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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7일 공식적으로 발효된 '한국-아리조나 간 운전면허증 상호인정 약정체결', 그리고 지난해 말 결정된 '아리조나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 한국 역사 및 발전 관련내용 6페이지 수록'.

운전면허증 상호인정은 아리조나 한인들의 실질적 편의에 관련된 일이며, 미주 50개주 가운데 처음으로 6페이지에 걸쳐 한국 관련내용이 미국 교과서에 실리게 된 것은 아리조나 한인들, 특히 한인 2세들에게 조국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준다는 측면에서 한인사회 입장에선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위의 두 사안은 주류 정치권과의 긴밀한 공조 없이는 쉽게 이뤄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각별하다.

운전면허증 상호인정과 한국 역사/발전 내용 교과서 수록이 성사되기까지 물 밑에서 이를 조율하고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아리조나 공화당 제 17지구 기초위원인 진재만 씨다. 아리조나 한인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굵직한 사안들이 구상에서부터 현실화 되기까지 그 배경에는 바로 진재만 위원이 10년의 공을 들여 쌓아 온 주류 정치인들과의 인맥이 자리하고 있다.

진재만 위원을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미국에 오신 지는 상당히 오래 전인 걸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1978년 도미해 텍사스주에 가족들과 함께 자리를 잡았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시절 무렵이어서 미국에서도 고등학교를 이어서 다녔고, 대학에도 진학했었습니다.

 

지난 이력 중에 특별히 눈에 띄는 부분이 있습니다. 텍사스주에서 교도관 생활을 하셨다구요?

한 8년 가량 교도관 생활을 했습니다. 한인분들이 잘 택하지 않는 직업이지만 거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조금 길긴 하지만 우선, 저희 가족이 미국으로 오게 된 이유부터 설명을 드려야 쉽게 이해가 되실 것 같습니다. 고 박정희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70년대 중후반에 저희 부친인 진윤고 씨는 당시 야당이던 신민당 경북지부에서 위원장을 맡고 계셨습니다. 공화당과 박정희 정권의 서슬이 시퍼렇게 날이 선 때라 아버님의 유신반대 정치 활동에도 이리저리 어려움이 많았죠. 제가 추측컨대 너무 열심히 야당 활동을 하는 아버님 모습이 박정희 정권 입장에선 눈에 가시 같았던 모양입니다. 저희 부친이 경북 고령에서 많은 친인척과 폭 넓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어서 부담이 됐는지 박 정권에선 바로 정치 보복을 하진 않고 망명 형식으로 가족과 함께 미국행을 권유했습니다. 가택연금 상태에서 여러 정치적, 개인적 사정이 뒤섞이게 되면서 부친은 '한국에서의 정치 활동에 관여치 않겠다'는 각서를 쓴 뒤 미국행 비행기에 가족과 함께 몸을 실었습니다. 미국 정착을 위해 저희가 노력하는 동안 한국에선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됐고 전두환 군사정권이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부터 저희 가족 주변에서 수상한 일이 조금씩 벌어지는 걸 감지했습니다. 누군가 저희를 감시하기 시작했고 결정적으로, 제 부친 이름으로 된 은행 구좌에 출처를 알 수 없는 거액의 돈이 들어오고 그 돈이 한국으로 반복적으로 송금되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제 이름이 사용되기도 했구요. 물론 저희의 동의는 없었습니다. 차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저희 이름으로 개설된 계좌에 들어와 있던 정체불명의 돈은 전두환 정권이 야당 의원들을 옭아매기 위해 이전에 야당 활동을 하셨던 저희 부친이 미국에서 마치 정치 후원금을 보내는 것처럼 위장된 공작금이었습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거액의 후원금을 미국에 계신 제 부친이 보낸 것으로 알고 받았겠지만 실상은 전두환 정권 공작팀이 거액의 비밀자금을 제 부친 명의로 개설한 계좌에 우리도 모르게 넣고, 그리고 그 돈을 다시 한국으로 송금해 야당의원들에게 제공함으써 이 돈의 출처를 모르는 야당의원들이 추후 선거에 나서서 여당 후보를 앞서게 될 경우 북한과 연결되어 있는 진윤고 씨 즉, 저희 부친에게 받은 빨갱이 공작금이라고 압박해 당선을 저지하려고 했던 복잡한 음모가 그 배후에 있었습니다. 저희가 이런 사실을 눈치채게 됐다는 걸 알게 된 미국의 전두환 정권 공작팀은 부친과 저를 레이건 대통령 암살음모범으로 몰아 미 연방수사국에 신고했습니다. 워싱턴 D.C.까지 끌려가 조사를 받았지만 부친이 전두환 정권 공작팀과 나눈 전화통화 녹음기록 등을 증거로 내놓으면서 결국 무죄임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저희 가족이 받은 고통은 무척 컸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부친과 제가 미 대통령 경호실, 안전국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동안 전두환 정권 공작팀은 미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저희를 한국으로 추방하려는 음모까지도 치밀하게 진행했습니다. 텍사스주 150 법정에서 진행된 재판에서도 역시 저희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무죄가 증명됐습니다. 그러나 저희 가족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당시 재판 기록을 18달러를 주고 미 법원에 요청했지만 서류를 복사하려고 할 때 법원 서기가 경찰을 대동하고 나타나 강제로 저희를 바깥으로 쫓아내는 일도 겪었습니다. 이후 제가 끈질기게 추적한 결과 당시 텍사스주 법원 기록은 현재 한국 민주화 운동 기념관에 '신한민주당 창당자금 내란음모 및 간첩조작 사건' 18페이지가 보관되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가 장황해졌지만 이런 아픈 가족사가 아이러니 하게도 제가 교도관이란 직업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줬습니다. 미 대통령 경호실로부터 조사를 받을 때 경호실 책임자와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는데 어린 마음에 그 사람이 멋져 보이더군요. 그래서 어떻게 대통령 경호원이 될 수 있나 물었고, 그 경호실 책임자가 지역 사법기관에서 경찰 경력을 일단 먼저 쌓아야 한다고 해서 텍사스로 돌아온 뒤 대학을 마치고 경찰 시험을 쳤지만 합격하지 못하던 차에 차선으로 택한 것이 교도관이었습니다. 그렇게 텍사스주 세 곳의 교도소에서 8년 간의 교도관 경력이 시작됐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교도관 생활을 하면서 파트타임으로 공항 인근 하얏트 호텔 기프트 숍에서도 일을 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그 기프트 숍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그래서 인수를 했고 또한 잡화점을 함께 운영하기도 했는데 두 곳 모두 생각 외로 너무 장사가 잘 돼 박봉이었던 교도관 생활은 접고 비즈니스에 전념하게 됐습니다.

