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이자 아리조나 출신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8일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올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실시되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유능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매케인 의원은 피닉스에 있는 자신의 선거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자를 지지할 것"이라며 싫든 좋든 트럼프가 대선후보 지명자가 될 것임을 인정했다. 그는 이어 "우린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자를 선출한 사람들에게 귀 기울여야 한다"면서 "그들을 무시하는 건 어리석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상원 군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유력시되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무기력한' 외교에 비해 트럼프가 특히 대외정책에서 강하고 유능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치켜세웠다.
당내 중진인 매케인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를 공화당 대선 후보로 인정하기를 꺼리는 다른 공화당 지도부와 궤를 달리해 주목된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 등 공화당 주류들은 트럼프가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로 결정됐는데도 불구하고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트럼프의 유세 현장을 찾을 것이냐는 질문에 매케인 의원은 선행돼야 하는 것들이 있다면서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인 포로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는 지난해 7월 매케인 의원은 베트남 전쟁 동안 포로로 5년반을 붙잡혀 있었다며 "영웅이 아니다"고 말했다. 당시에 트럼프는 "나는 붙잡히지 않은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매케인 의원은 베트남전에 해군 조종사로 참전, 5년반 포로로 붙잡혔다가 1973년에 석방됐다. 이날 인터뷰에서 매케인 의원은 "트럼프가 퇴역군인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에 대한 발언은 괜찮다"며 "나는 그것에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그(트럼프)가 '나는 붙잡히지 않은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관여되는 여러 미국의 영웅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그가 발언을 철회하길 바란다. 나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트럼프 후보의 막말 행태를 의식한 듯 "나는 이번처럼, 국민들의 통합과 인격(캐릭터)이 문제가 되는 개인화된 유세를 본 적이 었다"며 "이것이 무척 신경쓰인다. 한 이슈에 대해 누군가와 거의 싸울듯이 맞붙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인격과 통합은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들은 상처를 치유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매케인 의원은 멕시코 이민자들을 간강범이라고 표현한 트럼프의 발언도 취소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잘 모르겠다. 미국내 히스패닉계 투표권의 영향력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주에서 히스패닉들이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아리조나의 경우 학생의 50% 이상이 히스패닉계"라고 말했다.
CNN은 대선후보 지명을 놓고 매케인이 당내 단합을 유도하는 한편 트럼프 지원 유세에는 조건부 지지 의사를 보인 것과 관련, 매케인 의원의 지역구인 아리조나에서 트럼프에 대한 반감이 높은 점을 감안한 '절충수'라고 분석했다.
한편 매케인 의원은 트럼프 후보의 부통령감으로 같은 상원 군사위 멤버인 조니 언스트(아이오와·여)를 추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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