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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대학교를 다시 다니는 기분이다. 며칠 전 교육청에서 새로 채용된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4일간의 매우 "빡쎈" 신입 교육을 받고, 배치 받은 초등학교로 가서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새학기를 준비하고 있다. 

사오정과 같은 귀로 하루 9시간 이상을 미국인들의 빠르고도 우물거리는 영어를 듣고 있자니 바짝 긴장도 되고 학교에서 유일한 한국인이자 동양인인 것을 은근 의식해서 "어글리 코리안"이 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느라 집에 오면 녹초가 되고 만다.

처음으로 미국 사람들과 일하면서 몇 가지 전에 가지고 있는 환상이 깨졌다. 

첫번째는 미국 지구인들은 한국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예전에 비해 K-POP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해 많이 알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미국인들이 많아졌지만, 내가 만나는 미국인들은 다들 고리타분한 "선생님" 들이어서인지 한국, 더 나아가서 아시아에 대해 별반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고 또 생각보다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두번째로 미국 선생님들이 놀기 좋아하고 성실하지 않다는 둥, 미국의 교육과정은 아주 쉬워서 한국 학생들이 미국 학교에 전학 오면 단번에 탑이 될 수 있다는 말은 10년전에나 통할 말이다. 

예전에 한국에서 교사로 일할 때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연수와 학교에서 하는 연수를 수없이 참여해 봤지만 요 며칠 미국에서 받은 연수만큼 빡빡하고 철저하지는 않았다. 매 강의마다 출석 체크는 기본이요, 연수를 진행하는 강사들마다 강의를 빨리 끝내 주는 일은 거의 없고, 강의 중에 선생님들에게 질문을 수없이 하며, 물론 답을 강요하고, 강의 중간에 도망가는 선생님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새 학기부터 도입되는 수학과 영어 교육과정에 대한 교육도 있었는데,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진단하여 수준에 맞게 교육하는 시스템이 아주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잘 세워져 있었다. 무엇보다 교육내용이 한국과 비교하여 결코 쉽거나 뒤쳐지지 않았다.   

세 번째로 미국인들이 학교 빠지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개근을 강요하지는 않지만 결석, 지각, 조퇴가 아주 철저하게 기록되고 있다. 

각 학교마다 사무실에 '출석체크 및 출석 통계'를 전담으로 하는 직원이 있고, 선생님들은 아침에 한 번, 그리고 점심 먹고 한 번 이렇게 하루에 두 번씩 학생들 출석을 확인하여 컴퓨터 시스템에 입력해야 한다. 만약 입력을 하지 않으면 출석 담당 직원에게 재촉 전화를 받게 된다. 

7시 30분이 1교시 시작 시간인데, 학교 교문은 정확히 7시 30분에 닫히고, 그 이후에는 즉 7시 31분부터는 학교 사무실을 통해서 '지각' 쪽지를 받은 후에만 학교로 들어 갈 수 있다.   

미국 학교에서 배울 점도 많이 있다. 가장 부럽고 한국의 동료 선생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철저한 마무리 및 평가" 와 "위기 관리"이다.  

어제 교직원 회의에서 교장 선생님이 지난 학기 학생들에게 실시한 설문 결과를 설명해 주셨다. 설문에 응답한 학생수가 150명 밖에 되지 않아 결과의 신뢰도가 떨어지지만 설문 결과를 여러 가지 그래프로 작성하여 보여주면서,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참여도가 왜 이렇게 떨어지는지, 어떻게 하면 참여도를 높일 수 있을지, 설문 결과 하나 하나를 조목 조목 따져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한국에서 가르칠 때도 여러 번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지만 이렇게 진지하게 설문 조사 결과를 돌아보는 기회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좋은 게 좋은 것이여~"라는 분위기는 이곳에는 없었다. 

지난 학기에 실시한 AzMERIT(아리조나 주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영어, 수학, 과학 학력평가)의 결과를 상세하게 분석하여, 각 성적이 아리조나 주 평균과 비교하여 어떠한지, 교육청 내 다른 학교들과 비교하여 어떠한지를 교직원 회의 때 살펴 보았다. "우리 학교가 교육청에서 몇 등이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 인종별로 평가 결과가 어떠한지, 사회적 취약계층을 제외했을때에도 인종별로 같은 평가 결과가 나오는지, 년도별로 학생들의 향상 정도는 어떠한지 등 다양한 각도로 평가 결과를 분석하여 학교의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의논하는 모습이 상당히 전문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라운 것은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은 해마다 얼마나 점수가 향상되고 있는지도 살펴 본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본받고 싶은 것은 바로 선생님들의 "위기"를 대비하는 자세이다. 

한달에 한번씩 의무적으로 소방 훈련 및 대비 훈련을 하고 대피를 할 때 학생들은 반별로 어떤 경로로 이동해야 하며 어디로 집결해야 하는지가 아주 구체적으로 문서화되어 있다. 학교에 낯선 사람이 침입했을 경우, 교사는 어떻게 행동하며 학생들은 어디에 대피하거나 어떤 모습으로 숨어야 하는지 그리고 교사가 누구에게 인원 보고를 하고 누구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지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것이 인상 깊었다 . 심지어 학교에 불이 났거나 폭발이 일어났을 때 학교 밖의 어느 곳으로 집결하여 인원 점검을 하고 학부모에게 학생들을 인계해야 하는지도 미리 정해져 있다. 명령 체계표 및 비상연락망도 있어서 큰 일이 있을 때 참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수 교사는 대피를 할 때 "심장 충격기"를 등에 매고, 손에는 무전기를 들고 아이들을 인솔해서 대피해야 한다. 무전기를 통해 전하는 사항들은 모든 동료 특수 교사들과  교감, 교장 선생님이 들을 수 있다.

겁 없이 도전한 미국 학교에서의 교사 생활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물론 올 1월부터 일을 했지만 제대로 신입 교사 교육을 받고 새 학년 새 학기로 시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볼 수 있겠다.  

부디 좋은 것들을 많이 배워서 이 지면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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