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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10년 전인 1909년 2월 17일 오클라호마에서 '아메리칸 인디언 최후의 전사' 제로니모가 숨졌다. 전날 밤 술에 취한 채 인디언 수용소로 돌아가던 중 마차에서 떨어져 차가운 길바닥에서 잠들었다가 걸린 급성 폐렴이 사인이었다. 미국 기병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영웅의 최후답지 않은 어이없는 죽음이었다.

인디언이란 말이 콜럼버스의 착각에서 빚어졌듯이 제로니모란 이름도 유럽인들 멋대로 지은 것이다. 본명은 '하품하는 사람'이란 뜻의 고야슬레였는데, 가톨릭 성인 제로니모(스페인어 헤로니모를 영어식으로 읽은 것)의 축일에 멕시코 마을 카스키예를 기습해 인디언을 끔찍이 싫어하던 도미니크 신부를 활로 쏘아죽이고 달아나자 그런 별명이 붙었다.

제로니모는 1829년 6월 아리조나주의 노도욘 계곡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아파치족의 한 갈래인 베돈코헤족의 추장이었다. 할아버지가 죽고 아버지가 추장이 됐으나 제로니모가 어릴 때 세상을 떠났다. 1858년 교역을 위해 부족 전원이 카스키예 인근에 머물던 중 전사들이 외출한 틈을 타 멕시코군이 공격해 학살극을 저질렀다. 이때 제로니모는 아이 셋과 어머니, 아내를 잃었다. 복수심에 불탄 제로니모는 신출귀몰한 전술로 멕시코군과 미군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제로니모 부대는 멕시코와 미 남서부 일대에서 맹위를 떨쳐 백인 아이들은 "제로니모가 온다"고 하면 울음을 그칠 정도였다고 한다.

1874년 미국 정부는 4천여 명의 아파치족을 아리조나 중동부의 산칼로스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강제이주시켰다. 수렵과 채집으로 이동하며 살던 아파치족은 보호구역 생활을 견디기 힘들었다. 1881년 제로니모는 아파치족 1천500여 명을 이끌고 보호구역을 탈출했다. 제로니모는 빼어난 지략과 용맹으로 뒤쫓는 미군 기병대를 여러 차례 괴롭혔으나 중과부적이었다. 1886년 9월 3일 제로니모가 항복할 당시 5천 명의 미군 토벌대에 맞선 아파치족은 여성과 아이를 포함해 36명에 지나지 않았다.

포로가 된 제로니모는 플로리다 감옥에 수감됐다가 앨라배마로 이송돼 가족과 재결합했고, 1894년 오클라호마 수용소로 옮겨졌다. 그곳에선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가 됐다. 1901년 루즈벨트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될 정도로 유명 인사가 됐으나 앵글로 색슨족이 건설한 '위대한 미국'을 빛나게 해주는 들러리였다. 1898년 오마하의 국제박람회와 1904년 세인트루이스 만국박람회에서는 살아 있는 전시품으로 구경거리가 됐다. 

제로니모도 차츰 이런 분위기에 적응해갔다. 자신이 지닌 물건에 사람들이 관심과 흥미를 보인다는 것을 알고 사진에 사인을 해서 파는가 하면 옷의 단추를 떼서 판매하기도 했다. 마지막 순간에도 직접 만든 활과 화살을 내다 팔고 돌아오는 길에 변을 당했다. 1905년에는 구술로 자서전을 남겼는데,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책에 싣겠다는 생각으로 기록자의 질문에는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제로니모는 사후에 전설로 남았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 공수부대원들은 그의 용기와 헌신을 기리는 뜻으로 "제로니모!"라고 외치며 비행기에서 뛰어내렸다. 그를 소재로 한 영화도 여러 편 제작됐고 제로니모와 아파치란 이름의 컴퓨터 게임도 등장했다. 미국 휴즈사(맥도널드 더글러스에 매각됐다가 보잉에 흡수됨)가 제작한 공격용 헬리콥터 이름도 아파치다.

그러나 제로니모의 무용담이 부풀려졌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는 수천 명의 기병대가 수십 명에 불과한 게릴라 부대를 쫓아다닌 토벌전이어서 미군의 피해가 크지 않았는데도 공적을 자랑하고 싶은 군인들과 선정주의에 매달린 황색 언론들이 제로니모의 전투력을 과장하고 아파치족의 잔인성을 부각했다는 것이다.

제로니모는 오클라호마 수용소의 묘지에 묻혔으나 무덤이 도굴되고 두개골이 도난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예일대의 비밀 사교단체가 범인으로 지목됐는데, 해당 단체는 부인했다. 제로니모의 100주기인 2009년, 제로니모의 후손이 예일대를 상대로 유골 반환 청구 소송을 내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1년에는 미군 특수부대의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을 '제로니모 E-KIA'라고 명명해 원주민 그리고 지식인의 반발과 비판을 산 일도 있었다.

제로니모가 숨을 거두기 5일 전 윌리엄 듀보이스를 비롯한 미국의 흑인 지도자와 백인 지식인들은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National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Colored People)를 결성했다. 노예 해방을 선언한 링컨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인종차별 철폐와 인권 향상에 힘을 모으기로 결의한 것이다. 그러나 이 모임에 원주민을 위한 자리는 없었다. NAACP 창립 100년 만에 흑인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이 땅의 원래 주인이던 인디언은 조상 대대로 살던 터전에서 쫓겨난 것은 물론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인디언은 제국주의 시대의 희생자고 자본주의 사회의 부적응자다. 그러나 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모습과 인간을 대하는 태도는 오늘날 인류가 떠안은 숙제에 놀라운 지혜와 통찰을 준다. 

"그대들은 어떻게 저 하늘이나 대지의 온기를 사고팔 수 있는가? (중략) 우리는 대지의 한 부분이고 대지는 우리의 한 부분이다. 향기로운 꽃은 우리의 자매이다. 사슴, 말, 독수리, 이들은 우리의 형제다. 바위산 꼭대기, 풀의 수액, 조랑말과 인간의 체온은 모두가 한 가족이다."(인디언 추장 시애틀의 연설), 

"내 뒤에서 걷지 말라. 난 그대를 이끌고 싶지 않다. 내 앞에서 걷지 말라. 난 그대를 따르고 싶지 않다. 다만 내 옆에서 걸어라.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도록."(인디언 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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