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주의 피닉스를 떠올리면 기술 산업이 가장 먼저 생각나지는 않을 것이다.
피닉스는 골프장,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은퇴자들에게 인기 있는 휴양지, 그리고 한 여름철 뜨거운 날씨로 더 유명하다.
그러나 피닉스는 수십 년간 혁신의 허브로 조용히 성장해 왔다.
아리조나주 최대 도시인 피닉스는 반도체 제조의 중심지이자 자율주행차와 드론 테스트의 핵심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베인 글로벌의 기술부문 총괄인 앤 호커는 “실제로 중요한 기술 허브로 성장하는 도시들을 보면 네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피닉스는 이 네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호커는 “첫째는 우호적인 비즈니스 환경이고, 둘째는 다양한 기업 생태계, 셋째는 강력한 공학 프로그램을 갖춘 대학과의 근접성이며, 마지막으로는 인재를 구할 수 있는 환경을 피닉스는 모두 갖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반도체 제조 중심지로 부상
이러한 장점에 힘입어 많은 테크 기업들이 피닉스로 모여들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대만의 반도체 제조사 TSMC다.
TSMC는 세계에서 가장 첨단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피닉스 인근 지역에 65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밝혔고, 최근에 제1공장이 가동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2016년 피닉스시와의 논의를 시작하며 대만 외 지역에서 첨단 반도체 제조를 확대할 방안을 모색했다.
이와 관련해 그레이터 피닉스 경제협의회는 회사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과학기술 단지를 구상하며 3년간 노력해왔다.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TSMC를 포함해 약 6만 2천 개의 관련 일자리들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TSMC 아리조나 지사의 리크 캐시디 회장은 “대만에서 선구적으로 시작된 과학단지 개념이 피닉스에 그대로 복제되고 있다. 이를 통해 소규모 공급업체들이 쉽게 공간을 임대하고 곧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자율주행차 기술의 최적지
자율주행차 또한 피닉스를 기술 도시로 부각시키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우버(Uber), 크루즈(Cruise), 알파벳(Alphabet)의 웨이모(Waymo)는 모두 피닉스에서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했다.
앤 호커는 “격자형 도로와 일관된 날씨를 가진 피닉스는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고 운영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평가했다.
아리조나주는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 우호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더그 듀시 전 아리조나 주지사는 자율주행차 테스트를 위한 규제를 완화하는 행정명령을 잇달아 내렸다.
이에 힘입어 웨이모는 2017년, 피닉스에서 전 세계 처음으로 무인 자율주행차량 테스트를 시작했으며,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웨이모의 로보택시 서비스는 현재 피닉스 시내 315스퀘어마일에 걸쳐 운영되고 있다.
드론 기술의 새로운 도전
드론 기술 또한 피닉스를 주목받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난 11월, 아마존(Amazon)은 피닉스 서쪽 교외 톨레슨에서 프라임 에어(Prime Air) 드론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위한 규제 승인을 받았다.
아마존은 연간 5억 건의 배송을 목표로 이 프로그램을 확장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지금까지 수천 개의 패키지를 드론으로 배송했다고 밝혔다.
아마존 프라임 에어의 부사장이자 총괄 책임자인 데이비드 카본은 “미 전역, 그리고 전 세계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 목표다. 2025년에는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며 지금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피닉스는 이제 골프와 은퇴자의 도시를 넘어, 첨단 기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