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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1일 월요일 저녁, 저는 다음날 있을 경로대학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을 때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전화를 하신 분은 손집사님이 다니시는 교회 분이셨는데 지난 주에 손집사님이 교회를 나오지 못했는데 혹시 경로대학에는 오셨냐고 안부를 물으시는 전화를 주셨던 분이셨습니다. 저는 지난 화요일에 "감기가 심해 오늘은 골프교실을 쉬어야겠다."는 연락을 주셨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리고 난 뒤 얼마나 지났을까요? 그분이 다시 제게 전화를 주신 것입니다. "손집사님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말씀하시면서….

그 손광순 집사님은 우리 경로대학원에서도 가장 건강하신 분이셨습니다. 늘 자신의 건강을 철저히 챙기시며 운동을 쉬지 않는 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영적건강에 관해서도 너무나 철저해서 때로는 참 유별난 분이시다 생각이 들 정도로 특별한 분이셨습니다. 그런 자신의 신념 탓인지 좀처럼 우리 한인들께서는 잘 자원해주시지 않는 자선남비모금운동을 매년 성탄시즌 때마다 지금까지 저희 부부가 사역했던 지난 8년 동안 단 한 해도 빠짐없이 도와주셨고, 또한 지난 8년 동안 저희 경로대학의 골프선생님으로 한결같이 수고해주신 분이시기도 합니다. 분명히 그 분은 아무나 할 수 없는 특별한 수고와 자원봉사를 누가 보던지 보지 않던지, 인정하던지 인정하지 않던지 해오셨습니다. 함께 했던 저희들로서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분이시지요. 

왜 하나님은 그 분을 이렇게 황망하게 저희들에게서 빼앗아가셨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편 제 마음 한구석에서는 아마도 그 분만이 자신의 마지막 가는 길을 준비하고 계셨기에 하나님이 편안히 불러가셨겠구나하는 생각이 드는것도 사실입니다. 하나님 앞에, 사람 앞에 허물을 말하자면 흠이 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만, 그러나 하나님이 특별히 찾으시는  바른 성도의 마음을 아마도 손집사님께서는 늘 준비하고 계셨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분명히 성경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성도와 또한 전혀 하나님이 알지 못하는 열매 없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성도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우리 안에 예수님이 살아계신 주인으로 계신지 시험하고 확인해보라고 말씀합니다.(고후13:5) 열매를 보아 그 나무를 안다고 예수님도 친히 말씀하셨는데도 우리는 늘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열매를 맺지 않고 살아갑니다. 종려주간에 예수님이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시며 길가의 무화과나무에서 열매를 찾으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열매 없는 그 무화과나무를 보면서 예수님은 그 나무를 저주하셨다고 말씀합니다. 이 말씀은 필경 열매를 맺지 않는 우리를 향해 주시는 경고의 말씀일 것이 분명합니다.   

이제 부활절을 앞두고 사랑하고 존경하는 고 손광순 집사님을 황망하게 떠나보내고나니 더욱 열매 없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드리는 부활절 예배마저도 혹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의 잎사귀는 아닐런지요. 거저 입술로만, 절기행사로만 드리는 예배라면 그런 부활절 예배가 하나님께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종려나무를 흔들며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라고 오시는 예수님을 환호했던 그 사람들이 얼마있지 않아 예수님을 못박으라고 외치는 군중으로 변해버렸듯이, 우리가 부활의 찬송을 부르면서도 우리의 마음에 부활의 주님이 진정한 우리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면 우리도 역시 부활의 주님과는 관계가 없는 심판 앞에 서게 될 어리석은 군중일 뿐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부활절만은 진정 모든 교회와 목회자님들 그리고 모든 성도님들이 진정한 교회의 연합을 위해 마음을 모을 수 있기를 소원해봅니다. 우리 아리조나의 교회들이 모두 서로 한몸임을 인식하며 연약한 교회들을 함께 섬길 수 있기를 소원해봅니다. 나아가 우리 주변에 우리의 손길과 위로와 도움이 필요한 영혼들을 섬길 수 있는 교회가 되기를 또한 간절히 소원해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부활절새벽연합예배에서 모아지는 성도들의 모든 헌금은 그 금액이 얼마가 되든지  아직 자립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교회들을 돕는 일과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의 품에 자라지 못하고 이곳에 입양되어온 어린이들을 돕는 일에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비록 온전하지는 못하다해도,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작은 일이 주님이 찾으시는 열매가 되기 원하기 때문입니다. 늘 자신의 수고와 봉사로 자신의 영혼을 준비하며 살았던 고 손광순 집사님과 지난 8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보내며 한결같이 제게 남겨주신 그 분의 마지막 교훈을 우리가 기억하고 아리조나교회협의회의 모든 교회와 성도들이 함께 따를 수 있다면 우리가 그 분께 또한 그 분과 함께 계실 예수님께 드릴 가장 귀한 부활절 선물이 될 것입니다.

- 아리조나 한인교회협의회 회장 오기현 사관(구세군피닉스사랑의교회)

<사진 설명: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고 손광순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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