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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아리조나의 공립 학교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또 그 전부터 미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단어가 있다. 그것은 바로 "fidelity"와 "accountability" 이다. 여러 교육 논문을 읽으며 이 단어들이 심심치않게 등장하는데, 한영사전을 찾아보면 "fidelity"는 "충실함, 의리, 지조" 등으로 뜻풀이가 되어 있고, "accountability"는 “책임, 의무, 기업의 책임”등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교육프로그램이나 학교 생활지도를 다루는 글에서 웬일이란 말인가? 영화배우 김보성으로 상징되는 "의리"가 왜 교육논문에서 튀어 나오냐 말이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아 해석이 잘 안 되었던 경험들이 있다. 

또한 거리를 지나가다가 "Fidelity" 라는 가게 간판을 보기도 하였다. 앵? 보아하니 은행이나 금융관련 회사인것 같은데 이름이 왜 "의리"일까라는 궁금증이 가시질 않았다.   

나는 한참만에 "fidelity"와 "accountability"의미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충절, 의리 등을 말할 때에는 주로 사람이나 집단에 대한, 특히 한 집단의 리더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말하는데, 미국에서의 "의리" 즉 "fidelity"는 얼만큼 충실하게 메뉴얼이나 규칙을 잘 따라서 업무를 실행하는냐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영 사전에 보면 "fidelity"를 "세부적인 사항들에서의 정확성"이라는 뜻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나는 요즘 자폐아동들을 교육하는 특화 프로그램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나의 멘토 선생님이 따로 시간을 내어 나를 코칭하고 있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을 개발한 회사의 직원이 와서 멘토 선생님이 나를 코칭하는 모습을 코치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 프로그램을 적용할때 내가 충실하게 할 수 있도록 즉 "fidelity"가 나타나도록 하게끔 코칭해야 한다고 코칭을 한다. 

교육 프로그램을 현장에 적용할때 프로그램을 그냥 소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 프로그램이 얼마나 제대로 적용이 되고 실행이 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 즉 "충성"스럽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미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판 의리" 즉 "fidelity"라는 이름의 회사는 규칙과 절차에 충실하고 성실하게 고객의 돈을 불려준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이름을 지은 것이구나를 깨달았다.  

"Fidelity"를 한국말로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사랑하는 님을 위해서는 규칙과 절차를 뛰어넘어 목숨이라도 바치리라는 뜻의 김보성식 "의리" 또는 논개의 "정절"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의 단어이다.

 한편 "accountability"는 한국말로 번역하면 "책임"이다. 그런데 한국 지구인들은 "책임"을 이야기할 때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책임"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를 번역기에서 찾게 되면 "responsibility"가 튀어 나온다. 

그러나 "accountability"라는 말은 이런 의미와는 좀 다르다. "Accountability"는 거래장부를 꼼꼼하게 살펴서 외상값은 받아 내는 것과 같이 각자가 한 행동이나 업무에 결과에 대해 치뤄야 할 것은 치루고 받아야 할 것은 받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업무현장에서는 accountability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같다.  

미국의 학교에서는 Accountability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여러가지로 알 수 있다.    

우선 각 학급의 이름이 1반, 2반, 금붕어반, 고래반 등으로 불리우는 것이 아니라 미스 페인터 선생님반, 미스터 포터반 등으로 선생님의 이름을 붙여 부른다. 그래서 엄마들이 서로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때 미세스 애너하임 반이었는데 당신 아이는 누구 반이냐?"는 등의 대화를 들을 수 있다. 

특수학생들을 위한 개별교육계획안 회의를 할 때에는 이 결과표는 누가 작성한 것이냐? 이 자료는 누구의 것이냐 등 반드시 "누가" "무엇을" 했는지를 꼭 밝히도록 되어 있다. 언어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누구한테서 받는냐고 선생님의 이름을 물어 보기도 한다.    

학교 물건을 쓸 때에도 사용한 교육청 교육 자료들은 반드시 원상태로 정돈하여 반납하게끔 되어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이나 교육자료부터 교과서까지 많은 물건들을 공유하지만 이 "Accountability"의 개념이 꽤 잘 정착되었기 때문에 무리없이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놀랐던 것은 현재 일하고 있는 학교에 자료실에는 각종 색지, 종이, 복사기, 코팅기 등등이 구비되어 있는데, 돌보는 사람 없이 무인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에서 일할 때는 자료실에 담당 직원이 계셨고, 일일이 반납이 늦어지거나 분실된 물건을 확인하고 추궁해야 자료실이 돌아갔는데, 이곳에서는 각자 "accountable" 하게 잘 이용해서인지 담당자가 없이도 그럭저럭 운영되고 있었다.    

한국말에는 있지만 영어에는 표현 할 수 없는 단어들도 많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신바람"과 "억울함"이다. 

한국에서는 동료 선생님들과 "신바람"이 나서 앞뒤 가리지 않고 밤10시까지 교실에서 일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을 지도하다보면 "선생님, 저 억울해요."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다. 그러나 나는 아직 미국 학교에서 "신바람"이 나서 앞뒤 안가리고 비이성적인 열심으로 일하는 지구인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억울하다"고 울부짖는 학생들은 본 적이 없고  대신 "폭력적이다", "적개심이 가득하다" 라는 표현으로 오르내리는 학생들을 보게 된다.  

한국 지구인들과 미국 지구인들이 일을 할때 문화적으로 참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무엇이 맞고 틀리다기 보다는 서로 다른 관점과 상황에서 일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제 지구인이 되었으니 각 지역의 장점들을 버무려 시너지를 일으켜야겠다. 화이팅!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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