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화재 책임 놓고 LG 화학과 아리조나 전력회사 간 '공방'

by admin posted Aug 12, 202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new1.JPG

 

 

지난해 4월 아리조나주에서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책임을 두고 제조사인 LG 화학과 전력회사 아리조나퍼블릭서비스(APS)가 정면 충돌했다.

APS가 배터리 결함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하자 LG 화학도 보고서를 내 APS 쪽의 관리 부실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당시 화재로 아리조나주 소방관 4명이 다쳤다.

LG 화학은 자체 보고서에서 "(APS의 주장과 달리) 리튬 석출물이 화재를 일으켰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APS는 지난달 18일 아리조나기업위원회(ACC)에 제출한 자체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배터리 내부에 쌓인 리튬 석출물을 지목한 바 있다. 

해당 사고가 발생한 직후인 2019년 4월 22일 조사를 시작한 APS는 69페이지 분량의 '맥미큰 배터리 ESS 사고 기술적 분석과 권고' 보고서에서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사고 현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며 "관계사인 AES, 플루언스에너지, LG 화학의 대표, 전문가, 컨설턴트를 조사에 적극적으로 포함시켰다"라고 설명했다.

APS는 보고서에서 이 폭발 사고는 배터리 셀 내부 고장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APS가 조사를 근거로 재구성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9년 4월 19일 오후 4시 54분, 15번 배터리 랙(Rack) 2번 모듈에 있는 배터리 셀의 전압이 갑자기 하락했고, 7번째 셀에서 열이 발생했다. 

열이 발생하면서 연기가 나자 연기 감지 시스템이 활성화됐지만 열은 곧 인근 셀로 확대됐다. 

배터리 셀 사이에 열을 차단할 수 있는 보호장치가 없었다는 게 APS의 설명이다.

이렇게 발생한 열 때문에 다량의 가연성 가스가 발생했고, 출동한 소방관이 3시간여 뒤인 오후 8시 ESS 컨테이너 문을 열자 2~3분 뒤 폭발이 일어났다.

이 사고로 여러 소방관이 부상당했고, 해당 ESS 장비는 크게 훼손됐다. 

해당 ESS는 낮 시간 태양광으로 전력을 충전해 저장하는 장치로 25개월 동안 가동됐다.

APS 보고서는 이번 폭발 사고를 야기한 요인을 ①배터리 셀 내 고장으로 인한 열 발생 ②열 발생을 막지 못한 화재 진압 시스템 ③배터리 사이 열전달을 막지 못해 열 확산 ④환기 장치가 없어 농축된 가연성 가스 배출 ⑤소화·환기·진입 절차가 없는 비상대응 계획 등 다섯 가지라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APS는 "지금 배터리 표준은 인접 셀, 모듈, 랙으로 열이 전달되는 위험을 막지 못하고 가스 방출 문제와 해결하지 못한다"며 "배터리 품질 표준을 높여 사고를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기업은 지난해 화재 이후 각각 컨설팅 업체를 통해 1년여간 자체 조사를 벌여왔는데, 양쪽이 정반대의 결론을 냈다. 

LG 화학은 지난달 30일 APS의 주장을 반박하는 162쪽짜리 보고서를 아리조나기업위에 제출했다.

LG 화학이 보고서에서 든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리튬 석출물이 화재를 일으킬 잠재적 가능성이 있는 건 맞지만 화재 당시 전류와 전압의 추이를 보면 그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리튬 석출물은 배터리가 충전과 방전을 거치며 쌓이는 물질로, 지나치게 커지면 셀 내부 분리막을 찢고 단락을 일으켜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LG 화학은 "화재 당시 7번 모듈과 8번 모듈 사이에서 4.9A의 방전 전류가 측정됐는데, (APS 주장대로) 셀 내부 단락이 발생했다면 0A였어야 한다"며 "4.9A는 2개의 회로가 단절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부 결함보다는 외부 충격에 의한 화재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화재를 초기에 막지 못한 데 대해서도 "환기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인화성 가스가 내부에 갇힌 것"이라며 "(이는) LG 화학이 아닌 다른 당사자들의 책임"이라고 했다. 

사실상 APS 쪽의 관리 부실에 무게를 둔 것으로, APS가 화재의 핵심 원인으로 배터리를 지목한 것과는 정반대의 주장이다. 

APS에 공급한 배터리가 LG 화학 '생산 1번지'인 오창 공장에서 생산된 것인 만큼 배터리 결함이 화재 원인으로 밝혀지면 LG 화학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LG 화학 배터리가 쓰인 한국 내 에너지저장장치 중 불이 난 15곳은 1곳을 제외하고 2017년 중국 난징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공급받았다. 

아리조나기업위는 양쪽 조사 결과를 종합한 뒤 내년에 최종 결론을 내게 된다. 


Articles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