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아리조나뉴스
조회 수 9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new1.JPG

 

 

아리조나주에 사는 사라 아이젠만(43)은 겨우 21살의 나이부터 머리가 하얗게 셌다. 흰 머리를 감추려면 2주에 한 번은 염색을 해야 했다. 그녀는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보니 은발이 되어 있었다. 말 그대로 정말 하룻밤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어린 나이라 굴욕감이 심했고 강박적으로 염색을 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둘째 아들 아베(8) 출산을 몇 시간 앞두고도 병문안 올 사람들이 자신의 '노화'를 눈치챌까 전전긍긍하며 염색부터 먼저 했다. 아이젠만은 노화의 상징인 흰 머리카락을 수치스럽게 생각했으며 언제나 염색을 그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두었다. 그렇게 15년을 염색약과 씨름했다.

그러던 그녀에게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아이젠만은 "흰 머리보다 자녀 양육이 중요해지면서 우선순위였던 염색은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밝혔다. 아이젠만은 "어느 날 문득 염색에 집착하는 나 자신이 불쌍해졌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아 스스로 미안했다"고 설명했다. 남편의 지지도 한몫했다. 그녀는 "남편이 나의 은발을 매우 아껴주었다. 남편의 지지가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염색약을 붙들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점차 염색에 대한 강박을 버리려 노력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다른 가족과 친구, 학부모 사이에서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아이젠만은 "특히 아이들 학교 엄마 무리에서 공연히 입에 오르내리고 싶지 않았다. 염색을 하지 않고 은발을 유지하는 것이 괜한 소란을 일으킬 것만 같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가지의 커다란 깨달음이 그녀를 해방시켰다. 아이젠만은 "머리카락 색에 대한 나의 수치심이 내 안에 숨겨져 있던 다른 수치심들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수치심들은 사회의 편견과 세뇌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자신의 은발이 일종의 왕관이라는 점 역시 깨달았다. 쉽지 않겠지만 그 무게를 감당한다면 자신은 물론 나아가 자녀들 역시 자유로워지리라 생각했다. 그녀는 그렇게 15년간 이어온 염색을 중단했다. 

주변의 시선은 엇갈렸다. 그녀는 "염색 머리에서 자연 그대로의 은발로 넘어가는 과도기 동안 일부 잘난 척하는 엄마들과 색안경을 낀 사람들에게 외면당했다"고 말했다. 친구들 역시 늙어 보일 게 분명하다, 마녀처럼 보일지도 모른다며 그녀의 결정을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주위의 시선과 판단은 중요치 않았다. 일단 결심을 굳히자 염색 중단은 재탄생의 기회가 됐다. 아이젠만은 먼저 평소 입고 싶었지만 시도하지 못했던 옷들을 과감하게 입기 시작했다. 그녀는 "모든 종류의 스카프와 머리띠를 이용해 이전의 나와 새로운 나 사이에서 춤추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제 염색 머리보다 자연스러운 은발이 더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아이젠만은 "내 은발은 해변의 아름다움과 사막의 순수한 빛을 반사시키며 반짝반짝 빛났다. 염색의 노예에서 벗어나고 나는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고 행복해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도 발간했다. 모두가 그녀의 결정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염색약을 버린 것이 지금까지 살면서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여성의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며 뿌듯해하고 있다. 아이젠만은 "내 은발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 자유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도 집을 나설 때마다 그녀는 두 가지 시선과 마주한다.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은발을 한 그녀에게 경외심을 가지고 머리카락을 만져봐도 되는지 묻거나 칭찬을 건네는 사람들도 있지만, 곁눈질과 노골적인 시선도 심심찮게 날아든다. 아이젠만은 "우리 사회는 노화를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치부하고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폐경기 여성은 숨어서 살아야 하는 늙은이로 취급한다. 여성에게 젊음만을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사회 전면에서 나이 든 여성을 자주 찾아볼 수 있어야 한다. 자신감과 진실성을 가진 자유롭고 현명한 중년 여성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에 대한 지혜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건강한 사회의 초석"이라고 주장했다. 

15년간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들킬까 두려워하며 '비싼 독약'을 머리카락에 쏟아붓고, 그것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선물이 될 것이라고 자위하던 그녀는 이제 노화를 포함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삶에서 얻는 즐거움을 역설하고 있다.

?

List of Articles
제목 날짜
룸메이트 반려견 목 자른 후 이삿짐 속에 넣어둔 벅아이 남성 체포 file 2019.06.30
아리조나의 엄마, 15년 염색 강박에서 벗어나 빛을 발하다 file 2019.06.30
아리조나주 서류미비자 수, 지난 10년 간 약 22만 명 줄었다 file 2019.07.02
맥도날드에 아이 혼자 두고 카지노에 간 '정신 나간' 엄마 체포돼 file 2019.07.02
피닉스 국제공항서 19세 남성 묻지마 폭행으로 보안요원 5명 부상 file 2019.07.02
한국형 통합 병원정보시스템, 아리조나 병원에 진출했다 file 2019.07.06
연방보안관 사칭하며 라빈 주택 털었던 강도범 2명 체포 file 2019.07.06
아리조나 주민 평균연령 8년새 2살 올라 상승세 전국 2위 file 2019.07.06
아리조나의 기업 서프, '차내 엔터테인먼트' 시장 패권 노린다 file 2019.07.07
템피시 천년의 모습을 사진 한 장에 담으려는 프로젝트 진행중 file 2019.07.07
심장마비 17분 후 깨어난 피닉스 여성의 고백 "난 천국을 보았다" file 2019.07.07
밸리의 한여름 최고기온, 언제 그리고 몇 도까지 치솟았을까? file 2019.07.07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대신 유기견과 함께 한 아리조나 주민들 file 2019.07.13
"손님 불편해한다" 템피 경찰관들 쫓아낸 스타벅스, 논란 일자 사과 file 2019.07.13
라이트가 지은 아리조나의 탈리어센 웨스트, 세계문화유산에 지정 file 2019.07.13
피닉스 한 공사장 시멘트 더미에 빠진 너구리, 다행이 구조 file 2019.07.14
'성조기 운동화' 논란 나이키에 아리조나주 "공장건설 지원 취소" file 2019.07.14
법원, 멕시코 국경장벽 착공금지에 이어 국방예산 전용도 금지 file 2019.07.20
팝가수 비욘세, 아리조나 하바수파이 폭포에서 기습 뮤비 촬영 file 2019.07.20
마리코파 카운티 내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감염자 올해 첫 사망 file 2019.07.20
Board Pagination Prev 1 ...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 ... 146 Next
/ 146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