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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일을 쉬는 날 같이 아침을 먹습니다. 

일 주일에 한 번, 기다려지고 마주 앉으면 소중한 시간입니다. 

백야드에 있는 고양이에게 아침을 주며 10분 정도 놀아준 뒤 들어와 아내를 위해 베걸을 굽습니다. 좀 늦게 방에서 나온 아내가 식탁에 앉아 아보가도(Avocado) 껍질을 벗기고 얇게 썹니다. 토스트에 구운 치즈베걸에 크림을 바르고, 아보가도를 얹어 소금과 후추를 살짝 뿌립니다. 

방금 내린 커피가 있고, 아침 일찍부터 스포티파이(Spotify)를 통해 흘러나오는 바하의 골드버그(Goldberg)를 들으며 아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소한 행복이지요.

아보가도는 (과일인지 야채로 보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야채가 맞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맛을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는 열매입니다. 특별한 맛은 없지만 다른 야채나 과일과 잘 어울리며 음식을 부드럽게 해줍니다. 내가 먹어본 것 중에는 치즈와 잘 어울리고, 최근에는 사과와 함께 먹을 때 독특한 맛을 만들어냈습니다. 

샐몬(연어), 토마토, 샐러드와 함께 먹는 것이 보통이지요.

중국 위나라에 애태타라는 못생긴 남자가 있었습니다. 

공자의 책 『예기』 애공편에 나오는 설화입니다. 

애태타, 즉 성이 '애', 태(?)는 둔마 태, 둔한 말(馬) 또는 '추하다'는 뜻입니다. 타(?)는 '낙타의 등'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태타'는 '어리석은 꼽추'라는 뜻으로 보면 됩니다. 이름이 말해주듯 애태타는 그 몰골이 하도 흉해서 첫눈에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누구든지 한 번 그와 사귀기만 하면 남자들은 도무지 헤어지려고 하지 않았고, 처녀들은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느니 차라리 저 사람의 첩이 되겠다고 부모에게 조르는 정도였습니다. 

애태타에게 무언가 남다른 매력이 있었다는 얘기죠. 그것이 무엇일까?

그에 관해 떠도는 얘기를 종합해보면, 이 사람은 한 번도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적이 없답니다. 

언제나 자기를 상대에게 맞추어줄 따름이랍니다. 

누구를 만나든 그의 짝이 되어주고 어울려주는 게 전부입니다. 

임금 자리나 무슨 권세 있는 자리에 앉아서 죽어가는 자를 살려주는 것도 아니고, 또는 재물이 많아서 굶주린 사람들을 배불리 먹여주는 것도 아닙니다.

자기 주장을 변변히 내세우기는커녕 고작 한다는 것이 남한테 맞장구나 쳐주고, 아는 바 지식이라고 하는 것도 그저 보통 사람 아는 것만큼 그 정도가 그의 지식의 전부랍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그에게 모여듭니다. 

분명 무언가 남다른 것이 있다는 얘깁니다.

노나라 군주 애공이 하도 궁금해서 그를 직접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보니 정말 모습이 흉측했습니다. 

하도 흉해서 놀랄 정도였는데, 몇 달쯤 함께 있어보니 그의 사람됨에 끌리게 되었고, 일 년쯤 되어서는 그를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이라면 국정을 맡길 만하겠다 생각이 들었고, 마침 재상 자리 하나가 비어 있어서 그 일을 맡아 달라고 했습니다.

애태타는 군주에게 대답을 하기는 했지만 뭔가 시큰둥하고 아무래도 생각이 다른 데 있는 듯한 눈치였습니다. 

군주가 오히려 일을 맡기면서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였는데, 얼마 안 있다가 온다 간다 말도 없이 떠나버렸습니다. 

임금은 뭔가 중요한 것을 잃은 듯, 언짢기도 하고, 임금 노릇 하는 즐거움을 나눌 벗이 없어져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도대체 이 애태타라는 자의 정체가 무엇인가? 그가 과연 어떤 사람인가?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애태타는 무엇을 한 것도 없고, 또 그렇다고 무엇을 하지 않은 것도 없었습니다. 

그가 남에게 또는 군주 자신에게 한 것이라면 그저 모든 상대에게 짝이 되어주고 어울려 주는 것이었습니다.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것도 없는데 사람들이 다 그를 좋아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그에게 모여드는 것이었습니다.

어리석은 꼽추처럼 흉측한 몰골임에도, 심지어 임금의 마음까지도 그에게 끌리게 된 이유, 그것은 다름 아닌 자아 부정이었습니다. 자기가 없습니다. 

외모나 지식, 언변, 재물, 그 어느 것도 내세울 것 없었지만 완벽한 자기 비움, 자아 부정, 그것이 애태타였습니다. 

모든 상대에게 짝이 될 수 있다는 말은 곧 자기가 없다는 말입니다. 

어딘가에 '나' 에고(Ego)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그것이 상대와 충돌을 일으키게 만듭니다.

세상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를 알아달라고 아우성입니다. 자기를 내세우고 주장하며 자기 편이 되어 달라고 소리칩니다. 

애태타는 이런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주는 존재였습니다. 

완벽한 '자기 비움' '자아 부정'으로 모든 사람에게 짝이 되어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보가도를 먹으면서 불현듯 애태타가 떠올랐습니다. 

또 주님의 말씀,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가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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