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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교사로 있을 때에는 '스승의 날'이 늘 좀 쑥쓰럽고 부담스러운 날이었다.

학생들이나 학부모님들이 많은 선물과 꽃다발, 그리고 행사를 벌여주곤 했지만 왠지 진심으로 이것들을 한다기 보다는 남들이 하니까 해주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반마다 학부모들의 열성에 따라 선생님들에게 표현하는 감사의 정도가 달라 좀 비교의식이 생기기도 하고 주눅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차라리 스승의 날에 선생님들에게 하루 휴가를 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미국에는 '스승의 날'이라고 정해진 날은 없지만, 각 학교마다 'Teacher Appreciation Week', 즉 '선생님 감사 주간'을 정해 놓고 나름대로 특별한 이벤트를 벌인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일주일간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다는 취지로 학부모회(PTO) 주관으로 몇가지 이벤트를 벌였다. 

대부분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요일별로 하루는 베이글과 커피, 다음 날은 쿠키와 캔디, 그 다음 날들은 중국 음식점과 피자가게에서 점심거리를 주문해서 선생님들이 뷔페식으로 점심 식사를 하게 하였다. 이 외에도 교직원 화장실을 예쁘게 장식하고 초콜렛 등을 두어 좀 특별한 주간이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했다. 학급별로 어떤 학부모들은 빵이나 쿠키를 구워와서 선생님께 선물로 주기도 했다.

예전에 막내 아들이 다니던 학교에서는 가정통신문에 요일별로 선생님께 드릴 선물 리스트가 실려 있기도 했다. 예를 들면 월요일에는 사과, 화요일에는 사탕, 수요일에는 감사 카드 등등 작고 의미 위주의 선물 리스트 들이었다.  

학부모가 운영하는 가게에서는 하루 날을 잡아 선생님들에게 특별 할인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두 나라의 스승의 날 행사를 비교해 보니, 문화에 따라 "선생님"에 대해 생각하고 기대하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우선 teacher와 스승은 그 무게감부터 다르다.  

미국 공교육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은 미국에서의 교사의 시작은 미대륙 개척 초기에 동네에서 아이들을 모아 읽기, 쓰기, 셈하기 등 기본적인 교육을 시키기 위해 동네 아줌마나 교회 중심으로 학교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교육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서당'은 은퇴한 관료나 학자등이 아이들을 모아 천자문에서 부터 시작하여 고전 작품들을 가르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선생님"은, 미국에서는 적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의미있는 일을 하는 사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직업인으로 인식한다는 느낌을 받는데, 한국에서는 뭔가 도덕적이고 고귀한 거의 성직자와도 같은 인격과 실력을 갖춰야 하는 것으로 사명으로 생각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명칭을 보아도 '선생'은 관직에 있는 사람을 높여 부르는데에서 시작되었고 유래는 중국 남송시대라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선생"이란 호칭은 학식과 덕이 높은 사람에게만 붙이는 호칭이어서 퇴계 이황 같은 대학자도 "선생"이라고 불리기를 꺼려 했을 정도 였다고 한다. 

"스승"이란 명칭은 "선생"보다 한술 더 뜨는 고귀한 타이틀이었다.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여자 제사장 즉 임금의 선생님을 뜻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옛날에는 무당 즉 제사장이 굉장히 높은 지위였고, 이들이 왕에게 각종 조언과 나랏일에 대한 코치를 했으니 이들을 "스승"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이에 비해  Teacher의 어원은 'teach'는 내보이다, 가리키다의 뜻을 갖는 고대영어 'taecan'에서 왔다고 한다. 존경이나 신분을 나타내기 보다는 기능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단어인 셈이다. 

이처럼 명칭에서부터 "선생"과 "Teacher"는 큰 차이가 있다.

사회적인 기대치도 다르다. 

한국에서는 "선생님"에게 거는 기대가 참 크다. 즉 "선생님"은 학생에게 있어서 부모나 왕과 다름 없는 존재여야 한다고 말한다. 선생님은 전문적이지만 노동자는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선생님들이 파업을 한다거나 노동조합을 결성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비난을 하거나 타락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Teahcer를 바라보는 마음이 다른 직업의 지구인들에게 거는 기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껴진다. 자기가 맡은 일을 충실히 하길 기대할 뿐이지 Teacher에게 부모나 왕의 헌신과 권위를 요구하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작년 가을, 미국 여기 저기에서 선생님들이 들고 일어나 시위를 하고 그 때문에 학교를 휴교할 때에도 사람들이 Teacher들을 비난하거나 나무라지 않았다. 왜 대학교육까지 받았는데 월급이 이렇게 적냐를 가지고 화제를 삼는 일 정도였다. 또 선생님이 개인 휴가를 가기 위해 학교를 빠지고 보조 교사를 불러도 그것을 특별히 문제 삼지 않는다.      

무엇이 더 좋고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만약 선생님에게 부모와 같은 헌신과 사명을 기대한다면 그에게 부모만큼의 신뢰와 권위를 주어야 겠다. 

Teacher의 주된 역할이 가르키고 보여주는 것 그 이상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부모가 할 일은 부모가 하고 Teacher가 해야 할 일은 마땅히 Teacher가 하도록 요구할 수 있어야 겠다.  

갑자기 성경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그런즉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 하시니"

마태복음 22장 21절.

"그런즉 선생님에게는 선생님의 기대와 존경을, Teacher에게는 teacher의 기대와 요구를"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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