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봄부터 시행될 새 SAT를 정리하면서 그 첫번째 변화로 총점이 달라지는 것과 관련하여 SAT 과목 구성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말씀드렸습니다.
두번째로 말씀드릴 것은 9학년 이하 학생들이나 학부모님들께서 가장 관심이 많은 난이도에 관한 것입니다. 이번에 발표된 수정안 방침만 보고 간단하게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영어는 지금보다 쉬워지고 수학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먼저 영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새 SAT의 영어 시험은 Reading과 Writing이 혼합된 형태로 제작됩니다. 이를 우리말로 바꾸면 "독해와 문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독해"는 종전의 Critical Reading이 아니라 Evidence-based Reading으로 답안의 근거가 되는 부분을 지문에서 찾아 제시해야 한다고 발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바꿔 말하면 정답이 지문 안에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의 독해는 저자의 의도(intention)를 묻거나 지문을 바탕으로 추론(inference)을 하거나, 주제 또는 글 전체의 논조(tone)를 묻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지문 안에만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문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물론 그것을 분석하고 전체적인 글의 흐름을 이해해야 하며 더 나아가서는 지문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쓰여질 것인지를 추측해야 하는 수준까지 묻게 됩니다.
그런데 새로운 SAT는 지문 안에서 정답의 증거를 찾아내야 한다고 하니 지문에 없는 것을 묻는 문제가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즉 주어진 지문을 제대로 이해하기만 하면 문제는 쉽게 풀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난이도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우리 한인 학생들을 포함한 소수계 학생들에게 불리한 요인으로 지적됐던 단어의 수준이 낮아집니다.
칼리지보드에서는 이 부분을 강조하면서 "학생들이 지금까지 들어보지도 못하고 앞으로도 쓸 가능성도 없는 단어가 아니라 대학이나 직장, 사회생활에서 자주 사용할 단어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관해 전문가들은 SAT 영어 단어의 수준이 아마도 현재 ACT 수준 정도로 나오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많은 학생들이 ACT를 SAT보다 쉬운 시험으로 여기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단어의 수준입니다. 모르는 단어가 적으니 시험이 쉽고 편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표준화 시험의 난이도는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난이도가 내려갔다고 해서 나 혼자 특별히 혜택을 누릴 일을 없습니다.
하지만 수험생들이 조금만 공부하면 실력이 향상되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편안해지는 면이 있습니다. 또한 어려운 단어가 진을 치고 있는 시험에서는 고득점이 어렵지만 난이도가 내려가면 고득점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물론 경쟁율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지만 준비를 열심히 하면 성과가 빨리 나타난다는 점에서 성실한 학생들에게는 더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의 영어 시험에서 나온 지문들은 학생들이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었던 생소한 문장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추론을 맞추거나 지문 뒤에 올 글의 내용을 맞추기가 더욱 어려웠던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교과과정을 반영하여 독해력을 점검한다는 뜻에서 학생들에게 낯익은 지문들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 독립선언문이나 게티스버그 연설문처럼 역사적으로 중요한 문서들이나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쓴 "버밍햄 감옥에서의 편지"나 그의 연설 "I Have a Dream" 처럼 많이 알려진 글들이 나올 것입니다. 이는 글 자체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겠지만 학생들이 이 글이 쓰여진 배경을 알기 때문에 글을 분석하는데도 영향을 주리라 생각합니다.
그 밖에도 ACT와 마찬가지로 넌픽션, 과학, 역사, 사회학과 관련된 다양한 지문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어에서의 또다른 변화는 에세이가 선택사항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칼리지보드에서는 그 이유를 두가지로 밝혔는데 첫번째는 "독해와 문법"만으로도 대학에서의 성공적인 학습능력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으며 오히려 에세이 하나가 이런 평가에 주는 영향력이 미미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칼리지보드 회원인 입학 사정관들의 반대가 거셌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부 회원들은 여전히 에세이를 중요시했지만 많은 회원들이 에세이 채점이 용이하지 않은 점과 채점관의 주관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부정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에세이가 완전히 없어진 것이 아니라 선택사항이 됐기 때문에 경쟁률이 높아 학생 선별이 어려운 소위 '명문대학'들은 에세이를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에세이를 요구하지 않는 대학에 원서를 내는 학생들은 큰 부담을 덜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