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라는 나라는 많은 부분이 개방이 되어 종교에도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모든 종교가 인정되지 않지만 불교와 유교는 묵인하면서 유독 기독교는 묵인하지 않고 심지어 신고하지 않은 집회나 찬송, 기도를 불법으로 정하고 있으며, 특히 선교는 단속이 매우 심합니다.
제가 베트남의 호치민 신학교에서 강의를 하게 된 계기는 한 선교사님이 추천을 해 주셔서 만남이 시작되었고 해마다 베트남에 있는 호치민 신학교의 학생들과의 만남이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베트남에서 사역을 하시는 이선교사님이 "김목사, 베트남에는 아직 선교가 허용되지 않은 국가인데 유일하게 정부에서 허가를 받은 신학교가 있는데 강의를 좀 해주지 않겠나" 하시는 목사님의 권유에 처음엔 부족한 제가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는 것이 부담이 되었지만 몇 번의 권유로 하나님의 뜻인가보다 하는 마음을 주셨고 순종하는 마음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현지인 신학생들에게 말씀을 가르친다는 것만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베트남에 갔습니다.
강의 첫 시간 학생들의 눈빛을 보고 그리고 얘기를 나누다가 준비를 소홀히 한 제 자신이 부끄럽고 원망스러웠습니다.
그 이유는 두가지였습니다.
첫째는 그들이 오토바이로 제일 가까운 학생은 2시간, 제일 멀리서 오는 학생은 11시간을 타고 왔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하나님을 알아가고 믿고 사랑하며 해야 할 일을 깨달았기에 가능한 일인 것입니다.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좋은 직업을 버린 것입니다. 베트남에서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좋은 직장을 포기해야 하며 정부에서 운영하는 관공서에서는 절대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베트남 주민등록증 뒷면에 보면(하단사진 참조) Tin Lanh이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복음이라는 말입니다.
"나는 기독교인입니다"라고 밝히는 것이죠.
호치민 신학교에 학생들은 학교에 등록함과 동시에 자동으로 기독교인이라는 것이 주민등록증에 기재가 됩니다. 이러한 불이익을 당하면서까지 신학을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그들에게는 있습니다.
그들의 모습 가운데 예수님의 제자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모든 것을 버려두고 주님의 부르심을 따라가는 그들을 보면서 많은 도전이 됩니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지난 9월 15일부로 호치민 신학교가 운영권이 한국교회에서 베트남 정부로 이양이 되었습니다. 베트남 정부로 이양된 후 첫 강의를 제가 맡아서 하다보니 긴장도 많이 되었습니다.
가장 긴장된 것은 같은 시기 종교탄압법이 시행이 되어 공안 2명이 강의실에서 강의 내용을 감시하는 것이었습니다.
강의 내용에 국가에 대한 내용을 할 수 없고 그들이 묵인하는 종교들 때문에 우상에 관한 내용도 조심해야 하는 지금까지 해본 강의 중에 가장 힘든 강의였습니다.
그들이 인정하지 않는 하나님 나라를 강의할 때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학생들도 많이 긴장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래도 강의에 집중하려는 그들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그들의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고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나이가 20에서부터 많게는 53세까지 현재 전도사로 사역을 하면서 강의를 들으러 온 학생들이었습니다. 저마다 어려운 환경 가운데 배움의 길로 들어선 학생들입니다.
그들이 저는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강의를 하러 머나먼 이곳 베트남까지 온 보람을 조금씩 조금씩 가지게 되었고 그들을 향한 사랑하는 마음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마지막 강의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강의 중 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이 신학교는 찬송과 기도가 허용되는 학교이다 보니 뜨거운 찬양과 합심기도를 통해 하나님께서 역사하셨습니다.
수업시간 강의하는 모습이나 학생들과의 사진 촬영을 금지한다고 저에게 경고했던 당원들이 조금씩 마음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아멘'이라는 단어의 뜻을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합심기도를 하고 제가 마지막 축복기도를 하면서 두 당원들을 축복하는 기도를 했습니다. 마지막 "예수님 이름으로 축복하며 기도합니다." 후에 그들이 "아멘"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일주일 간의 강의에 참석했던 그들의 심령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마지막이니 단체사진을 자기가 찍어주겠다고 말하면서 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남긴 말은 "내년에 또 봅시다"하는 것입니다.
이번 강의를 마무리하면서 저는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 봅니다.
하나님은 역시 살아계신 하나님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체험하게 되었고, 다음으로는 내가 너무 쉽게 사역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고난을 자처해서 그 길을 걸어가겠습니까?
제가 만약 베트남 사람이라면 이런 열악한 환경 가운데서 저들과 같은 열정을 가질 수 있을까 자문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