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을 환영합니다.
AZ 포스트::칼럼
조회 수 12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chan.jpg

 

 

아내가 일을 쉬는 날 같이 아침을 먹습니다. 

일 주일에 한 번, 기다려지고 마주 앉으면 소중한 시간입니다. 

백야드에 있는 고양이에게 아침을 주며 10분 정도 놀아준 뒤 들어와 아내를 위해 베걸을 굽습니다. 좀 늦게 방에서 나온 아내가 식탁에 앉아 아보가도(Avocado) 껍질을 벗기고 얇게 썹니다. 토스트에 구운 치즈베걸에 크림을 바르고, 아보가도를 얹어 소금과 후추를 살짝 뿌립니다. 

방금 내린 커피가 있고, 아침 일찍부터 스포티파이(Spotify)를 통해 흘러나오는 바하의 골드버그(Goldberg)를 들으며 아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소한 행복이지요.

아보가도는 (과일인지 야채로 보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야채가 맞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맛을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는 열매입니다. 특별한 맛은 없지만 다른 야채나 과일과 잘 어울리며 음식을 부드럽게 해줍니다. 내가 먹어본 것 중에는 치즈와 잘 어울리고, 최근에는 사과와 함께 먹을 때 독특한 맛을 만들어냈습니다. 

샐몬(연어), 토마토, 샐러드와 함께 먹는 것이 보통이지요.

중국 위나라에 애태타라는 못생긴 남자가 있었습니다. 

공자의 책 『예기』 애공편에 나오는 설화입니다. 

애태타, 즉 성이 '애', 태(?)는 둔마 태, 둔한 말(馬) 또는 '추하다'는 뜻입니다. 타(?)는 '낙타의 등'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태타'는 '어리석은 꼽추'라는 뜻으로 보면 됩니다. 이름이 말해주듯 애태타는 그 몰골이 하도 흉해서 첫눈에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누구든지 한 번 그와 사귀기만 하면 남자들은 도무지 헤어지려고 하지 않았고, 처녀들은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느니 차라리 저 사람의 첩이 되겠다고 부모에게 조르는 정도였습니다. 

애태타에게 무언가 남다른 매력이 있었다는 얘기죠. 그것이 무엇일까?

그에 관해 떠도는 얘기를 종합해보면, 이 사람은 한 번도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적이 없답니다. 

언제나 자기를 상대에게 맞추어줄 따름이랍니다. 

누구를 만나든 그의 짝이 되어주고 어울려주는 게 전부입니다. 

임금 자리나 무슨 권세 있는 자리에 앉아서 죽어가는 자를 살려주는 것도 아니고, 또는 재물이 많아서 굶주린 사람들을 배불리 먹여주는 것도 아닙니다.

자기 주장을 변변히 내세우기는커녕 고작 한다는 것이 남한테 맞장구나 쳐주고, 아는 바 지식이라고 하는 것도 그저 보통 사람 아는 것만큼 그 정도가 그의 지식의 전부랍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그에게 모여듭니다. 

분명 무언가 남다른 것이 있다는 얘깁니다.

노나라 군주 애공이 하도 궁금해서 그를 직접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보니 정말 모습이 흉측했습니다. 

하도 흉해서 놀랄 정도였는데, 몇 달쯤 함께 있어보니 그의 사람됨에 끌리게 되었고, 일 년쯤 되어서는 그를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이라면 국정을 맡길 만하겠다 생각이 들었고, 마침 재상 자리 하나가 비어 있어서 그 일을 맡아 달라고 했습니다.

애태타는 군주에게 대답을 하기는 했지만 뭔가 시큰둥하고 아무래도 생각이 다른 데 있는 듯한 눈치였습니다. 

군주가 오히려 일을 맡기면서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였는데, 얼마 안 있다가 온다 간다 말도 없이 떠나버렸습니다. 

임금은 뭔가 중요한 것을 잃은 듯, 언짢기도 하고, 임금 노릇 하는 즐거움을 나눌 벗이 없어져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도대체 이 애태타라는 자의 정체가 무엇인가? 그가 과연 어떤 사람인가?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애태타는 무엇을 한 것도 없고, 또 그렇다고 무엇을 하지 않은 것도 없었습니다. 

그가 남에게 또는 군주 자신에게 한 것이라면 그저 모든 상대에게 짝이 되어주고 어울려 주는 것이었습니다.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것도 없는데 사람들이 다 그를 좋아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그에게 모여드는 것이었습니다.

