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공룡 화석이 발견되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리조나에서 발견된 딜로포사우루스(Dilophosaurus) 화석은 지금까지 발견된 수각류 가운데 가장 심한 부상을 입은 화석이라고 한다. 짓눌리고 있었다고 말해도 좋을 만큼 엄청난 부상이라는 것.
딜로포사우루스는 1억 9,300만 년 전 초기 쥐라기 시대에 살았던 공룡이다. 다 자라면 몸길이가 6m, 체중은 500kg에 달하는 거대한 이 공룡은 이 시대에 가장 큰 육식 동물이었다. 큰 몸집 뿐 아니라 머리에는 반달 모양을 한 벼슬이 달려 있었다.
딜로포사우루스의 화석이 가장 처음 발견된 곳은 북부 아리조나 지역이었다.
아리조나 나바호 인디언 지역의 한 사암지대에서 샘 웰러스에 의해 1942년, 딜로포사우루스 화석 2점이 가장 먼저 발굴됐다.
이어 1964년과 1978년에도 같은 장소에서 역시 공룡 화석 여러 점이 발견된 바 있다.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온라인 국제 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 최신호에 따르면 페이트빌주립대학 고생물학자인 필 센터와 사라 젱스트는 발굴한 화석 잔해를 분석한 결과 이 딜로포사우루스가 무서울 만큼 상처를 입었으면서도 살아 있었던 것으로 판명났다.
이 공룡은 우선 왼쪽 반신 견갑골 골절과 팔 척골, 손 둘레에 여러 골절 흔적과 농양이 발견됐다. 나머지 오른쪽 반신도 팔이 비정상적으로 꼬여 있고 팔뚝 뼈 종양이 있으며 손바닥뼈 이상, 약지에도 상당한 기형이 발생했다. 전체 골격 중에서 8개에서 부상이 발견된 것으로 공룡 부상 신기록이다.
더 대단한 건 이런 부상이 많이 나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룡은 부상 이후에도 몇 달이나 혹은 몇 년 동안은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오른쪽 약지 기형은 출생 당시 생긴 것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공룡에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연구팀은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싸움 도중 나무와 바위에 엄청난 충격을 받으면서 부딪친 게 원인이 아닐까 보고 있다. 손발톱 찌르기는 상대방 공룡에게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딜로포사우루스는 심각한 부상 탓에 먹이를 잡는 게 어려워졌을 게 분명해 보인다. 상처가 나을 때까지 입과 발, 손에 잡힌 작은 먹이로 연명하고 있었을 것이다.
연구팀은 딜로포사우루스는 엄청난 고통을 참아낸 동물의 내구성을 나타내는 상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