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칼럼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newshin.JPG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울면서 공부했던 보람을 강하게 느끼는 요즘이다. 

나는 약 한달전부터 동네에 있는 공립 초등학교에 교사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오전에는 특수반 프리스쿨에서 근무하고 오후에는 곧 생기게 될 특수반 프리스쿨 오후반을 준비하고 있다. 

처음에는 나를 채용한 교육청 지구인들이 초등반이 아닌 프리스쿨을 제안하여 좀 실망하였다. 나도 모르게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가르치는 아이들이 클수록 더 수준 높은 교사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3살에서 5살 사이의 특수아들을 가르치는 프리스쿨 선생님이 낮게 생각이 되었다. 

그러나 나의 이러한 선입견은 한방에 깨져버렸다. 바로 프리스쿨이던 5, 6학년을 가르치던 교사의 월급이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이러한 선입견과 실망은 곧 기쁨과 환희로 탈바꿈하였다. 

교사의 월급은 일한 경력, 공부한 학력수준에 따라 결정되는 체계였다.     

한 달 남짓 미국 지구인들의 학교에서 써바이벌 모드로 생활하다 보니, 한국에서 교사로 일 할 때와 비슷한 점과 차이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미국이 워낙 크고 다양한 곳이라 학교마다 또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겠지만 아무튼 지금까지 느낀 바는 다음과 같다. 

우선 공통점으로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학교에서 일하는 지구인들은 생각보다 무뚝뚝하고 고독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가르친다는 일이 혼자서 준비하고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일이다 보니, 교실에 틀어박혀서 하루 종일 고독을 씹고 있는 지구인들이 꽤 많았다. 바로 옆 반, 앞 반인데도 아직 통성명도 못한 지구인들이 꽤 된다.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학교의 지구인들은 교육청이나 교육부가 내린 결정이나 행정명령에 상당한 불만과 거부감을 가진다는 것이다. 

얼마전 내가 일하는 학교의 교육청에서 다음 학기부터 등하교 시간을 조정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스쿨버스 운행비를 아끼기 위해서란다. 나는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도 스쿨버스와 관련하여 등하교 시간을 조정하느라 학교가 발칵 뒤집어진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국 학교의 지구인들은 "속상하다, 불안하다, 학교를 옮기고 싶다, 이해가 안된다." 등등 삼삼오오 모여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 이메일을 통해 특성화 학교를 만든다는 광고를 읽게 된 지구인들이 점심식사 시간에 "그 학교에 너나 가라!" 등으로 비아냥 거리는 대화를 듣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인종과 국적을 초월한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또다른 공통점으로는 학교에서 일하는 지구인들이 대체로 소박하고 검소하다는 것이다. 대화하는 내용을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보면 영화에서 보는 "위대한 게츠비"에서나 나올 법한 라이프 스타일은 먼 나라의 일이고 학교의 지구인들은 슈퍼에서 세일 할 때만 특정 브랜드 빵을 사 먹는다는 둥, 꿀사과(Honey Crisp Apple)는 아주 가끔만 먹는다는 둥 앓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일 할 때도 학교에서 일하는 지구인들은 종종 물건을 얼마나 싸게 샀는지는 자랑하는 검소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차이점은 무엇일까?  

가장 큰 차이점은 교육청의 세세한 역할이 크다는 점 그리고 정보화가 깊숙히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빈 교실을 프리스쿨 교실로 꾸미기 위해 필요한 물품들을 주문하는 일, 교과서를 받는 일 심지어 월차를 내는 일 등등 모두 학교 교장 선생님이나 서무과장님과가 아니라 교육청 지구인들과 처리해야 했다. 굉장히 친절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일처리를 하는 교육청 지구인들을 경험하면서 공립교육에서 '교육청'에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두 번째는 미국 학교에서는 입사 서류부터 물품 신청, 월차 신청까지 모든 것을 인터넷 상에서 이메일로 처리하게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다. 나의 이력서, 학적 서류, 신원조회 서류 등등 모든 서류들을 이메일을 통해 접속하게 되는 인터넷 사이트 상에서 자료를 업로드 하고 서명까지 하게끔 되어 종이를 직접 제출하거나 잉크를 머금은 펜을 사용할 일은 거의 없었다. 모든 채용 과정의 서류 처리가 다 끝난 후, 교육청을 방문하여 신입교사 안내를 잘 들었다는 서류에만 직접 볼펜으로 사인을 하였다. 

학교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 심지어는 청소 담당 지구인까지 모두 교육청 주소의 이메일을 가지고 있었다. 물건 수리, 교육 서비스 요청, 물품 구매 등등 모든 일들은 내부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내어 해결하게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일처리가 상당히 빠르고 효율적으로 느껴졌다.    

