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문학
조회 수 15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new1.JPG

 

 

내가 그를 만난 건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초등학교 시절이었으니까 족히 40년은 넘었다. 40년을 거슬러  올라간 기억 속에서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선 곳은 사면 벽의 책꽂이에 책이 가득한 곳이었다. 지금 짐작컨대 교회 도서관이 아니었을까 싶다. 책꽂이에 어린이를 위한 코너가 따로 있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책꽂이에 꽂힌 그 많은 책들 중 내가 꺼내 든 책은 '어린이를 위한 성서 이야기'였다. 어머니를 따라 절에 가서 절밥을 먹곤 하던 내가 교회에 간 이유는 순전히 공책과 연필 때문이었다. 교회에 갔다온 동네 친구들이 새 공책과 연필을 자랑삼아 내 앞에서 흔들었을 때 나도 교회에 가 볼 결심을 했던 것이다. 교회에 간 목적이 엉뚱한 곳에 있었느니 짧게 끝날 수 밖에 없었던 교회와의 인연에서 내가 그를 만난 건 어린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3미터 가까이 되는 거구인 골리앗이 그에게 다가올 때 그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돌을 매단 물매 끈을 빙빙 돌리는 그의 당찬 모습이 그려진 책장에서 내 눈은 한동안 멈춰 있었다. 그때 그의 나이는 나보다 많아야 두어살이었다. 나로서는 상상조차 불가한 일을 그가 당당히 해내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용기에 덧붙여 그에겐 지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나는 중얼거렸다. 그보다 두 배가 되는 거구를 쓰러뜨리는 힘은 용기 하나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양치는 목동으로서 양을 노리는 맹수들을 내쫒는 물매질을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데 이용한 지혜와 현명함은 보통 사람에게는 나오기 힘든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곳은 전쟁터였다. 창과 방패가 난무한 곳에서 물매질이라니. 보통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는 사울 왕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의 두 번째 왕이 되었다.

내가 다시 그를 만난 건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였다. 나이 오십을 전후해 이탈리아를 두 번 다녀왔다. 그는 피렌체 도시의 시뇨리아 광장에 우뚝 서 있었다. 두 번 다 아카데미아 박물관을 가보지 못했지만 아쉬움은 없었다. 진품을 보기 위해 아카데미아 박물관 앞에서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야하는 수고에 얼른 마음이 내키지 않았던 것인데 진품과 똑같은 모조품을 아침, 저녁으로 볼 기회가 없었다면 한 시간이 아니라 두 시간 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건장한 청년으로 성장한 그는 4미터의 거구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저 정도의 몸이면 굳이 물매질을 하지 않고서도 골리앗을 쓰러뜨릴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어 그가 더욱 믿음직스러웠다.

나는 그를 몇 주 전 다시 만났다. 타임지 표지에서였다. 그는 아주 어린 모습이었다. 그의 앞에 선 골리앗은 존경의 은총 대신 세계 곳곳에서 비난 세례를 받고 있는 미국 대통령이었다. 네 부모가 불법으로 미국에 들어왔으니 너는 부모 품을 떠나 격리실에 수용되어야 해. 네가 갓난 아이라도 상관없어. 알아듣겠니? 골리앗의 냉기 서린 목소리에 어린 그는 포효했다. 이번에는 그의 무기가 울음이었다. 그의 울음은 천지를 흔들고 전 세계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이번에도 그의 KO승이다. 골리앗은 꼬리를 내리고 뒤로 물러섰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 과거의 역사가 제공하는 교훈을 깨닫지 못하고서 과거보다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사기꾼 심보다.

골리앗이여, 연전 연패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싶은가. 그러면 다윗처럼 현명함을 키워라. 현명함이 다른 현명함과 부딪힐 때 거기에는 싸움이 없다. 서로를 어루만져주는 배려만 있을 뿐. 골리앗, 너의 그 큰 손으로 다윗의 작고 둥근 머리를 어루만져 줄 때 그것이 너의 승리가 될 터.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다음의 다윗과의 싸움에서 골리앗, 너의 승리를 한 번 기대해보련다. 나만의 허황된 꿈인가? 

?

