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반려견 감정을 얼마나 이해할까?
사람들은 반려견과 소통할 때 반려견을 둘러싼 상황 등 외부 요인을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 반려견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람들은 행동 자체보다 동영상 속 상황 등 외부 요인을 보고 개의 기분을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식을 받는 장면 속의 개에 대해서는 실제 그 모습이 불행한 상황에서 녹화된 것이어도 행복해한다고 인식했고, 진공청소기에 반응하는 장면 속의 개에 대해서는 행복한 상황에서 촬영된 행동도 기분이 나쁘고 불안해한다고 답했다.
아리조나주립대(ASU) 클라이브 윈 교수팀은 11일 국제인간동물학회(ISAZ) 학술지 앤스로주스(Anthrozoös)에서 동영상을 이용해 사람들이 개의 감정을 인식하는 방법을 알아보는 실험을 한 결과 일반적으로 보이는 사건의 맥락에 따라 개의 감정을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타인 감정에 대한 인간의 인식은 복잡하고 특히 동물의 감정에 대한 인간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요인은 거의 알려진 게 없다며 이 연구에서 개의 감정에 대한 인간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적 요인 등을 조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두 가지 실험을 통해 개의 감정에 대한 인간의 인식 방법을 조사했다.
먼저 개가 행복감을 느끼는 긍정적 상황과 덜 행복감을 주는 부정적 상황에 처한 모습을 녹화했다.
그런 다음 첫 번째 실험에서는 대학생 383명에게 시각적 배경이 있는 영상과 없는 영상을 보여주며 개의 감정을 평가하도록 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행복한 상황에서 촬영된 개는 불행한 상황에서 촬영된 것처럼 보이도록, 불행한 상황에서 촬영된 개는 행복한 상황에서 촬영된 것처럼 보이도록 편집해 485명에게 보여주고 개의 감정을 평가하게 했다.
행복한 상황은 산책하러 가기 위해 목줄을 내밀거나 간식을 주는 것 등이고 불행한 상황은 체벌이나 개가 무서워하는 진공청소기를 꺼내는 것 등이었다.
실험 결과 사람들은 개의 행동 자체보다 동영상 속 상황 등 외부 요인을 기반으로 개의 기분을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식을 받는 장면 속에 있는 개에 대해서는 그 모습이 불행한 상황에서 녹화된 행동이어도 행복해한다고 인식했고, 진공청소기에 반응하는 장면 속의 개에 대해서는 행복한 상황에서 촬영된 행동도 기분이 나쁘고 불안해한다고 답했다.
연구팀은 또 의사소통 과정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개에게 투사하는 것이라며 인간과 개는 오랜 기간 유대감을 공유해 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정 처리나 감정 표현이 동일하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논문 제1저자 겸 교신저자인 홀리 몰라나로 연구원은 "이 연구는 상황적 맥락이 반려견의 감정을 인식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반려동물의 진정한 감정 상태를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가 개의 감정을 읽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개를 이해하는 데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