어리석은 꼽추처럼 흉측한 몰골임에도, 심지어 임금의 마음까지도 그에게 끌리게 된 이유, 그것은 다름 아닌 자아 부정이었습니다. 자기가 없습니다. 

외모나 지식, 언변, 재물, 그 어느 것도 내세울 것 없었지만 완벽한 자기 비움, 자아 부정, 그것이 애태타였습니다. 

모든 상대에게 짝이 될 수 있다는 말은 곧 자기가 없다는 말입니다. 

어딘가에 '나' 에고(Ego)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그것이 상대와 충돌을 일으키게 만듭니다.

세상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를 알아달라고 아우성입니다. 자기를 내세우고 주장하며 자기 편이 되어 달라고 소리칩니다. 

애태타는 이런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주는 존재였습니다. 

완벽한 '자기 비움' '자아 부정'으로 모든 사람에게 짝이 되어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보가도를 먹으면서 불현듯 애태타가 떠올랐습니다. 

또 주님의 말씀,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가 생각났습니다.


  1.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가까이 계시는 하나님

    프랭크 로바흐(Frank Laubach)는 문맹퇴치운동 기구를 설립하고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에게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친 사람입니다. 그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물살을 거꾸로 헤쳐 올라가기 위해 노를 젓는 사람 같았다. 나는 차분하게 그러면서도 끊...
    Date2019.04.09
    Read More
  2.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글자와 숫자로 만나는 지구인

    나는 요즘 작은 수첩에 사람들의 이름을 적고는 혼자서 그것들을 읽어보고 외운다. 만나는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사람들이 모두 영어 이름을 사용하기에 발음하기도 익숙하지가 않고 잘 외워지지도 않는다. 순수한 영어 이름이라면 ...
    Date2019.04.02
    Read More
  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모든 지구인을 위한 신기한 발명품

    영어 공부를 위해 미국 교육방송 뉴스를 듣다가 신기한 보도를 듣게 되었다. 장애가 있는 지구인들도 패션 감각을 살린 옷을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사실 뇌성마비나 교통사고, 뇌졸증 등으로 몸이 불편한 지구인들은 혼자서 옷을 입고 벗기가 어렵다. 늘 다...
    Date2019.03.24
    Read More
  4.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색다른 지구인 ? 적대적 반항장애

    "적대적 반항장애(Oppositional Defiant Disorder)"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미국 지구인들은 이것을 줄여서 ODD라고도 한다. 나는 10년 넘게 한국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생활했지만 이러한 단어를 전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미국에서 특수교육을 공부...
    Date2019.03.16
    Read More
  5.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쓴 맛이 사는 맛”

    밤새 비가 왔습니다. 보슬보슬 봄비가 온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었습니다. 새벽에 고양이가 걱정되어 백야드로 나가보니 잘 잤다는 양 꼬리를 툭툭 치며 저를 반깁니다.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를 보고 서둘러 씨를 뿌려놓았는데 그 위로 빗님이 충분히 내려오...
    Date2019.03.16
    Read More
  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적어야 산다!

    '적자생존' 무슨 뜻인가? 다윈의 진화론에서 나온 말이긴 하지만 예전에 일하던 학교에서는 좀 다른 뜻으로 쓰였다. 함께 일하는 지구인 중에 구호 만들기를 잘하는 선생님이 계셨다. 학생들에게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기억하기 좋으라고 '...
    Date2019.03.09
    Read More
  7.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어머니의 사랑, 하나님 사랑

    새 집을 사서 이사한 서울의 작은 아들 집에 가기 위해 상경한 할머니가 서울역에서 실종됩니다. 치매를 앓고 있었는데, 남편 할아버지는 지하철 출입문이 열리자 아내가 당연히 따라 들어오겠거니 하고 지하철을 탑니다. 출발하고 보니 아내는 타지 않았고, ...
    Date2019.03.09
    Read More
  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일등을 만드는 교육 vs 꼴등을 없애는 교육

    대한민국에서는 아기들도 바쁘다. 이것 저것 배워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젊은 엄마들은 아기가 빨리 자라서 초등학교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기에게 이것 저것 가르치느라 돈이 많이 드는데 오히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학원비나 교재...
    Date2019.03.03
    Read More
  9.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안면 피드백 이론 (Facial Feedback Theory)

    돈을 많이 주는 할머니보다 웃어주는 할머니 미소 짓는 할머니를 손자 손녀들은 더 좋아합니다. 침울한 표정은 자신에게와 또 보는 사람에게도 기분이 쳐지게 합니다. 웃지 않는 사람은 웃을 일이 없는데 어떻게 웃느냐고 합니다. 감정이라는 것이 내부에서 ...
    Date2019.03.03
    Read More
  1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내 안의 ADHD

