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칼럼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newshin.JPG

 

 

한국은 요즘 "자사고 폐지" 문제로 시끌 벅쩍 하다. 한국에는 여러 종류의 고등학교가 있다. 최근에 없애느니 마느니 난리가 난 "자립형 사립학교"를 비롯하여, "과학 고등학교", "외국어 고등학교", "국제 학교" 등이 있고, 검정고시를 봐야 학력을 인정 받을 수 있는 각종 "대안 학교"들이 있다. 

미국도 여러 종류의 학교들이 있다. 유명한 사립학교, 종교 재단이 운영하는 학교, 특성화 된 챠터 스쿨, 예술 학교, 온라인 학교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모들은 자녀를 집에서 가까운 동네 고등학교로 보내지 않고 왜 이런 특별한 학교에 보내려고 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교육 철학이나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특별한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대체로 자녀가 대학 입학 준비를 잘 하기 위해 보내는 것 같다. 동네에 있는 고등학교에 가서는 양질의 AP 과목을 제대로 들을 수 없고, 수능 시험이나 SAT 시험을 준비하는 학교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아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쿨 버스를 탈 수 없을지라도, 또는 집을 떠나 기숙사에서 생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학교에 보내는 것이리라!

좋은 성적과 만점에 가까운 SAT 점수를 받아 아이비 리그 대학에 진학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거나 20대에 사회적으로 성공적인 위치에 오르는 것이 거의 모든 부모들의 자녀를 향한 꿈일 것이다. 특히나 요즘은 어린 나이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온통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시대이다. 많은 젊은이들의 꿈의 직장이라고 할 수 있는 페이스북(Facebook)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의 평균 연령이 28세이고 구글(Google) 직장인들의 평균연령은 29세라고 하는 것을 봐서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바짝 공부하여 성공적인 대학 입학 그리고 꿈의 직장 입사는 일반적인 성공 공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TV를 켜면 온통 어린 나이에 성공한 사람들이 화면을 장식한다. 영화배우나 가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10대에 이미 연예계에 발을 들여 놓아야 한다고들 입을 모은다. 운동선수나 예술가들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전문적인 레슨과 훈련을 받으며 각종 대회에서 스펙을 쌓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요즘 이러한 세계적(?) 경향에 찬물을 끼얹는 책을 읽고 있다. Rich Karlgaard가 쓴 "Late Bloomers"라는 책이다.  "Late Bloomer"란 우리말로 대기만성형 인간을 말한다. 즉 많은 노력과 오랜 시간 끝에 뒤늦게 성공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번째는 일찍 성공하고 유명해진 사람들의 갑작스럽고 실망스런 추락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이다. 엘리트 코스를 통해 일찍 꽃피게 되면 그만큼 부작용이 있는 것일까? 두 번째는 예전에 가르쳤던 장애인 제자들 중에 기대 이상으로 씩씩하고  멋진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이다.  

인간의 뇌는 20대가 지나면 더 이상 발전하거나 나아지니 않고 쇠퇴한다는 생각에 조금씩 의문이 생기고, 꾸준히 노력하면 계속해서 발달하는 게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Karlgaard는 대기만성형 인간의 한 예로 타미 슐츠(Tammie Jo Shults)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2018년, 그러니까 작년에 Southwest Airlines 보잉737기가 이륙 20분만에 엔진 고장 및 기체의 유리창 파손으로 인근 공항에 비상착륙 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고로 승객 7명이 다치고 1명이 사망하였다. 56세의 타미 슐츠가 이 비행기의 기장이었다. 사고 당시 타미 슐츠는 한쪽 엔진이 고장 나고 기내 유리창이 파손되어 비명과 구토하는 승객으로 아수라장이 된 게다가 승객 한 명이 유리창 밖으로 빨려 나갈 뻔한 상황 속에서도 5분안에 31000피트 상공에서 10,000 피트 상공으로 비행기를 하강시키며 침착하게 관제탑과 교신을 주고받으며 비행기를 착륙 시켰다. 그녀는 비행기 착륙 후, 조종실에서 나와 승객들 한명 한명을 안아 주며 위로 해주기까지 하였다. 타미의 놀랍도록 침착한 대처는 모든 미국인들을 놀라게 하였으며 많은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타미 슐츠는 어떤 엘리트 교육을 받았을까? 그녀는 뉴멕시코의 Tularosa라는 주민이 2900명 밖에 되지 않는 깡시골에서 자랐다고 한다. 캔자스에 있는 MidAmerica Nazarene University 라는 아이비 리그와는 상관없는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에 공군에 입대하려고 했으나 떨어졌고, 대학원을 진학하게 된다. 대학원 역시 유명 대학 순위에는 이름조차 끼지 못하는 New Mexico University였다.  대학원 재학 중에 해군 장교 예비 학교(Officer candidate school at Naval Air Station Pensacola)에 들어가게 된다. 이곳에서 비행 훈련을 받은 타미는 비행기 조정에 대한 재능과 열정을 발견하게 된다. 이때부터 재능이 꽃 피기 시작해 미국에서 여성 최초로 F/A-18 호넷 전투기를 조종하게 되었으며 1991년 걸프전에서는 비행 훈련 때 가상 적기 조종사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후 소령까지 진급한 타미는 전역 후 93년부터 사우스웨스턴 항공사의 조종사로 일했다고 한다. 타미가 보여 준 숙련된 기술, 침착성, 빠른 상황 판단력 등은 짧은 시간 바짝 공들여 얻어진 재능이 아니라 오랜 시간과 노력 끝에 꽃피워진 결과이다. 자칫하면 비행기가 추락하고 승객 대부분이 사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강철 멘탈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우리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았을 따름이지 대기만성형 사람들의 성공 이야기는 우리 주변 여기 저기에 있다. 요즘 TV만 틀면 나오는 백종원씨도 그렇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그러하다. 65세에 KFC를 창업한 Harlan David Sanders도 그러하다.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도 그러하다. 성경에서 모세는 80세가 되어서야 비로서 민족의 지도자로 나서게 되었다. 다윗도 비록 15세에 왕으로 소명을 받았지만 정작 온전히 통일 왕국의 왕위에 오른 것은 38세가 되어서이다.   

