안전하다. 왜 그런지 아느냐? 그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그는 이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만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지만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생이라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근거를 들었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가 머스크의 권력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꼈다는 사실 자체가 머스크가 아직 출범을 한 달 앞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보여준 남다른 영향력을 입증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