  1.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삶 -이 윤신(소머즈)

    각자의 삶이잖소 어떤 삶이 잘 살았고 못 살았고가 있겠소 그들의 삶은 그들의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소 그 선택에는 지혜와 어리석음으로 나누어졌을 뿐이오 내 탓 네 탓으로 돌리지 마오 시시비도 가리지 마오 옳고 그름도 말하지 마오 각자 마음의 잣대로...
    Date2018.10.07
    Read More
  2.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Copper Mine* 밤하늘의 별 -최혜령

    흙먼지 속에서 뒹굴다 잠이 든 아이 얼굴에는 별이 있습니다 그 아이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에게 꿈을 주고 그 아이의 할아버지가 패배의 굴욕을 당할 때도 그 자리에 있었던 별입니다 새카만 얼굴에 반짝이는 눈과 어두운 밤에 반짝이는 별이 사람은 자연의 ...
    Date2018.09.30
    Read More
  3.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산 길을 가다 -박 찬희

    며칠전 산 길을 가다 돌 부리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나도 낙엽처럼 푸석 거렸습니다 산다는 것 어쩌면 수많은 모서리와 모서리 부딪히며 생의 숨소리 날리고 그리움 한 가득 내 마음에 걸려 넘어지고 보이지 않는 거미줄에도 걸려 파닥대는 모양이라니 길 속에...
    Date2018.08.27
    Read More
  4.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카지노 딜러* -최혜령

    담배 연기 매캐한 그곳에는 악마의 면밀한 침묵이 있다 창문이 없는 공간엔 시계도 없고 눌러붙은 불빛만 자욱한데 펑퍼짐한 그는 재빨리 카드를 흩었다 모아서 주르륵 돌린다 상대를 읽기 위해 눈 하나는 손끝에 달아 놓고 어떤 수를 써야할지 물배암 처럼 ...
    Date2018.08.20
    Read More
  5.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부처님도 손을 든 우리 어머니 -이영범

    어머니에 대한 글을 쓰라고 하니 많이 당황했다. 나에게는 어려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두 어머니가 있다. 한 분은 낳아 주신 어머니, 다른 한 분은 길러 주신 어머니다.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는 해마다 아들을 생산했는데 네 번째 아들을 낳은 후 2...
    Date2018.08.04
    Read More
  6.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다윗과 골리앗 -김률

    내가 그를 만난 건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초등학교 시절이었으니까 족히 40년은 넘었다. 40년을 거슬러 올라간 기억 속에서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선 곳은 사면 벽의 책꽂이에 책이 가득한 곳이었다. 지금 짐작컨대 교회 도서관이 아니었을까 싶다. 책꽂이에 ...
    Date2018.07.27
    Read More
  7.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세월 덧없음에 -아이린 우

    시간이 간다 잡을 수 없는 시간은 흘러서 어디로 간다 너도 가고 나도 가고 우리 모두 간다 지금 이 순간으로는 돌아올 수가 없다 붙잡고 애원해도 아무것도 머물러 주지 않는다 다시는 올수없는 이 소중한 순간을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건가 째깍 째깍 ...
    Date2018.07.19
    Read More
  8.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노숙자의 辯 -박찬희

    아침이면 거리에서 해를 맞는 사내 보도블럭이 집이다 꺼내지 못한 꿈은 주머니에 감추고 오늘도 아픔 세워 젖은 생각 허공에 세운다 가끔 바람에 기대어 슬피 울고 싶을 때가 있다 상처 껴앉은 햇살 지나치는 무심한 눈길 사이로 한줄기 꿈이 되고 담장 가득...
    Date2018.07.13
    Read More
  9.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너도바람꽃 -이범용

    바람때문이었다 그것은 너른 광야를 달려온 억센 강물같은 바람때문이었다 빈 가슴을 흐르던 강물은 이제 더이상 흐르지않아 마른 강이 되고 풀꽃이 무성했던 길섶에는 시든 갈대들뿐 이제는 외줄기 하얀 들길이 되어 산허리를 감돈다 아득하기만 하구나 잃어...
    Date2018.07.08
    Read More
  10.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몬순 -이윤신(소머즈)

    나뭇가지가 바람에 흣날리며 투정을 하네 온다던 비는 안 오시고 몰려오는 구름은 흩어져 겉 가지 살랑살랑 놀리며 지나가네 옆 동네 찢어지는 천둥소리에 허둥지둥 발걸음 재촉해 집에 들어오니 뒷마당에 삐주금이 내밀던 햇자락끝이 부끄러워 도망가네 아~...
    Date2018.06.29
    Read More
  11.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나바호 부족의 마을 -최혜령

