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숙박시설들이 존재한다. 하룻밤 수천 달러에 달하는 최고급 6성급 호텔에서부터 산과 바다를 끼고 있는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한 곳들까지.
하지만 세상의 소음을 피해 완벽한 고요를 즐기고 싶다면 눈여겨봐야 할 장소가 아리조나 그랜드 캐년 인근에 있다.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숙박지' 가운데 한 곳으로 손꼽히는 이 명소의 정식명칭은 'Grand Canyon Caverns Underground Suite'이다.
220피트 지하에 위치한 이 특별한 숙박시설은 그 깊이 때문에 빛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동물들도 서식하지 않아 절대 고요의 상태로 유지된다.
6500만년 전에 자연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깊은 동굴이 처음부터 숙박시설이었던 것은 아니다.
1961년 미국과 쿠바 사이 핵무기 배치를 놓고 신경전이 절정에 달할 때 핵공격을 우려한 존 F. 케네디 정부가 미국 내에서 가장 안전한 대피장소를 물색했고 이 동굴이 피신처로 낙점됐다.
당시 미국 정부는 2000명이 한 달 동안 버틸 수 있는 식량과 물자를 이 동굴로 옮겨뒀고 현재도 건조한 동굴 환경 때문에 거의 원상태로 보존돼 있다.
대피소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뒤 동굴은 자연스럽게 관광지로 그 목적이 변경됐고 현재는 더블베드에 텔레비젼, 음향시설, 미니 도서관 등을 갖춘 숙박시설로 변모했다.
플래그스탭 서북쪽에 자리한 이 모텔은 절대 고요를 체험하기엔 최적의 장소지만 하루 숙박비가 800달러로 싸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