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타선의 힘을 앞세워 디비전시리즈에 올랐다.
아리조나는 4일 피닉스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단판 대결에서 콜로라도 로키스에 11-8로 승리했다.
2001년 이후 16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아리조나는 6일부터 5전 3승제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만난다.
올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와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2위와 3위를 차지한 아리조나와 콜로라도는 난타전을 벌이면서 치열하게 싸웠다. 아리조나가 먼저 홈런포를 앞세워 기선 제압에 나섰다. 아리조나는 1회 말 폴 골드슈미트의 3점 홈런으로 앞서갔고, 2회 말에는 1사 1루에서 데이비드 페랄타의 1타점 3루타로 상대 선발 존 그레이를 마운드에서 끌어 내렸다. 이어 3회 말 아리조나는 대니얼 데스칼소의 투런포로 6-0까지 달아나 손쉽게 승기를 잡는 듯했다. 콜로라도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콜로라도는 4회 초 1사 1, 2루에서 헤라르도 파라의 안타와 마크 레이놀즈의 내야 땅볼, 조너선 루크로이의 2루타를 묶어 3점을 따라갔다. 2사 2루에서는 대타 알렉시 아마리스타가 1타점 적시타를 터트려 아리조나 에이스 잭 그레인키를 마운드에서 내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7회 초에는 1사 3루에서 찰리 블랙먼의 스퀴즈 번트로 1점 차까지 따라갔다. 아리조나는 7회 말 투수인 아치 브래들리의 3루타로 2점을 달아났지만, 곧바로 콜로라도가 8회 초 2점을 추격해 박빙이 유지됐다. 승리는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아리조나가 따냈다. 아리조나는 8회 말 A.J. 폴락의 3루타로 2점, 제프 매티스의 내야 안타로 1점을 보태 쐐기를 박았다. 콜로라도는 9회 초 마지막 공격에서 1점을 만회했지만, 더는 따라가지 못해 짧았던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이제 관심은 아리조나와 LA 다저스와의 대결에 쏠리고 있다. 정규리그 성적을 놓고 보면 아리조나가 우세다. 아리조나는 정규리그서 다저스에 11승 8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리그 최고 승률의 팀인 다저스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특히 아리조나와 다저스는 실력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라이벌 관계에 있어 특히 이번 디비전시리즈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리조나와 다저스 사이에 앙금이 생긴 것은 2011년 7월. 아리조나 헤라르도 파라는 다저스 불펜투수 궈홍치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냈다. 파라는 홈런을 치고 나서 한동안 타구를 바라봤는데, 궈홍치가 이 수모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6주 만의 마주한 타석에서 위협구를 던졌다. 문제는 파라가 또 한 번 홈런을 쏘아올리고 같은 행동을 반복한 것. 다저스는 파라의 자극에 크게 분노했다. 두 팀은 2013년 6월에 또 한 번 으르렁 거렸다. 지금은 아리조나에서 뛰고 있지만 당시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있던 잭 그레인키가 몸맞는공(코디 로스)을 던진 것이 불을 붙였다. 아리조나 선발 이안 케네디도 야시엘 푸이그에게 몸맞는공을 던졌는데, 그레인키가 다시 몸맞는공 하나를 더 던졌다(미겔 몬테로). 이어서 케네디가 투수인 그레인키 머리 쪽으로 공을 던지자 양팀 모두 억눌렀던 감정들을 분출시켰다. 선수들은 물론 감독, 코치들까지 혈기왕성하게 격돌한 이 벤치 클리어링으로 5명이 퇴장을 당하고 12명이 징계를 받았다. 그 해 다저스는 지구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하필 지구우승을 확정지은 경기가 9월20일 아리조나 원정이었다. 다저스는 클럽하우스에서 조용히 샴페인 파티만 여는 듯 했더니 갑자기 달려나와 체이스필드 수영장에 뛰어 들었다. 이 모습을 본 아리조나는 "매우 무례한 행동"이라며 화를 냈다. 당초 아리조나는 구장 시설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다저스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아리조나는 '타도 다저스'를 외쳤다. 2015년 12월에는 커쇼의 파트너였던 그레인키도 데려왔다. 그러나 정규시즌에서 다저스를 잡기는 쉽지 않았는데, 올해는 마침내 그 적기가 찾아왔다.
다저스가 최고 선발투수인 커쇼가 다저스타디움에서 아리조나를 상대한 13경기 성적은 8승1패 1.54로 압도적이었다. 커쇼로서는 반복되던 가을 악몽을 떨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낙관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커쇼는 제이디 마르티네스가 합류하고 나서 아리조나를 만난 적이 없다. 다저스는 마르티네스가 온 아리조나를 맞아 6연패 포함 2승7패로 완벽하게 밀렸다. 아리조나가 좌완 약점을 극복하면서 한층 더 위협적인 타선을 갖췄기 때문. 이는 비단 커쇼에게만 발령되는 경보도 아니다. 다저스는 리치 힐과 다르빗슈가 커쇼에 이어 선발로 나올 예정이다. 두 투수는 정규시즌에서 모두 마르티네스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마르티네스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다저스의 디비전시리즈는 출발부터 꼬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아리조나에는 다저스를 잡는 저승사자 로비 레이가 있다. 레이는 다저스전 5경기 3승무패 2.27(31.2이닝 8자책). 이 중 두 자릿수 탈삼진 4경기는 단일시즌 다저스 상대 최다기록이다. 잡아낸 53삼진도 단일시즌 다저스 상대 최다삼진 2위에 해당한다(1908년 크리스티 매튜슨 58개).
와일드카드 경기에서 혈투를 벌였지만 아리조나는 닫혀 있던 체이스필드 지붕도 뚫을 기세다. 단판 경기에서 살아남은 것이 큰 자신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14년 샌프란시스코와 캔자스시티는 와일드카드 경기에서 승리한 뒤 그들만의 월드시리즈를 만들었다. 야구에서 기록은 무시할 수 없지만, 단기전은 기록보다 기세의 싸움이다. 아리조나는 포스트시즌 첫 단추를 잘 채운 점을 비롯해 정규시즌 다저스를 상대로도 우위를 점한 부분이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