 

계속 텍사스에 거주하셨는데 언제 아리조나로 옮겨 오셨죠?

아리조나로 옮기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습니다. 1999년 5월 경에 아리조나에 여행을 오게 됐는데 와서 보니 제가 살던 곳보다 홍수의 위험도 없고 발전 가능성도 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바로 살 집을 알아보고 비즈니스도 계약하게 되면서 아리조나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아리조나 정치권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건 아시안뱅크가 설립될 무렵입니까?

네, 맞습니다. 2005년 아리조나 아시안계 비즈니스 활성화를 목적으로 아시안뱅크가 설립됐고 제가 그 은행의 이사직을 맡으면서 다른 아시안 커뮤니티 지도급 인사들과 교류도 많아졌습니다. 그 분들과 만나면서 주류 정치인들과 만남의 자리도 자주 갖게 됐고 그러면서 서서히 주류 정치권 행사나 활동에 대한 참여도 늘어나게 됐죠. 그리고 본격적인 계기가 된 것은 고 존 매케인 의원이 2008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때 공화당 당원으로서 이를 지지하는 활동을 하면서 부터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주류 정치권 인사들과의 인맥을 형성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일텐데요.

그렇죠. 주류 정치권 인사들과 인맥을 형성하기 위해선 꾸준히 정치 자금도 후원해야 하고 짬짬이 시간을 내 그들이 주최한 행사에도 참석해야 합니다. 특히 법이 정하는 한도 내에서 정치 후원금을 내야만 주류 정치인들도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고 그러면서 천천히 인맥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생각을 돌이켜보면 그렇게 10년의 세월을 아리조나 주류 정치권 인맥 다지기에 써왔습니다. 길고 지난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길이었지만 10년이 지난 이제서야 한인사회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결실들이 하나둘씩 맺히고 있어 보람있게 생각합니다.

 

특별히 공화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저도 대학을 다닐 때나 젊은 시절엔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보니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겐 공화당 정책이 더 맞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공화당이 표방하는 작은 정부, 친 비즈니스적 정책 등을 옹호하면서 공화당에 입당했습니다.

 

2017년 6월 발효된 '한국-아리조나 간 운전면허증 상호인정 약정체결'에는 위원님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은 이미 5~6년 전부터 관할구역 내 주들(캘리포니아, 아리조나, 네바다, 뉴멕시코)을 상대로 운전면허증 상호인정을 위해 물밑작업을 해왔지만 성과가 없었습니다. 뉴멕시코주가 가장 먼저 운전면허증 상호인정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실제론 아리조나가 가장 먼저, 그리고 현재까지는 엘에이 총영사관 관할구역 내 주들 가운데 유일하게 이를 실현시켰습니다. 그 시작은 제가 2016년 한 정치 행사에 참여했다 대만과 아리조나가 운전면허증 상호인정 약정을 맺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으면서 부터 였습니다. '대만도 하는데 우린 왜 안돼'라고 생각하고 평소 저와 친분이 깊던 제프 웨닝어 주 하원의원에게 알아봐 줄 것을 요청했고 얼마 뒤 주 교통부와 이야기를 나눈 웨닝어 의원이 체결 가능성을 알려와 이를 엘에이 총영사관에 연락해 실무자 간 소통가능한 대화창구가 만들어 지면서 결국 약정체결이 성사됐습니다. 