무엇이든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은 시간이 걸린다. 속성, 인스턴트는 반드시 부작용이 있다!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가까이 하기엔 안전하지 않은 당신

    세계가 하나가 되고 있다. 며칠 전, 저 멀리 중국에서 무서운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고 있고, 중국의 정부에서 무서우리 만큼 강력하게 국민들을 통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어느새 그 바이러스가 한국, 일본, 주변 동남아 국가까지 퍼지고 이제는 태평...
    Date2020.03.24
    Read More
  2.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계속되는 1619의 역사

    통행금지. 이것이 왠말인가? 미국에서 처음 당해보는 일이다.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무서운 것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 의해 대낮에 거리에서 무참히 목숨을 잃었다는 것, 그리고 그 일을 통해 그나마 가느다랗게 연결되고 있었던 피부색이 다른 사...
    Date2020.06.11
    Read More
  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공간을 함께 하기. 활동을 같이 하기 - 함께 하는 첫 단추

    지난 일요일. 좀처럼 시청하지 않는 실시간 미국 공중파 방송을 보았다. 한국 영화가 어쩌면 오스카 상을 몇 개 받을지도 모른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과연 소문대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여러 분야에서 상을 받는 감격을 선사했다. 많은 사람들은 ...
    Date2020.02.18
    Read More
  4.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공부를 못하는 것은 누구 탓일까?

    여러분은 혹시 이웃집 아줌마가 우리 집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하지 않아 성적이 좋지 않다라는 푸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또는 머리는 괜찮은 것 같은데, 도무지 공부에 취미를 보이지 않거나 노력은 하는 것 같은데 성적이 안 좋은 학생에 대해 ...
    Date2018.12.30
    Read More
  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관성의 법칙(the law of inertia) VS 전환의 법칙(the law of transition)

    며칠 전, 막내 아이가 식탁 위에서 물병을 뱅뱅 돌리다가 멈추며, 물병 안의 물을 보라고 하였다. 물병은 회전을 멈췄는데도 물병 안의 물은 여전히 회오리 치며 돌고 있었다. "아! 관성의 법칙 때문에 그렇구나." 중학교때 배웠던 과학 이론이 생각났다. 관...
    Date2019.06.01
    Read More
  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괘씸한 동화

    미국에서 특수교사를 시작한 곳은 프리 스쿨이었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미국 교육과 한국 교육의 극명한 차이를 확실히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미국의 프리 스쿨은 3살에서 5살 사이의 유아들이 다니는 곳이다. 5살부터는 유치원에 입학하게 되고, 미국에...
    Date2021.03.05
    Read More
  7.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교장실에 불려가다

    한국에 사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장실에 들어 가 볼 일이 거의 없다. 심지어 학창시절에 교장 선생님과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눠 본 경험도 극히 드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교장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는 학생들은 대개 두 부류이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
    Date2019.09.17
    Read More
  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교통사고로 인지기능이 낮아질 수도 있다!

    특수교육을 공부하면서 저를 깜짝 놀라게 했던 사실은 바로 교통사고나 트라우마 등으로 뇌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11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트라우마로 인한 뇌손상은 약 170만명이 앓고 있는 흔한 증상이라고 합니다. 트라우마로 뇌손상...
    Date2018.11.11
    Read More
  9.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군대 같은 학교, 병원 같은 학교. 당신의 선택은?

