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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 여성, 연례면담 위해 ICE 사무실 찾았다 체포 뒤 추방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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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조나주에 사는 멕시코 출신 불법 체류 여성이 이민 당국과의 정기 면담 직후 구금돼 추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여성은 직장에 취업할 때 가짜 사회보장번호를 사용한 죄로 2008년 카운티 교도소에서 3개월 복역하고 이민세관단속국(ICE)에서 3개월간 구금됐다. 이 탓에 그는 추방 시범케이스가 된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불법 체류자 중에서도 공공 안전과 국가 안보를 위협한 인물, 조직폭력에 연루된 사람, 심각한 중범죄자를 선별해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포괄적인 '범죄'라는 용어를 사용해 형사 사건에 연루되거나 유죄 평결을 받은 대부분의 불체자를 모두 쫓아내겠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추방 단속 범위가 훨씬 커진 셈이다.

두 아이의 엄마인 과달루페 가르시아 데 라요스(35)는 8일 연례 면담을 위해 피닉스에 있는 ICE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즉각 구금돼 고국 멕시코로 추방된 것으로 보인다.

가르시아 데 라요스를 돕는 활동가 루시 산도발은 "지난 8년간 ICE와의 면담에서 아무 일도 없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고 전했다. 가르시아 데 라요스의 변호인은 KNXV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불체자 단속 행정명령에 따라 의뢰인이 아리조나에서 처음으로 추방당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ICE 밴 차량은 8일 오후 가르시아 데 라요스 등 몇 명을 태우고 어디론가 떠났다. 라요스는 다른 수용 시설로 옮겨진 후 어떤 방식으로 추방됐는 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가르시아 데 라요스의 구금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사회의 이민 옹호 단체는 이전의 오바마 정부 때는 추방 우선순위에 들지 않았던 불법체류 이주자들을 트럼프 새 정부가 추방시킬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십 명의 이민 권리 활동가들이 나서 라요스가 멕시코로 추방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피닉스 ICE 사무실 출입문을 막으며 추방 대상자들을 태우고 있다고 여겨지는 차량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다. 경찰은 7명을 체포했으나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됐다고 트위터로 알렸다.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 시위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적법하게 행사했다는 것이다. 십여 명의 시위자들과 경찰들은 9일 새벽까지 이민 시설 출입문 앞에서 대치했다.

가르시아 데 라요스의 딸인 재클린은 KNXV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걸 묻고 싶으냐는 물음에 "왜 엄마를 내 곁에서 떼어놓으려 하느냐. 엄마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고, 난 트럼프 대통령이 두렵지 않다"고 답했다.

이민자 권리 단체인 '푸엔테 아리조나'는 가르시아 데 라요스가 강력한 불체자 단속으로 악명이 높던 마리코파 카운티의 조 아파이오 전 마리코파 카운티 셰리프 국장 정책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아파이오 전 국장은 휘하 경찰에게 이민자 단속 권한을 줘 무리하게 불체자 단속에 앞장섰다. 이에 따른 거액 소송의 부담을 주민에게 떠넘긴 채 아파이오 전 국장은 지난해 선거에서 낙선했다. '푸엔테 아리조나'는 가르시아 데 라요스를 체포한 2008년 공장 기습 단속이 헌법에 어긋나고 인종 차별적이라며 단속을 지시한 아파이오 전 국장을 제소했으나 패소했다. 아파이오 전 국장은 사건 후 해당 기습 단속반을 해체했다.

인권단체들은 가르시아 데 라요스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이민 당국과의 정례 면담 중 구금돼 추방 위기에 직면한 미국내 첫 불체자라는 점, 트럼프 행정명령으로 이민 단속 직원과 지역 경찰이 불체자 신분을 결정할 수 있을 만큼 권한이 세졌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멕시코 공무원과 국회의원들이 멕시코 출신 불법체류자 50명을 긴급 인터뷰한 결과 이들 불법체류자 대다수는 법정 투쟁을 하더라도 자발적으로 멕시코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절반 이상은 추방에 맞서 미국에서 법정 투쟁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하는가 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가벼운 잘못을 꼬투리 잡아 본국으로 내보낼 것을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마리아라고 이름을 밝힌 여성은 "멕시코에서는 우리에게 기회가 없다. 교육받을 기회, 일할 기회가 없었다"면서 "여기(미국)에서는 아들이 대학을 졸업했다. 내가 멕시코에 계속 살았더라면 길에서 껌이나 팔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좌파 정당인 민주개혁당의 아만도 리오스 피터 상원의원은 "멕시코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멕시코 정부가 마약 단속, 테러 대응 등에서 미국과의 협조를 중단하고 옥수수 등 미국 농산물 수입품을 다른 나라로 대체해 미국에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닉스의 가르시아 데 라요스 추방문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에는 아리조나를 포함한 9개 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불법체류자 체포 작전이 벌어져 680명 가량이 붙잡혔다.

