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멕 국경 불법으로 넘다 숨진 사망자 16년 간 6000명 달해

by 코리아포스트 posted May 2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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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밀입국하다 숨지는 외국인들이 지난 16년 동안 6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5일 텍사스와 아리조나 등 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발견된 밀입국 외국인들의 사체를 수거, 신원 조사 작업을 벌이는 텍사스대의 '신원작전(Operation Identification)' 과정을 소개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아리조나.캘리포니아.뉴멕시코.텍사스 등 멕시코와 국경을 이루고 있는 지역에서 총 6023구의 사체가 발견됐다. 연 평균 약 400구의 사체가 발견되고 있는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사망 규모는 2001년 9.11테러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사망자를 모두 합친(4800여 명) 것보다 더 많다고 전했다. 

사망자들은 모두 멕시코를 비롯해 남미 지역에서 미국으로 밀입국하던 외국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텍사스주의 브룩스카운티에서 사체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는데, 지난 2009년 1월 이후 올해까지 총 550구가 넘는 사체가 발견됐다. 하지만 카운티 당국은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어비노 마티네즈 브룩스카운티 셰리프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사체 1구를 찾을 때마다 5구는 찾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며 "심각한 문제지만 한 번에 발생하지 않고 수개월간, 또는 수년간에 걸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심각성이 부각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지워싱턴대 대니얼 마티네즈 사회학과 교수는 "이 같은 사망 규모가 홍수나 지진 등의 자연재해나 항공기 추락 등의 사고로 인한 것이라면 우리 사회에 대재앙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망 원인은 대부분 탈수와 열사병, 저체온증 등이다. 멕시코 국경 지역이 사막이고, 늪지대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광할한 사막 한가운데서 방향을 잃고 헤매다 탈수와 열사병, 또는 밤 시간대 기온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저체온증 등으로 숨지는 것이다. 

그동안 진행된 작업으로 신원이 확인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발견될 당시 사체들의 상태는 뼈만 남은 경우도 많고 팔과 다리가 몸통과 분리된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이 연구팀과 경찰 등 당국의 설명이다. 한 곳에서 두개골이 발견되면 나머지 사체가 몇 마일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는 식이다. 이들의 사체를 발견하는 국경수비대나 지역 경찰이 과거 사체의 DNA 추출 작업을 하지 않고 묻은 경우가 많아 발견된 사체에 대한 신원 작업이 어려운 실정이다.

아리조나 지역 국경을 넘다가 숨지는 월경자들의 수는 국경수비대가 공식적으로 파악한 것만 매년 100명 가량에 달한다. 아리조나주 피마 카운티의 법의학 인류학자인 브루스 앤더슨은 올해들어 불법 입국하다 사망한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88구의 시신을 검안했으며, 여름을 지나면서 그 수는 100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리조나와 멕시코에 걸쳐 있는 소노라 사막 내 실버벨 산맥 기슭에서는 'No More Deaths'라는 시민사회 조직이 일상적으로 곤경에 빠진 월경자들을 찾아 구조해오고 있다. 이 단체는 숨졌거나 혹은 살아있는 채 발견된 월경자들의 위치를 기록한 지도를 제작해 만들었다.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고있는 제네비브 슈뢰더 씨는 "몇 년전만 해도 사람들이 국경을 넘기 위해 먼 거리를 걸어가지 않았어도 됐다. 하지만 단속이 더 심해진 뒤부터 가장 먼 루트를 따라 걸을 수 밖에 없고 이는 사망자 증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이것이 법 집행의 문제가 아니고 인간성의 문제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라며 월경 사망자 문제를 인도주의적인 측면에서 바라봐 줄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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