    요 며칠 페이스북을 뚫어져라 검색하고 있다. 군대 간 딸의 모습을 페이스북에서 찾아 볼 수 있을까 해서이다. 딸이 소속된 부대에서 부모님들을 위해 부대 소식, 훈련 영상, 그리고 훈련 스케줄 등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참 좋고 편리...
    Date2020.02.04
    Read More
  1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굿바이 2019, 핼로우 2020

    2019년이 끝나간다. 독자들이 이 글을 읽을 때에는 벌써 2020년일 것이다. 2020년은 경자년(庚子年) 쥐띠해라고 한다. 2019년은 돼지띠였다고 한다. 미국에 와서 5번째 성탄과 새 해를 맞이하지만 올 해의 성탄과 새해는 개인적으로 유난히 바쁘고 여유가 없...
    Date2020.01.05
    Read More
  1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글자와 숫자로 만나는 지구인

    나는 요즘 작은 수첩에 사람들의 이름을 적고는 혼자서 그것들을 읽어보고 외운다. 만나는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사람들이 모두 영어 이름을 사용하기에 발음하기도 익숙하지가 않고 잘 외워지지도 않는다. 순수한 영어 이름이라면 ...
    Date2019.04.02
    Read More
  12.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난독증(難讀症 Dyslexia) -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

    청력이 좋지 않아 보청기를 사용해야 하지만, 보청기를 끼면 소리만 크게 들릴 뿐 이상하게 사람 말소리는 잘 못알아듣겠다고 하면서 보청기를 잘 안 끼는 어르신을 본 적이 있는가? 이러한 현상을 이상히 여기지 말라. 보청기를 끼고 사람 목소리를 알아듣기...
    Date2020.07.27
    Read More
  1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내 안의 ADHD

    한국에서 살다가 미국에서 사니 좋은 점이 한가지 있다. 처음에는 불편한 점일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점으로 생각된다. 그것은 바로, 미국에서는 하루에 중요한 일 한가지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미국에서는 멀티테스킹이 거의 불가능하다...
    Date2019.02.24
    Read More
  14.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너의 신발을 신고

    요즘 나는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중이다. 태어난 것이 아니라 태어나고 있다는 말이 좀 어색하게 들릴 수 있지만, 내 나름대로 뭔가 기존의 것을 버리고 새로와지고 있다는 표현이다. 한국에서 교사로 있을 때에는 '갑'의 위치에서 학생들이 나에게 ...
    Date2019.10.31
    Read More
  1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뇌전증(腦電症)에 대하여

    뇌전증(腦電症)? 간질의 새로운 이름이다. 2009년에 대한뇌전증학회에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그동안 '간질'로 불려 졌던 병을 '뇌전증'이라고 부르기로 했단다. 영어로는 Epilepsy라고 부른다. 뇌전증에 대해 누구나 한두 마디씩은 들어...
    Date2020.11.06
    Read More
  1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다르게 대우하면서도 공평하게 -형평성(Equity)

    수요일은 학교가 일찍 끝나는 날이다. 따라서 나도 좀 일찍 퇴근 할 수 있다. 수요일 아침, 빨리 퇴근 할 생각에 발걸음도 가볍게 출근했던 나는 오후에 회의가 있다는 소식에 실망감에 휩싸였다. "아이고, 오늘도 학생들 하교 후, 전체 회의가 있다니&hellip...
    Date2019.12.05
    Read More
  17.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다시 학교로 돌아 갈 수 있을까?

    대학교를 다닐 때 이반 일리치의 "탈학교 사회(Deschooling society)"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제목이 말해 주듯이 학교가 사회악의 근원이므로 학교를 없애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을 다룬 책이었다. 일리치는...
    Date2020.06.17
    Read More
  1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당신의 아이는 잘 자라고 있나요?

    특수교육을 공부하고 그 분야에 몸을 담고 있다 보니, 어디를 가든지 꼬마 지구인들을 보면 이 꼬마가 잘 자라고 있는가 아니면 지금 도움이 필요한가를 나도 모르게 유심히 지켜보게 된다. 젊은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생각보다 많은 엄마들이 아기...
    Date2019.04.30
    Read More
  19.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당신의 아이는 잘 자라고 있나요? (2)

    지난 주에 이어 영유아 지구인들의 발달단계에 대해 다루어 본다. 지난 번에는 아기 지구인들의 언어 발달 단계에 대해 소개했다. 생각보다 많은 지구인들이 도움을 받았다는 연락을 주었다. 의외로 교육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 조차도 발달단계에 대해 ...
    Date2019.05.07
    Read More
  2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대기만성(大器晩成), Late Bloomer의 가치

    한국은 요즘 "자사고 폐지" 문제로 시끌 벅쩍 하다. 한국에는 여러 종류의 고등학교가 있다. 최근에 없애느니 마느니 난리가 난 "자립형 사립학교"를 비롯하여, "과학 고등학교", "외국어 고등학교", "국제 학교" 등이 있고, 검정고시를 봐야 학력을 인정 받...
    Date2019.07.2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20 Next
/ 20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