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칼럼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newshin.JPG

 

 

나는 요즘 작은 수첩에 사람들의 이름을 적고는 혼자서 그것들을 읽어보고 외운다. 만나는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사람들이 모두 영어 이름을 사용하기에 발음하기도 익숙하지가 않고 잘 외워지지도 않는다. 순수한 영어 이름이라면 그나마 좀 나은 편인데 중동에서 왔다든지 아니면 인도 출신이라고 하면 그 이름이 더 생소해서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조차 알쏭달쏭이기 일쑤다. 

이름을 모르면 사람과 마주쳐도 인사 한마디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 영어도 잘 못하는데다가 이름까지 모르니 그야말로 싸가지 없는 어글리 코리안이 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내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름을 많이 외워야 하는 까닭은 새로운 직장에 취직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학생들의 이름 외우기가 필수인 교사로 말이다. 

프리스쿨 꼬마들은 생색을 내면서 자기 이름을 잘 안 가르쳐 주기도 한다. 이름을 물으면 모기 소리 만큼 작은 소리로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럴때면 버럭 화를 내고 싶지만 어글리 코리안이 될까봐 참는다. 그리고 아이들의 사물함에 붙은 이름표를 보거나 아니면 교실벽 어딘가에 붙어 있을 학생 리스트를 찾아 교실을 헤맨다. 그나마 우리 반 학생들의 이름은 단박에 외웠다. 학생이 3명밖에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이름이 적힌 서류들을 하도 많이 들여다 봐서 저절로 외워졌다.

한국에서는 학생이 먼저 학교에 전학 와서 등교를 하고 그 학생의 서류들, 예를 들면 생활 기록부, 건강기록부, 가정환경조사서 등은 한참 후에야 담임 교사에게 전달되는 일이 허다했다. 사람을 먼저 만나고 그 학생에 대한 배경을 나중에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특수교육에서는 반대이다. 학생에 관한 서류가 먼저 도착하고, 그 학생의 부모를 만나고 나서야 비로서 학생의 얼굴을 보게 된다. 

뭐가 먼저든 무슨 상관이냐 싶겠지만 이 두 가지를 경험해 보니 많은 차이가 있다고 느껴진다.

이곳에서는 한 학생이 특수학급으로 입학하고자 하면 먼저 서류가 한 뭉탱이 인터넷으로 전송된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3살에서 5살 사이이므로 대부분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의 3년~5년간의 의료 기록과 교육 경험 등을 담고 있는 서류들이 전송된다. 꽤나 자세한 기록들이 담겨있다. 

예를들면 "영철"이는 몇월 몇일에 제왕절개를 통해 몸무게 몇 파운드로 태어났고, 한 살이 되었을 때 몇 단어의 말들을 했으며 언어치료는 언제 시작하게 되었는지 등에 대한 정보들이 담겨있다. 또 어떤 기관에서 누구 의사선생님에게 어떤 검사지로 몇가지 심리 검사를 받았으며 그 결과  영철이는 정상 범주에서 어느 정도 뒤떨어져 있는지 등이 숫자화 되어 문서에 실려 있다.

검사기록도 엄청나게 자세하다. 

시력과 청력 검사는 기본이요, 학생의 장애에 따라 각종 심리검사, 인지기능 검사, 운동기능 검사, 정서검사 등을 받고 나서 그 결과와 전문의의 해석이 자세하게 문서에 기록되어 있다. 우울정도, 감정의 기복, 집중력, 반사회적 성향 등등이 기록되어 있다. 

또한 전에 다녔던 학교나 기관의 선생님들의 기록도 자세히 나와있다. 수업시간에 어떻게 행동하는지, 화가 나면 어떤 식으로 떼를 쓰는지 친구들과는 어떻게 지냈는지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기록하여 읽는 나로 하여금 충분히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게끔 한다. 심지어 부모님이 어떤 장애를 지니거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지도 나와있다. 그래서 특수교사는 자료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비밀 보장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나는 학생들을 글자와 숫자로 먼저 만나면서 여러가지 상상을 했다. 어떻게 생겼을까? 화가 나면 어느 정도 크기의 목소리로 얼만큼 오래 소리를 지를까? 힘이 셀까? 등등 말이다. 

이렇게 글자와 숫자로 학생을 접하고 드디어 얼굴 대 얼굴로 대면하게 되면 새로운 기분이 든다. 그 아이에 대해 만나자마자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아이가 하는 행동의 대부분을 이해하는 눈을 가지게 된다. 혹시라도 아이의 행동 중에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마치 영어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단어를 만나면 얼른 영어 사전을 뒤적이는 것처럼 그 학생의 자료들을 들쳐 보곤 한다.

이 시점에서 한국에 있는 또는 한국에서 온 학부모 지구인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 싶다. 