세 번째는 교사들의 안식이 보장되는 분위기였다. 한국에 있을 때는 신종플루가 걸리거나 암에 걸리지 않은 이상 결근을 한다거나 월차는 내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수업을 빠지게 되면 대신 수업을 할 사람을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동료 선생님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웬만하면 참고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 큰 미덕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미국의 지구인들은 다른 주에서 친구와 놀려왔거나 딸이 스펠링 비 테스트에 나가게 되면 부담없이 월차를 내거나 결근을 하는 모습을 본다. 미리 계획을 하여 자기 대신 수업을 할 대체 교사만 정해지면 모두가 잘 쉬라고 환영해 주는 분위기이다. 

처음에는 "이 지구인들, 좀 너무하는 것 아니야? 학생들은 어떡하라고 이렇게 휴가를 자주 내나?"하는 생각도 하였지만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 여러가지 눈에 보이지 않는 장치들이 있음을 하나 둘 발견하고는 이러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였다.   

미국 교육의 수준이 추락하지 않게 하는 장치란  "충실도(fidelity) 검증" 과 "책무성(accountability) 확인" 시스템이라고 생각된다. 충실도 검증과 책무성에 관해 서는 다음 글에서 더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장애인이 가장 살기 좋은 주, 아리조나

    며칠 전, 내가 살고 있는 아리조나가 미국 뇌성마비 협회(United Cerebral Palsy)에서 2015년에 발표한 장애인이 가장 살기 좋은 주 1위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사막의 도시, 황량하고 모래바람으로 뿌옇기만 한 이 땅이, 알고 보니 장애인...
    Date2018.12.01
    Read More
  2.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인간관계, 그리고 용서

    달라이 라마의 『용서』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중국이 티베트를 침략하기 전부터 잘 알고 지낸 스님이 있었습니다. 티베트가 점령당하자 달라이 라마는 인도로 망명을 떠나고 그 스님은 남아서 중국 공안에 잡힙니다. 18년간 옥살이를 하며 모진 고문에 시...
    Date2018.12.09
    Read More
  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특수교육은 어떤 지구인들이 받을 수 있나요?

    이제 나의 교생 실습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지난 주에는 드디어 취업 면접도 보게 되었다. 교육청에서 특수교육 담당 지구인이 나와서 내가 실습하고 있는 학교의 교장 선생님과 함께 나를 인터뷰 했다. 영어로 면접을 보다니 꼭 꿈만 같았다. 한국말로 인...
    Date2018.12.09
    Read More
  4.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언술(言述)

    마음에 짐으로 여기며 '읽어야 하는데 …' 했던 책이 있었습니다. 작년 초부터, 그러니까 거의 2년이 다 가도록 숙제를 내지 못한 학생처럼 부담을 주던 책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신영복 선생의 마지막 책 『담론』입니다. 한국의 성공회 ...
    Date2018.12.16
    Read More
  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미국 지구인들은 학생들을 어떻게 훈육할까?

    교생실습을 하는 동안, 실습하고 있던 교실이 뒤집어지는 사건들이 몇 개 있었다. 사건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외부로부터의 문제, 나머지는 내부 문제. 교실이 몇 번 들썩거리면서 나는 미국 지구인들이 한국 지구인들과는 훈육에 있어서 다른 방...
    Date2018.12.16
    Read More
  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정의와 자비의 충돌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지구인들은 '얼마나 공정하게 학생들을 대우 할 것인가?' 와 '어느 선까지 자비와 사랑을 베풀어야 할 것인가?'의 문제로 충돌하고 다툰다. 두 입장 다 일리가 있고 중요하다. 특별히 특수교육에서는 이 문제가 더 분...
    Date2018.12.23
    Read More
  7.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신선미(新鮮美)

    이창동 감독의 <시>라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할까 합니다. 오늘 컬럼 역시 지난 번에 이어 신영복 선생의 『담론』에서 주된 아이디어를 얻었음을 먼저 밝힙니다. <시>는 중학생 외손자와 같이 살고 있는 60대 중반의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입...
    Date2018.12.30
    Read More
  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공부를 못하는 것은 누구 탓일까?

