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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기 저기서 난리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뉴스와 유튜브가 온통 시끄럽다. 

어느 나라나 사건 사고가 터지고 전염병이 돌긴 하지만, 그 나라나 단체의 건강성은 닥친 위기를 얼마나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처하느냐를 보고 판단 할 수 있다.          

예전의 일이다. 

함께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선배가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공급하는 회사를 차렸다. 그 선배의 말에 따르면 회사 설립 초기에는 아마추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많이 채용했다고 한다.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경우, 특별히 대학에서 전공을 하지 않았어도 혼자 공부하여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이들이 많았기에 그랬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데에서 터졌다고 한다. 아마추어들이 재미있는 소프트웨어를 잘 만들어 여기 저기 판매는 잘 됐다. 그런데 프로그램의 문제가 발생해서 AS를 해야 할 때, 아마추어들이 잘 대처하지 못했다고 한다.  

발생한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통에 그제서야 그 선배는 진정한 고수는 위기 때 실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위기 관리면에서 볼 때, 미국의 학교들은 대비를 잘 한다고 생각된다. 물론 총기난사 사건과 같은 엄청난 사건들이 자주 발생하지만 이러한 사건들은 학교에서 대비를 못해서 일어나는 종류의 일은 아닐 것이다.  

미국 학교에서 일하면서 깜짝 놀란 것은 매월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소방훈련과 "Lock Down", 그러니까 봉쇄훈련(?) 때문이다. 

한국에서 교직에 있을 때도 소방훈련은 한 학기에 한 번 정도씩 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했던 소방훈련은 매우 소란스럽고, 복잡하고 번잡했었다는 기억이 든다. 싸이렌이 울리거나 방송으로 "대피하라"는 안내가 나오면 반 학생들을 한 줄로 세워 운동장으로 나가서 지정된 장소에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교장 선생님이나 주임 선생님이 다 됐다고 신호를 보내면 다시 줄줄이 교실로 들어가는 형태였다. 

가끔 소방훈련 하는 날에 소방차가 와서 신나게 물을 뿌리는 광경을 보여주거나 아니면 소방관 아저씨가 소화기로 드럼통 속에 타오르는 불을 끄는 불쑈를 연출해 주기도 했다.           

그런데, 미국 학교에서 하는 소방 훈련은 아주 조용하고 철저하다. 

먼저 언제 소방 훈련을 할지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그 달의 마지막 주가 되면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이번 달에는 아직 소방훈련을 하지 않았는데 한 달에 한번은 꼭 한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이나 내일쯤 소방 훈련이 있겠지 하고 짐작을 하고 있을 뿐이다.  

수업 중에 싸이렌이 울리면, 각 학급의 선생님들은 학급에 비치되어 있는 '심장충격기' 가방을 매고 아이들을 인솔하여 건물 밖 정해진 장소로 간다. 

학교가 워낙 크므로 모이는 장소는 2군데이다. 각 장소마다 교장 선생님 또는 교감 선생님이 무전기와 출석부를 들고 인원 체크를 한다. 특수반이나 개별지도반에 간 학생들이 제대로 대피했는지 이름을 불러가며 꼼꼼하게 체크한다. 

모든 인원이 빠짐없이 대피했음이 확인되면 그제서야 교실로 돌아가게 신호를 한다. 이때 말을 하거나 소리를 내서는 안된다. 신기하게도 모든 학생들이 조용히 이동하는 것에 잘 훈련되어 있다.  

각 교실에는 화재시 대피할 장소가 그려진 약도가 게시되어 있다. 교실 벽에 부치는 큰 종이는 반드시 불에 잘 안타는 소재로 만들어져야 하며, 교실 문에는 장식물을 붙여서는 안된다. 학교에 정기적으로 소방점검이 나오는데, 이 때 소방관이 와서 다 떼어내라고 하기 때문이다.      

'Lock Down', 즉 '봉쇄훈련'이라는 것도 한다. 이것은 학교에 낯선 위험인물이 침입했을 경우, 교실 문을 잠그고 숨는 훈련이다. 

이때 교사가 해야 할 일은 교실 문을 잠그고 모든 유리창을 가려서 외부에서 교실 내부가 보이지 않게 하고, 학교 사무실로 인원점검 메일을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조용히 학생들과 함께 교실 한 구석에 앉아 있어야 한다.  

그러면 교장 선생님이나 교감 선생님이 위험 인물처럼 복도를 돌아다니며 교실 문을 이리 저리 흔들어 본다. 

지난  Lock Down 훈련때 나는 교실문을 잠근다는 것을 그만 열어놓아 교장 선생님이 와락 교실에 침입하는 일이 발생했다. 아주 무섭고 서로 민망한 순간이었다. 학생들이 아주 놀라고 무서워했다! 

만약 'Lock Down' 훈련을 할 때 또는 진짜로 'Lock Down'을 하는 경우에 화장실에 있게 된다면, 그냥 화장실 안에 문을 잠그고 있어야 하며, 원칙적으로는 복도에서 문을 열어 달라고 호소해도 안에 있는 사람들이 교실문을 열어 주어서는 안된다.       

이런 훈련 뿐만 아니라 불이 나거나 총기 사건 등이 나서 학교를 탈출해야 할 경우, 학교 이외의 집결 장소도 미리 정해져 있다. 대체로 집결 장소는 근처의 큰 교회나 공원인데, 교사는 학생들을 인솔해서 정해진 장소로 이동해서 기다려야 한다.  

매년 교사와 학교에서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의 연락처, 집주소가 업그레이드 되어 종이서류와 이메일로 배부되며, 원시적인 것 같지만 비상연락망도 화살표로 표시되어 비상시 신속하게 연락 할 수 있게끔 정해져 있다.  

학교 사무실에는 전교생의 전화번호와 주소가 비치되어 있어, 스쿨버스를 놓치거나 사고가 발생하면 여기저기 뒤적이지 않고도 단번에 학생의 부모님께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겉으로 보면, 학교 건물도 공장 같고, 선생님들도 얼떨떨해 보이지만 막상 위기의 상황이 발생하면 민첩하게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사람들이다. 

평소에 안전과 위생을 강조하며 훈련을 해 오는 것이 바로 '미국의 힘' 인 것 같다.  

요즘 같은 난세에 위기 관리 능력은 한 수 배워가야 겠다.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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