    한국에서 살다가 미국에서 사니 좋은 점이 한가지 있다. 처음에는 불편한 점일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점으로 생각된다. 그것은 바로, 미국에서는 하루에 중요한 일 한가지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미국에서는 멀티테스킹이 거의 불가능하다...
    Date2019.02.24
    Read More
  11.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맥도날드 가설

    며칠 후 베트남에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정상회담이 열립니다. 베트남 하노이가 회담 장소로 결정되면서 많은 언론에서 베트남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이 베트남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스마트폰이 ...
    Date2019.02.24
    Read More
  12.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한국판 “의리” 와 미국판 “의리”

    이곳 아리조나의 공립 학교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또 그 전부터 미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단어가 있다. 그것은 바로 "fidelity"와 "accountability" 이다. 여러 교육 논문을 읽으며 이 단어들이 심심치않게 등장하는데, 한영사...
    Date2019.02.17
    Read More
  1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미국학교와 한국학교, 무엇이 같고 다를까?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울면서 공부했던 보람을 강하게 느끼는 요즘이다. 나는 약 한달전부터 동네에 있는 공립 초등학교에 교사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오전에는 특수반 프리스쿨에서 근무하고 오후에는 곧 생기게 될 특수반 프리스쿨 오후반을 준비하고 ...
    Date2019.02.10
    Read More
  14.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많은 환난

    서양 우화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물주가 만물을 지으실 때 사람, 당나귀, 개, 원숭이에게 각각 30년씩 수명을 공평하게 주었답니다. 그런데 욕심 많은 인간이 짐승의 수명을 중간에 가로챘습니다. 자기 본래 수명 30년에 당나귀, 개, 원숭이에게...
    Date2019.02.10
    Read More
  1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용감한 지구인의 방문

    지난 주, 용감한 지구인 4명이 우리집에 왔다. 그들은 멀리 태평양 건너편 한국에서부터 왔다. 4명 모두 여성이며, 미혼이고 미국은 거의 초행길이나 다름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 승용차 밖에 운전한 경험이 없지만 용감하게도 8기통 대형 벤을 빌려서 라스베...
    Date2019.02.02
    Read More
  16.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플라톤 행복론

    플라톤이 말하는 행복의 조건 다섯 가지입니다. 인터넷이나 예화집 같은 데에서 이미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첫째는 재산에 관한 것으로, 먹고 입고 살고 싶은 수준에서 조금 부족한 듯해야 행복하답니다. 재산은 조금 부족한 듯해야 더 값지고 소중하게 여겨...
    Date2019.02.02
    Read More
  17.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색다른 지구인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이 과연 행운인가 아니면 불행인가? 오늘 내가 왜 이렇게 빨리 취직이 되었는가를 알게 되었다. 나의 미모가 뛰어나거나 실력이 출중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충만해서가 아니였다. 그것은 바로 걷잡을 수 없이 많은 수의 색다른 지구인들이 내가 있...
    Date2019.01.28
    Read More
  18.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아보가도(Avocado) 단상(斷想)

    아내가 일을 쉬는 날 같이 아침을 먹습니다. 일 주일에 한 번, 기다려지고 마주 앉으면 소중한 시간입니다. 백야드에 있는 고양이에게 아침을 주며 10분 정도 놀아준 뒤 들어와 아내를 위해 베걸을 굽습니다. 좀 늦게 방에서 나온 아내가 식탁에 앉아 아보가...
    Date2019.01.28
    Read More
  19.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F.A.T. City - 좌절, 불안, 긴장의 도시! (2)

    아리조나에 사는 지구인들이여, 이번 주 여러분은 얼마나 많은 순간 F.A.T. 했는가?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 궁금해 하는 건망증 충만한 지구인들을 위해 다시 한번 설명하겠다. F.A.T은 좌절(Frustration), 불안(Anxious), 그리고 긴장(Tension)의 약자를 모아...
    Date2019.01.21
    Read More
  2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F.A.T. City - 좌절, 불안, 긴장의 도시! (1)

    F.A.T. City? 뚱보들이 많은 도시를 말하는 것일까? 다이어트를 강조하는 사람들이 만든 용어일까? 구글에서 검색해보면 FAT City는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FAT City 안에는 좀 더 복잡하고 깊은 뜻이 담겨있다. F.A.T. City는 좌절(Frustration), 불...
    Date2019.01.1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20 Next
/ 20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