 

당시 운전면허증 상호인정 체결을 축하하는 대규모 행사도 기획됐었죠?

그랬었죠. 하지만 총영사관 측에서 경비 지원과 행사 후원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무산됐습니다. 당시 저는 더그 듀시 주지사, 벤 칼슨 연방 주택부 장관 등의 참석도 계획해두고 있었지만 없던 일이 되면서 아리조나 주정부 측과 어색한 관계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날 행사 자리는 단지 운전면허증 상호인정을 축하하는 것뿐만 아니라 주지사와 연방 주택부 장관이 자리하기로 한만큼 중국 커뮤니티가 주정부로부터 거의 무상으로 노인아파트를 받은 것처럼 우리 한인사회도 노인아파트용 또한 한인회관용 건물을 무상불하 받도록 요청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는데 총영사관의 비협조와 한인사회의 무관심이 행사를 불발시켜서 무척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리조나 중고등 역사교과서에 한국 역사/발전 관련내용 6페이지 게재 역시 한인들에겐 아주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도 역시 진 위원의 숨은 노력이 있으셨죠?

저 역시 그 내용을 관련기관으로부터 이메일로 받고 무척 기뻤습니다. 엘에이 총영사관의 이기철 전 총영사가 미국 교과서에 한국 역사/발전상을 게재하는 일을 임기 내 주요 목표로 삼고 있었고 이에 대해 총영사관 측에서 제게 개인적으로도 부탁을 해왔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다이앤 더글라스 전 아리조나주 교육부 장관을 한 공화당 정치모임에서 만났고 제가 총영사관 측과의 만남을 어레인지 하면서 2017년 11월 15일 이기철 전 총영사 일행이 주 교육청을 방문해 한국 역사/발전상 내용 교과서 수록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이후 더글라스 전 장관이 재선을 위한 선거활동을 할 때도 대형 한인마켓을 찾아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도록 제가 주선한 것 등이 이 일을 성사시킬 수 있었던 작은 밑거름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가능성이 무척 멀어보였던 일들도 실무자들을 만날 수 있는 정확한 루트만 콕 찍어 접근이 가능하다면 너무 쉽게 해결되는 것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정치적 인맥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았습니다.

 

아리조나 한인사회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또다른 프로젝트에 대해 구상 중인 게 있으신지요?

네, 이번엔 '인천-피닉스 간 한국 국적항공사의 직항'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항공사의 이익 등 경제적 타당성이 바탕이 되어야 하겠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한국은 아리조나의 해외무역국 순위에서 4위를 차지할만큼 서로 간 교역량이 상당합니다. 또한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동아시아국 출신 아리조나 주민들의 수는 어림잡아도 15만명 이상을 넘어갑니다. 이들이 본국을 방문할 때 인천국제공항을 경유지로 사용한다면 인천-피닉스 간 한국 국적 항공사의 직항노선 취항이 가능해질 수도 있으리라 봅니다. 그 이전에 직항노선 취항을 요구하는 청원운동 같은 걸 전개해 우리의 뜻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도 중요한 점입니다. 쉽지 않는 일이고 어떤 분들은 '엘에이와 피닉스가 가까운데 피닉스에 직항이 들어오는 건 말도 안된다'고 하실 수 있겠지만 운전면허증 상호인정이나 한국 역사/발전상을 아리조나 교과서에 싣는 일도 많은 이들이 '안 될 일에 왜 힘을 쓰나'라며 방관했었던 것들입니다. 관심을 갖고 꾸준히 추진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교훈을 우리는 이미 배웠습니다.  직항 항공노선 취항도 그런 맥락에서 접근해보고자 합니다.

 

한인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우리 문제를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그 누구도 먼저 손을 내밀어 도와주지 않습니다. 미국에 사는 우리는 이방인이 아닙니다. 우리 역시 미국이라는 이 나라의 한 구성원이죠. 우리가 타민족, 타커뮤니티와 조화롭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권익을 침해받지 않는 것 그리고 당연히 받을 수 있는 우리의 이익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일도 없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우리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것입니다. 자격이 되시는 분들은 유권자 등록을 하셔서 그 한 표로 목소리를 내시고 또한 그 목소리들을 모아서 우리 한인사회의 생각이 주류 정치권에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오는 3월 말 아리조나주 하원의원직 출마를 선언하실 계획이라 들었습니다.

네, 주 하원의원에 도전해볼 계획입니다.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거라 봅니다. 당선 가능성도 낮겠지만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는 생각에 도전을 결심했습니다. 제대로 된 정치인 하나 없는 아리조나 한인사회의 현재 실정에 대한 답답함도 깔려 있습니다. '나라도 먼저 나서야지' 하는 생각으로 결정한 일입니다.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성원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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