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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울면서 공부했던 보람을 강하게 느끼는 요즘이다. 

나는 약 한달전부터 동네에 있는 공립 초등학교에 교사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오전에는 특수반 프리스쿨에서 근무하고 오후에는 곧 생기게 될 특수반 프리스쿨 오후반을 준비하고 있다. 

처음에는 나를 채용한 교육청 지구인들이 초등반이 아닌 프리스쿨을 제안하여 좀 실망하였다. 나도 모르게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가르치는 아이들이 클수록 더 수준 높은 교사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3살에서 5살 사이의 특수아들을 가르치는 프리스쿨 선생님이 낮게 생각이 되었다. 

그러나 나의 이러한 선입견은 한방에 깨져버렸다. 바로 프리스쿨이던 5, 6학년을 가르치던 교사의 월급이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이러한 선입견과 실망은 곧 기쁨과 환희로 탈바꿈하였다. 

교사의 월급은 일한 경력, 공부한 학력수준에 따라 결정되는 체계였다.     

한 달 남짓 미국 지구인들의 학교에서 써바이벌 모드로 생활하다 보니, 한국에서 교사로 일 할 때와 비슷한 점과 차이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미국이 워낙 크고 다양한 곳이라 학교마다 또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겠지만 아무튼 지금까지 느낀 바는 다음과 같다. 

우선 공통점으로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학교에서 일하는 지구인들은 생각보다 무뚝뚝하고 고독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가르친다는 일이 혼자서 준비하고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일이다 보니, 교실에 틀어박혀서 하루 종일 고독을 씹고 있는 지구인들이 꽤 많았다. 바로 옆 반, 앞 반인데도 아직 통성명도 못한 지구인들이 꽤 된다.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학교의 지구인들은 교육청이나 교육부가 내린 결정이나 행정명령에 상당한 불만과 거부감을 가진다는 것이다. 

얼마전 내가 일하는 학교의 교육청에서 다음 학기부터 등하교 시간을 조정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스쿨버스 운행비를 아끼기 위해서란다. 나는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도 스쿨버스와 관련하여 등하교 시간을 조정하느라 학교가 발칵 뒤집어진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국 학교의 지구인들은 "속상하다, 불안하다, 학교를 옮기고 싶다, 이해가 안된다." 등등 삼삼오오 모여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 이메일을 통해 특성화 학교를 만든다는 광고를 읽게 된 지구인들이 점심식사 시간에 "그 학교에 너나 가라!" 등으로 비아냥 거리는 대화를 듣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인종과 국적을 초월한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또다른 공통점으로는 학교에서 일하는 지구인들이 대체로 소박하고 검소하다는 것이다. 대화하는 내용을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보면 영화에서 보는 "위대한 게츠비"에서나 나올 법한 라이프 스타일은 먼 나라의 일이고 학교의 지구인들은 슈퍼에서 세일 할 때만 특정 브랜드 빵을 사 먹는다는 둥, 꿀사과(Honey Crisp Apple)는 아주 가끔만 먹는다는 둥 앓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일 할 때도 학교에서 일하는 지구인들은 종종 물건을 얼마나 싸게 샀는지는 자랑하는 검소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차이점은 무엇일까?  

가장 큰 차이점은 교육청의 세세한 역할이 크다는 점 그리고 정보화가 깊숙히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빈 교실을 프리스쿨 교실로 꾸미기 위해 필요한 물품들을 주문하는 일, 교과서를 받는 일 심지어 월차를 내는 일 등등 모두 학교 교장 선생님이나 서무과장님과가 아니라 교육청 지구인들과 처리해야 했다. 굉장히 친절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일처리를 하는 교육청 지구인들을 경험하면서 공립교육에서 '교육청'에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두 번째는 미국 학교에서는 입사 서류부터 물품 신청, 월차 신청까지 모든 것을 인터넷 상에서 이메일로 처리하게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다. 나의 이력서, 학적 서류, 신원조회 서류 등등 모든 서류들을 이메일을 통해 접속하게 되는 인터넷 사이트 상에서 자료를 업로드 하고 서명까지 하게끔 되어 종이를 직접 제출하거나 잉크를 머금은 펜을 사용할 일은 거의 없었다. 모든 채용 과정의 서류 처리가 다 끝난 후, 교육청을 방문하여 신입교사 안내를 잘 들었다는 서류에만 직접 볼펜으로 사인을 하였다. 

학교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 심지어는 청소 담당 지구인까지 모두 교육청 주소의 이메일을 가지고 있었다. 물건 수리, 교육 서비스 요청, 물품 구매 등등 모든 일들은 내부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내어 해결하게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일처리가 상당히 빠르고 효율적으로 느껴졌다.    

세 번째는 교사들의 안식이 보장되는 분위기였다. 한국에 있을 때는 신종플루가 걸리거나 암에 걸리지 않은 이상 결근을 한다거나 월차는 내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수업을 빠지게 되면 대신 수업을 할 사람을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동료 선생님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웬만하면 참고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 큰 미덕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미국의 지구인들은 다른 주에서 친구와 놀려왔거나 딸이 스펠링 비 테스트에 나가게 되면 부담없이 월차를 내거나 결근을 하는 모습을 본다. 미리 계획을 하여 자기 대신 수업을 할 대체 교사만 정해지면 모두가 잘 쉬라고 환영해 주는 분위기이다. 

처음에는 "이 지구인들, 좀 너무하는 것 아니야? 학생들은 어떡하라고 이렇게 휴가를 자주 내나?"하는 생각도 하였지만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 여러가지 눈에 보이지 않는 장치들이 있음을 하나 둘 발견하고는 이러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였다.   

미국 교육의 수준이 추락하지 않게 하는 장치란  "충실도(fidelity) 검증" 과 "책무성(accountability) 확인" 시스템이라고 생각된다. 충실도 검증과 책무성에 관해 서는 다음 글에서 더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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