일전에 한국에서 일할 때, 우리 반 학부모들이 단체로 자녀의 심리 검사를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하였다. 이리 저리 알아 본 결과, 어느 날 학교 식당에 어떤 아줌마가 자리를 잡고 있으면서 글쓰기 및 책읽기 그룹 과외를 신청하면 공짜로 또는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적성검사를 해 준다고 했던 모양이었다. 아이들을 데리러 왔던 학부형들이 그만 그 꼬임에 넘어가 너도 나도 적성 검사를 받고는 우리 아이는 장차 커서 법률 쪽으로 나가야 하겠네 또는 의사가 되야 겠네, 방송계통에서 일을 해야 겠네 등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되고는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 한 학부모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니, 어머님, 싸게 해 준다고 동네 미장원에서 피부암 검진 할 겁니까?" 암검진이나 심장 엑스레이 촬영 등을 헐값이나 저렴한 가격에 떨이 상품으로 해 주지 않는 것처럼 제대로 된 심리 검사나 적성검사는 값을 깎거나 무엇을 팔기 위해 부록 상품으로 실시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검사들은 검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검사 결과를 해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눈에 보이지 않는 지능, 심리, 적성 등의 검사를 받을 때는 반드시 제대로 된 기관에서 적절한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받아야 한다. 

예를 들면 정신과 의사 또는 심리검사 자격증이 있는 심리학 박사, 학교에서 일하는 심리 상담사 등이다.   

지구인들이여! 자녀를 나타내는 숫자와 글자에 돈과 시간을 아끼지 마시라!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가까이 하기엔 안전하지 않은 당신

    세계가 하나가 되고 있다. 며칠 전, 저 멀리 중국에서 무서운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고 있고, 중국의 정부에서 무서우리 만큼 강력하게 국민들을 통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어느새 그 바이러스가 한국, 일본, 주변 동남아 국가까지 퍼지고 이제는 태평...
    Date2020.03.24
    Read More
  2.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계속되는 1619의 역사

    통행금지. 이것이 왠말인가? 미국에서 처음 당해보는 일이다.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무서운 것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 의해 대낮에 거리에서 무참히 목숨을 잃었다는 것, 그리고 그 일을 통해 그나마 가느다랗게 연결되고 있었던 피부색이 다른 사...
    Date2020.06.11
    Read More
  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공간을 함께 하기. 활동을 같이 하기 - 함께 하는 첫 단추

    지난 일요일. 좀처럼 시청하지 않는 실시간 미국 공중파 방송을 보았다. 한국 영화가 어쩌면 오스카 상을 몇 개 받을지도 모른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과연 소문대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여러 분야에서 상을 받는 감격을 선사했다. 많은 사람들은 ...
    Date2020.02.18
    Read More
  4.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공부를 못하는 것은 누구 탓일까?

    여러분은 혹시 이웃집 아줌마가 우리 집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하지 않아 성적이 좋지 않다라는 푸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또는 머리는 괜찮은 것 같은데, 도무지 공부에 취미를 보이지 않거나 노력은 하는 것 같은데 성적이 안 좋은 학생에 대해 ...
    Date2018.12.30
    Read More
  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관성의 법칙(the law of inertia) VS 전환의 법칙(the law of transition)

    며칠 전, 막내 아이가 식탁 위에서 물병을 뱅뱅 돌리다가 멈추며, 물병 안의 물을 보라고 하였다. 물병은 회전을 멈췄는데도 물병 안의 물은 여전히 회오리 치며 돌고 있었다. "아! 관성의 법칙 때문에 그렇구나." 중학교때 배웠던 과학 이론이 생각났다. 관...
    Date2019.06.01
    Read More
  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괘씸한 동화

    미국에서 특수교사를 시작한 곳은 프리 스쿨이었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미국 교육과 한국 교육의 극명한 차이를 확실히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미국의 프리 스쿨은 3살에서 5살 사이의 유아들이 다니는 곳이다. 5살부터는 유치원에 입학하게 되고, 미국에...
    Date2021.03.05
    Read More
  7.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교장실에 불려가다

    한국에 사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장실에 들어 가 볼 일이 거의 없다. 심지어 학창시절에 교장 선생님과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눠 본 경험도 극히 드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교장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는 학생들은 대개 두 부류이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
    Date2019.09.17
    Read More
  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교통사고로 인지기능이 낮아질 수도 있다!

    특수교육을 공부하면서 저를 깜짝 놀라게 했던 사실은 바로 교통사고나 트라우마 등으로 뇌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11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트라우마로 인한 뇌손상은 약 170만명이 앓고 있는 흔한 증상이라고 합니다. 트라우마로 뇌손상...
    Date2018.11.11
    Read More
  9.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군대 같은 학교, 병원 같은 학교. 당신의 선택은?

