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하이웨이나 간선도로를 달리다보면 종종 상당한 규모의 모래폭풍과 마주칠 때가 있다.
모래폭풍이 심하게 불면 '도로 전방이 좀 뿌옇게 보이네' 정도로 쉽게 생각하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히 볼 문제는 아닌 모양이다.
아리조나대학(UofA) 대기과학연구소가 내놓은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리조나 주민들의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간 자연재해 순위 3위가 바로 모래폭풍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과학연구소는 지난 50년 간 아리조나에서 발생한 자연재해 관련 사망사고의 원인을 분류했다.
그 결과 아리조나에 사는 주민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자연재해는 극도의 더위 또는 추위와 같은 기온변화가 1위였으며 폭우로 인한 갑작스러운 도로 침수, 강의 범람 등이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쫓아 3위에 모래폭풍으로 인한 사고가 올랐다.
이번 조사에 의하면 1955년부터 2011년까지 모래폭풍으로 인한 사고로 숨진 사람은 총 157명이었으며 1324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 수치에는 모래폭풍으로 인해 파생되는 호흡기 질환, 밸리피버 등과 같은 곰팡이균에 의한 감염으로 사망하거나 입원치료를 받은 사람들의 수는 포함하지 않은 것이어서 기타 질병까지 피해범위에 추가할 때 총 수치는 대단히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대기과학연구소 측은 말했다.
아리조나에서의 모래폭풍은 기온이 상승하는 여름철에 많이 발생한다.
고온 속에서 대기가 불안정한 상태를 띄기 때문이다.
대기과학연구소는 대규모로 방목되는 가축들 역시 모래폭풍 발생횟수를 증가시키는 한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토지를 함께 묶어 덮어주는 역할을 하는 작은 잡초나 잡목이 가축들의 먹이로 사용되고 있는 탓이라는 것이다.
아리조나 교통국은 특히 여름철 초대형 모래폭풍인 '하붑(Haboob)'이 불 때 하이웨이를 달리고 있다면 반드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하붑이 덮칠 때 확보할 수 있는 전방 가시거리는 수 분 내에 금방 0%가 되어 버린다.
다시 말해 몇 분 사이에 앞차가 어디 즈음에 있는 지 볼 수가 없어진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도 피닉스에서 투산으로 향하는 I-10 하이웨이에서 하붑으로 인한 연쇄충돌사고가 발생해 수 십명이 다치는 일이 있었다.
1995년엔 역시 I-10에서 모래폭풍 관련 14중 충돌사고로 10명이 목숨을 잃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