    여러분은 혹시 이웃집 아줌마가 우리 집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하지 않아 성적이 좋지 않다라는 푸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또는 머리는 괜찮은 것 같은데, 도무지 공부에 취미를 보이지 않거나 노력은 하는 것 같은데 성적이 안 좋은 학생에 대해 ...
    Date2018.12.30
    Read More
  9.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지천명(知天命)

    17세기와 18세기 유럽을 중심으로 일어난 철학 사조를 계몽주의라고 합니다. 존 로크, 임마누엘 칸트, 헤겔 등 독일과 영국 프랑스의 철학자들이 인간의 이성과 자연의 보편적 원리를 강조하며 정치, 사회, 철학, 과학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칩니다. ...
    Date2019.01.07
    Read More
  1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특수교육 현장에서 교육실습을 마치며

    2019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돼지해라고 한다. 어느새 과거가 되어버린 2018년을 돌아보니 개인적으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페이스 북'과 '코리아 포스트'라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지면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어 기쁜 한...
    Date2019.01.07
    Read More
  11.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흑산(黑山)

    소설가 김훈 씨의 <흑산>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합니다. 전라남도 무안에서 배로 1시간 여 떨어져 있는 섬 흑산도를 배경으로, 조선조 말 천주교가 민중들 사이에서 들풀처럼 번져나갔던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소설입니다. 고등학교 국사 시간에 들어보았을 ...
    Date2019.01.13
    Read More
  12.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F.A.T. City - 좌절, 불안, 긴장의 도시! (1)

    F.A.T. City? 뚱보들이 많은 도시를 말하는 것일까? 다이어트를 강조하는 사람들이 만든 용어일까? 구글에서 검색해보면 FAT City는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FAT City 안에는 좀 더 복잡하고 깊은 뜻이 담겨있다. F.A.T. City는 좌절(Frustration), 불...
    Date2019.01.13
    Read More
  1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F.A.T. City - 좌절, 불안, 긴장의 도시! (2)

    아리조나에 사는 지구인들이여, 이번 주 여러분은 얼마나 많은 순간 F.A.T. 했는가?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 궁금해 하는 건망증 충만한 지구인들을 위해 다시 한번 설명하겠다. F.A.T은 좌절(Frustration), 불안(Anxious), 그리고 긴장(Tension)의 약자를 모아...
    Date2019.01.21
    Read More
  14.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아보가도(Avocado) 단상(斷想)

    아내가 일을 쉬는 날 같이 아침을 먹습니다. 일 주일에 한 번, 기다려지고 마주 앉으면 소중한 시간입니다. 백야드에 있는 고양이에게 아침을 주며 10분 정도 놀아준 뒤 들어와 아내를 위해 베걸을 굽습니다. 좀 늦게 방에서 나온 아내가 식탁에 앉아 아보가...
    Date2019.01.28
    Read More
  1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색다른 지구인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이 과연 행운인가 아니면 불행인가? 오늘 내가 왜 이렇게 빨리 취직이 되었는가를 알게 되었다. 나의 미모가 뛰어나거나 실력이 출중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충만해서가 아니였다. 그것은 바로 걷잡을 수 없이 많은 수의 색다른 지구인들이 내가 있...
    Date2019.01.28
    Read More
  16.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플라톤 행복론

    플라톤이 말하는 행복의 조건 다섯 가지입니다. 인터넷이나 예화집 같은 데에서 이미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첫째는 재산에 관한 것으로, 먹고 입고 살고 싶은 수준에서 조금 부족한 듯해야 행복하답니다. 재산은 조금 부족한 듯해야 더 값지고 소중하게 여겨...
    Date2019.02.02
    Read More
  17.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용감한 지구인의 방문

    지난 주, 용감한 지구인 4명이 우리집에 왔다. 그들은 멀리 태평양 건너편 한국에서부터 왔다. 4명 모두 여성이며, 미혼이고 미국은 거의 초행길이나 다름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 승용차 밖에 운전한 경험이 없지만 용감하게도 8기통 대형 벤을 빌려서 라스베...
    Date2019.02.02
    Read More
  18.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많은 환난

    서양 우화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물주가 만물을 지으실 때 사람, 당나귀, 개, 원숭이에게 각각 30년씩 수명을 공평하게 주었답니다. 그런데 욕심 많은 인간이 짐승의 수명을 중간에 가로챘습니다. 자기 본래 수명 30년에 당나귀, 개, 원숭이에게...
    Date2019.02.10
    Read More
  19.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미국학교와 한국학교, 무엇이 같고 다를까?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울면서 공부했던 보람을 강하게 느끼는 요즘이다. 나는 약 한달전부터 동네에 있는 공립 초등학교에 교사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오전에는 특수반 프리스쿨에서 근무하고 오후에는 곧 생기게 될 특수반 프리스쿨 오후반을 준비하고 ...
    Date2019.02.10
    Read More
  2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한국판 “의리” 와 미국판 “의리”

    이곳 아리조나의 공립 학교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또 그 전부터 미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단어가 있다. 그것은 바로 "fidelity"와 "accountability" 이다. 여러 교육 논문을 읽으며 이 단어들이 심심치않게 등장하는데, 한영사...
    Date2019.02.1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20 Next
/ 20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