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5일(수) 미국 대학 입학시험이라 할 수 있는 SAT(Scholastic Aptitude Test)의 출제기관 칼리지 보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물론 이날 콜먼 회장이 발표한 것은 앞으로 시행될 새로운 SAT가 어떤 원칙 아래서 어떤 내용으로 제작될 것인지에 관해서였지 구체적인 문항이나 예제가 나온 것은 아닙니다. 무릇 시험이라 함은 실제 문제들을 직접 풀어봐야만 정확한 출제경향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섣부른 예상은 자제해야겠지만 일단 발표된 방향과 방침을 토대로 새 SAT의 이모저모를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칼리지 보드에서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SAT의 개정안을 드디어 발표하게 된 것은 다양한 요인을 들 수 있겠지만 저는 우선 비즈니스적 이해관계가 숨어있다고 봅니다. 그동안 미국 대학 입시의 대명사로 불리우던 SAT가 지난 2012년 처음으로 ACT에 밀렸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은 Free ACT 프로그램을 아낌없이 제공한 ACT Inc.의 전략에 힘입었지만 무엇보다도 학생들에게 ACT를 "보다 편안한 시험"으로 인식하도록 만든 이미지 메이킹의 성공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저는 학생들에게 "SAT와 ACT 중 어느 것을 보는게 좋은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들어왔습니다.
솔직히 표준화 시험의 난이도는 경쟁률 면에서 보자면 큰 차이가 없습니다. 내게 어려운 시험이라면 다른 학생들에게도 어렵고 내게 쉬운 시험은 다른 학생들에게도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쉬운 시험이 접근하기 쉽게 느껴지고 조금만 공부해도 실력이 느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마음이 편한 듯 합니다. 또한 명문대 지원자들은 SAT로 실력을 보이고 다시 ACT를 쳐서 만점을 노리는 전략을 흔히 구사합니다. 그러다 보니 좀 쉽다고 알려진 ACT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해마다 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발표된 SAT 개정안은 여러가지 면에서 ACT와 비슷하게 변한 측면이 있습니다. 즉 난이도, 특히 영어의 난이도가 종전보다 내려갑니다.
수학의 경우는 아직 구체적인 예상문제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난이도를 예상하기가 어려운데 발표된 방침만 보자면 오히려 난이도가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되는 면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2016년 봄부터 시행되는, 즉 현재 9학년 학생들부터 해당되는 새 SAT가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바뀌게 되는지를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1) 그동안 2400점이었던 총점이 1600점으로 바뀝니다.
현행 SAT는 Critical Reading 800, Writing 800, Math 800 으로 총점이 2400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새 SAT에서는 영어가 Evidence-based Reading & Writing으로 바뀌면서 800점, Math 800점, 총 1600점 만점이 됩니다. 즉 종전의 Reading과 Writing을 혼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영어 시험을 만들고 현재 Writing에 포함된 Essay는 선택 항목으로 변경됩니다.
어떤 분들은 SAT의 총점이 1600 점이 된 것을 두고 과거로 돌아갔다고 하는데 이는 겉으로만 그렇게 보일 뿐 그 내용은 전혀 다릅니다.
1920년대에 시작된 SAT는 그동안 수차례 변화를 거듭해왔습니다.
총점에 관한 한 최근의 변화를 찾는다면 종전에 영어, 수학 1600 점이던 것이 2006년부터 writing이 추가되면서 2400점으로 바뀐 것입니다. 이는 2016년 개정안이 시행되기까지 10년간 시행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1600점과 이번 개정안의 1600점은 그 내용이 다릅니다. 특히 영어에서 과거에는 writing이 SAT II로 분리되어 전국의 명문대학들이 SAT II 에서 반드시 제출해야 할 점수로 Writing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현재 많은 대학들이 SAT II 의 Math를 요구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그때는 좋은 대학에 가려면 SAT II를 3개 정도 내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SAT I 과 함께 SAT II 로 Writing, Math 를 추가하고 그 위에 자신있는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해 하나 더 제출하는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Writing 이 SAT I 으로 포함되면서 SAT II 는 두개만 요구하는 대학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Writing을 SAT II로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SAT I 영어를 복합적인 형태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 변화가 SAT II 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일부 대학들이 선택사항인 Essay를 필수 사항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되고 있는 Evidence-based Reading이 무엇이냐에 의견이 분분한데 타임지는 이에 대해 지금은 주어진 4개의 답 중에 하나를 고르지만 개정안에서는 자신의 답변을 뒷받침할 특정 부분을 지문에서 찾아 증거로 제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객관식에서 주관식으로 바뀐다는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객관식 답을 고른 후에 별도로 증거제시 부분이 추가되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아직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