    붉은 황야에 바람이 세차 마른 풀더미를 감아올리고 가난한 창틈 새로 모래가 서걱인다 마당 언저리에 문명과는 동떨어진 뒷간이 엉거주춤 바람을 마주한 채 지독한 냄새를 풀풀 날리고 있다 젊은이들은 부족 마을을 떠나고 지팡이에 의지한 늙수그레한 사람...
    Date2018.06.22
    Read More
  12.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새 봄 -한제 안응환

    진달래 마디마디 오리 꽃 심어놓고 파랑 돔 머리 위로 흰 동가리 춤추는 봄 해와 달 멈춰놓고 봄날을 묶어봐도 소쩍새 울음 소리는 봄을 떠나 보내네
    Date2018.06.15
    Read More
  13.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해리와 매건 -김률

    나는 철학자들을 만나는 시간이 좋다. 물론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서지만 말이다. 각고의 노력을 들인 생각을 공짜로 주워담는다는 미안함은 있지만 그들의 생각이 내 안으로 들어올 때의 기분은 쏠쏠하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서양 철학이 시작된 곳 답게 ...
    Date2018.06.08
    Read More
  14.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그대에게 -정명옥

    그대의 시선이 참 고맙습니다 그대의 눈빛이 참 진실합니다 그대의 몸짓이 참 아름답습니다 우리 이 나이가 되면 참 가릴 것이 많은데 참 숨기고 싶은 것이 많은데 그냥 봐주어서 그냥 보여줄 수 있어서 참 고맙습니다 봄에 피는 꽃보다도 당신의 가슴 깊이 ...
    Date2018.06.04
    Read More
  15.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사랑 바이러스 -아이린 우

    사랑도 번지면 좋겠다 유행성 감기처럼 빠르고 신속하게 내가 너를 니가 그를 그가 저들을 그리하여 서로의 눈길이 마주 칠때마다 사랑 바이러스가 꽃가루처럼 날리고 세상은 온통 사랑하는 마음들로만 가득해 지고 시기나 질투 미움의 총칼로는 번지는 사랑...
    Date2018.05.25
    Read More
  16.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황야를 걸으며 -이범용

    잉태를 거부하는 너의 오만이 싫어 모두들 떠나갔다 그래도 마음을 열어 한 웅큼 대지에 잡초를 보듬는 너의 여유로움에 바람도 구름도 푸른 달빛도 그리고 별들도 다시 돌아왔다 하루내내 지평선 너머 가보지못한 땅을 꿈꾸다 또 피빛 노을을 바라보며 가슴...
    Date2018.05.18
    Read More
  17.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낯가림을 버리다 -박찬희

    마른기침 사이로 내 영혼의 낯가림이 빠져 나간다 주변머리 없이 살아온 나 낯선 이방인의 땅에서 물음표로 살았다 낯가림만 키웠고 주춤거리는 사이 세월은 비탈진 언덕처럼 휘어져 가슴에 무늬만 만들었다 푸른 잎처럼 반짝였던 무늬 조각난 무늬 속울음 된...
    Date2018.05.11
    Read More
  18.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春節 -한제 안응환

    봄바람 흘러 흘러 청매화 춤을 추고 박새들 떼를 지어 달 속을 날았더라 못 가에 파란 달은 이백의 벗이던가 世間 事 구족한 性品 春行萬國 이로세 춘행만국: 봄기운이 온 누리에 그득 하다
    Date2018.05.05
    Read More
  19.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미안해요 -이윤신

    세월이 나를 변하게 만들었다고 탓을 해보지요 속내는 내 성찰이 부족해 만들어진 것을 조금 덜고파 세월 탓으로 돌렸구려 눈에 티클이 들어가 흐릿해진 세상이라고 귀는 압이 높아져 멀리 들린다고 입은 더위 탓에 입술이 메말라 헛 소리 한다고 돌리며 위안...
    Date2018.04.26
    Read More
  20.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씨애틀 -최혜령

    잿빛 안개가 뿌옇게 도시에 둘러앉아 비라도 오려는지 “씨애틀 날씨는 늘 우울해”라고 중얼거리며 에스프레소 비바체* 카페로 향한다 소이라떼의 달콤한 거품을 입에 물고 노란 수선화가 수줍은 거리를 창밖으로 내다 본다 붐비는 카페 안 겨우 자리를 찾아 ...
    Date2018.04.2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16 Next
/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