이민세관단속국 주도로 진행된 대대적 단속은 애틀랜타, 시카고,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와 아리조나,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텍사스, 일리노이 주 등 미 동부와 중서부 전역에 걸쳐 이민자들에게 큰 충격파를 던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법원 판결로 제동이 걸린 상태에서 통상적 수준을 넘어선 광범위한 작전이 개시됨으로써 범죄 전과가 있거나 추방 가능성이 있는 이민자와 그 가족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이번 단속이 멕시코를 비롯해 중남미계 이민자를 겨냥했다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히스패닉 이민사회 전체가 불안에 떨고 있다. 법집행당국은 이번 단속이 '통상적인 절차'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이민사회에서는 이를 절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외견상 단속의 형태는 전임 오바마 행정부 때와 비슷할지 몰라도 단속의 범위가 확실히 달라졌다는 말이 당국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WSJ은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불법체류자 급습의 '타깃 리스트'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의해 기준이 정해진 뒤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즉, 트럼프 행정명령이 '단속의 표적'을 선별했다는 뜻이다. 반드시 범죄로 기소되거나 과거 기소된 경력이 있지 않더라도 공공질서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의심이 드는 체류자의 경우 구금·추방의 대상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불법체류자 추방의 범위를 확 넓혀놓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소될 만한 범죄를 구성할 행위를 저질렀다는 심증만으로도 추방 대상자 지정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300만 명의 불법체류자를 추방하겠다는 공약을 지난 대선 기간 내걸었다.

이민정책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미국내 이민사회에서 범죄자 수는 약 82만 명에 달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재임기간 불법체류자 200만 명 이상이 추방됐고 연간 최다 추방자 기록은 2012년 40만9천 명이었다.

이런 가운데 인권 단체를 중심으로 단속 대응 요령을 알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시민자유연맹(ACLU), 이민자 수호프로젝트 유나이티드 위 드림(United We Dream) 등은 불안에 떠는 불체자들의 요청에 따라 홈페이지와 트위터 등 SNS를 이용, 대응 방법을 홍보하고 있다. 특히 유나이티드 위 드림은 한국어로 된 대응 방법도 알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 단체는 '만약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이 집 문 앞에 나타나면 문을 열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고 강조했다. 그럴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왜 왔는지 물어보고 의사소통이 안 되면 통역을 요청하라고 권유했다. ICE 요원이 집에 들어가겠다고 하면 판사가 서명한 영장이 있는지를 반드시 물어보라고 덧붙였다. 판사의 영장이 없이는 집안 출입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리고 전하고 싶은 말을 집 바깥에 남기고 가라고 할 수도 있다고 ACLU는 강조했다. 그러나 ICE 요원이 강제로 집에 들어오면 절대로 맞서 싸우지 말고 체포되면 변호사와 접촉하기 전까지 어떠한 서류에도 서명하지 말라고 했다. '이민자 수호 프로젝트'는 불체자들에게 가족 또는 자신이 이민 당국에 잡혀갈 경우를 대비, 홀로 남겨진 아이들을 위한 '법정 대리인'을 지정하는 등 미리 계획을 세우라고 조언했다. 여권이나 출생증명서, 결혼증명서, 의료기록 등 중요한 자료는 모아서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라고 권고했다. 

이민자 자녀를 위한 단체인 '유나이티드 위 드림'은 이민자 자녀들에게 단속반의 배지 일련번호와 단속 반원의 수, 이들이 탄 차 등을 포함해 벌어진 모든 일을 다 기록하라는 내용을 한국어 등 여러 언어로 번역해 인터넷 홈페이지와 SNS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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