    요 며칠 페이스북을 뚫어져라 검색하고 있다. 군대 간 딸의 모습을 페이스북에서 찾아 볼 수 있을까 해서이다. 딸이 소속된 부대에서 부모님들을 위해 부대 소식, 훈련 영상, 그리고 훈련 스케줄 등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참 좋고 편리...
    Date2020.02.04
    Read More
  1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굿바이 2019, 핼로우 2020

    2019년이 끝나간다. 독자들이 이 글을 읽을 때에는 벌써 2020년일 것이다. 2020년은 경자년(庚子年) 쥐띠해라고 한다. 2019년은 돼지띠였다고 한다. 미국에 와서 5번째 성탄과 새 해를 맞이하지만 올 해의 성탄과 새해는 개인적으로 유난히 바쁘고 여유가 없...
    Date2020.01.05
    Read More
  1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글자와 숫자로 만나는 지구인

    나는 요즘 작은 수첩에 사람들의 이름을 적고는 혼자서 그것들을 읽어보고 외운다. 만나는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사람들이 모두 영어 이름을 사용하기에 발음하기도 익숙하지가 않고 잘 외워지지도 않는다. 순수한 영어 이름이라면 ...
    Date2019.04.02
    Read More
  12.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난독증(難讀症 Dyslexia) -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

    청력이 좋지 않아 보청기를 사용해야 하지만, 보청기를 끼면 소리만 크게 들릴 뿐 이상하게 사람 말소리는 잘 못알아듣겠다고 하면서 보청기를 잘 안 끼는 어르신을 본 적이 있는가? 이러한 현상을 이상히 여기지 말라. 보청기를 끼고 사람 목소리를 알아듣기...
    Date2020.07.27
    Read More
  1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내 안의 ADHD

    한국에서 살다가 미국에서 사니 좋은 점이 한가지 있다. 처음에는 불편한 점일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점으로 생각된다. 그것은 바로, 미국에서는 하루에 중요한 일 한가지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미국에서는 멀티테스킹이 거의 불가능하다...
    Date2019.02.24
    Read More
  14.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너의 신발을 신고

    요즘 나는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중이다. 태어난 것이 아니라 태어나고 있다는 말이 좀 어색하게 들릴 수 있지만, 내 나름대로 뭔가 기존의 것을 버리고 새로와지고 있다는 표현이다. 한국에서 교사로 있을 때에는 '갑'의 위치에서 학생들이 나에게 ...
    Date2019.10.31
    Read More
  1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뇌전증(腦電症)에 대하여

    뇌전증(腦電症)? 간질의 새로운 이름이다. 2009년에 대한뇌전증학회에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그동안 '간질'로 불려 졌던 병을 '뇌전증'이라고 부르기로 했단다. 영어로는 Epilepsy라고 부른다. 뇌전증에 대해 누구나 한두 마디씩은 들어...
    Date2020.11.06
    Read More
  1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다르게 대우하면서도 공평하게 -형평성(Equity)

    수요일은 학교가 일찍 끝나는 날이다. 따라서 나도 좀 일찍 퇴근 할 수 있다. 수요일 아침, 빨리 퇴근 할 생각에 발걸음도 가볍게 출근했던 나는 오후에 회의가 있다는 소식에 실망감에 휩싸였다. "아이고, 오늘도 학생들 하교 후, 전체 회의가 있다니&hellip...
    Date2019.12.05
    Read More
  17.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다시 학교로 돌아 갈 수 있을까?

    대학교를 다닐 때 이반 일리치의 "탈학교 사회(Deschooling society)"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제목이 말해 주듯이 학교가 사회악의 근원이므로 학교를 없애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을 다룬 책이었다. 일리치는...
    Date2020.06.17
    Read More
  1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당신의 아이는 잘 자라고 있나요?

    특수교육을 공부하고 그 분야에 몸을 담고 있다 보니, 어디를 가든지 꼬마 지구인들을 보면 이 꼬마가 잘 자라고 있는가 아니면 지금 도움이 필요한가를 나도 모르게 유심히 지켜보게 된다. 젊은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생각보다 많은 엄마들이 아기...
    Date2019.04.30
    Read More
  19.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당신의 아이는 잘 자라고 있나요? (2)

    지난 주에 이어 영유아 지구인들의 발달단계에 대해 다루어 본다. 지난 번에는 아기 지구인들의 언어 발달 단계에 대해 소개했다. 생각보다 많은 지구인들이 도움을 받았다는 연락을 주었다. 의외로 교육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 조차도 발달단계에 대해 ...
    Date2019.05.07
    Read More
  2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대기만성(大器晩成), Late Bloomer의 가치

    한국은 요즘 "자사고 폐지" 문제로 시끌 벅쩍 하다. 한국에는 여러 종류의 고등학교가 있다. 최근에 없애느니 마느니 난리가 난 "자립형 사립학교"를 비롯하여, "과학 고등학교", "외국어 고등학교", "국제 학교" 등이 있고, 검정고시를 봐야 학력을 인정 받...
    Date2019.07.2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20 Next
/ 20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