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각] 새해 첫날의 손님들 -이인선

by admin posted Jan 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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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른들은 새해 첫날 밥을 잘 먹어야 일년 내 잘 먹을 것이라고 떡국이며 과일이며 풍성히 먹고, 또 먹이는 것을 설날의 과업으로 생각하셨다. 설날에 일하면 일년 내 일만 한다며 첫날은 잘 쉬는 것이 좋다고 했고 첫날에 좋은 일로 기분이 좋게 시작할 것을 권하셨다.

우리 집은 첫날부터 좋은 일이 있었다. 귀한 손님들이 오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요즈음 우리 집에 손님들이 많이 오셨다. 그것은 우리 두사람이 다 좋아하는 일이다. 울 남편은 덕분에 잘 얻어 먹으니까 좋아하고, 나는 덕분에 집 청소가 된다고 좋아하고...ㅎㅎㅎ

옛날에 우리가 너무나 바쁘게 살 때 음식을 잘하셔서 교회 식구들을 자주 초대하시는 권사님 한 분을 부러워 했던 때가 있었다. 그녀의 집과 그릇들이 화려의 극치였고 음식도 정식으로 요란하였는데 우리는 초대만 받았지, 다시 초대해 보지 못했었다. 우리의 소박한 집에, 초라하기 짝이 없는 그릇에, 솜씨 없는 음식을 내 놀 용기도 없었지만 늘 피곤에 쩔어있는 우리를 아는 교회 식구들이 시키지도 않았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요즈음 들어 우리 집에 오는 분들이 많은 것이 부러웠던 일들을 해보라는 주님의 뜻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새해 첫 손님은... 그믐날 밤에 호피마을 선교하시는 유 안드레 선교사님 가족이 오셔서 이틀밤을 지내기로 한 것과 설날에 미씨 칼럼에서 알게 된 한국 유학생 엄마와 아들이 잠시 낮에 다니러 온 것이었다. 선교사님 부부는 부인은 35년 전에 시카고에서 만난 분이요, 남편은 한국에서 부터 알았던 분들이다. 미국 사는 동안 거의 만나지 못하다가 인디안 호피 선교사로 오시면서 만나게 된 분들이다. 아이들은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두 아들이 다 목회자들로 자라났다. 옛날부터 알았던 사람들이라 형제들 같아서 얼마나 마음이 좋던지! 아이들끼리도 소개시키지 않았는데도 우리 막둥이와 서로 잘 알고 있다는 것. 참 귀한 인연이 아닌가. 아들들이 아주 겸손하고 신실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처음 만났으나 알수 있었다. 식사가 끝나니 설겆이는 아들들이 돌아가면서 해치운다. 막둥이의 친구들이라니 더 많이 먹이고 싶어서 오뎅 떡볶기를 현미 떡국과 함께 해 주었더니 아주 잘 먹었다. 

식사 후에 선교사님에게 제이 블로그에 들어 가는 법을 가르쳐 드렸다. 블로그도 오픈하게 도와드렸다.(blog.koreadaily.com/andyyoo)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잠깐 사이에 몇 사람이 와서 읽어주니 아주 흐뭇하기 짝이 없는 표정이시다. 새해에는 외로운 선교사님에게 많은 친구들이 생기면 좋겠다. 그의 사역에 힘이 되어주는 친구들이. 

지금 생각하니 낮에 온 유학생 모자에게 떡국을 안해 먹인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 분이 저녁에 아들 친구들을 초청하여 떡국을 끓여 줄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우리도 또 저녁에 호피마을 지도자를 만나고 돌아오는 선교사님과 먹을 생각을 하고 시간이 어중간 하다고 떡과 다과만 대접을 하였는데 새해 첫날부터 오신 손님을 배가 고프게 돌려 보냈는가 후회가 되는 일이다. 앞으로 다시는 그런 실수를 안 해야 할텐데...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따뜻한 밥을 꼭  먹여 보내야 하겠다고다짐을 해 보았다.

우리 집에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어 배불리 함께 먹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부러웠던 일, 마음껏 해보련다.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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