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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예전에 한국에서 알고 지내던 지구인이 우리집을 방문하였다. 

그이는 현재 미국 동부에 살고 있는데, 투산에 새로운 직장에 인터뷰를 하러 이곳에 왔다고 한다.  

그이의 직업은 의사. 한국에서도 의사였지만 지금 미국에서도 의사이다.  

오랜만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미국 의사와 한국 의사의 차이점을 물어 보았다. 

내심 한국 의사들이 휠씬 의술이 뛰어나고 섬세하다는 답을 듣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가장 큰 차이는 직업 윤리가 있느냐 없느냐라고 한다. 

어떤 치료를 할 때, 이 치료가 환자에게 미치는 부작용이 이득보다 클 경우에는 절대 치료를 해서는 안된다는 개념이 있느냐 없느냐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의사의 경우 MRI나 CT 촬영 등이 이 환자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만 그것을 권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첫째를 임신 했을 때는 한국에서 갖가지 검사를 다 했던 기억이 나는데, 미국에서 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별다른 검사 없이 출산을 했던 기억이 났다. 

의사 양성 과정에 있어서도 미국의 경우, 일반 사회 경험을 하거나 학부에서 다른 전공을 하다가 의료계에 들어 온 사람들이 의사가 되는 경우가 많아 의사결정에 있어 좀 더 폭넓은 생각과 의견을 제시하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의대에 들어와 몇 년간 공부만 하다가 의사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다양한 사회적 경험이 부족한 의사들이 많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미국 의대에서는 교과 과정 속에 직업 윤리에 관한 내용이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미국 의료계에서는 윤리적인 부분이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어진다고 한다.       

지구인의 설명을 듣고 보니, 공감이 되었다.  

특수교육을 공부하면서 또한 현재 학교에서 일하면서 그동안은 미쳐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들이 미국에서는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수 교육 석사 과정을 공부할 때, 직업 윤리에 대해 따로 한 과목으로 공부하였으며, 상당히 어려운 과목이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이 과목의 과제를 하다가 너무 힘들어 한번 울었던 기억이 난다.  

유치원 교사, 일반 교사, 특수교사, 상담사 마다 윤리강령이 따로 있고, 

특히 정신과 계통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윤리 강령은 상당히 엄격하고 많았다.  

그런데 한국에서 초등교육으로 석사 과정을 공부할 때는 "윤리"와 관련된 과목이 없었다. 

미국에서 특수 교사로 학교에 취직이 되었을 때 공무원 윤리 강령 비슷한 서류에 사인을 했던 것이 기억났는데, 나름 엄격하고 복잡하여 깜짝 놀랐던 일이 떠올랐다.       

한국과 가장 큰 차이는 개인정보 및 비밀유지에 관한 내용이다.  

한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하루는 한의원을 방문하여 접수를 하고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접수표를 점검하던 간호사 언니가 갑자기 큰 소리로, "이 아무개 환자님,  예전에 간염 앓으신 적 있으세요? B형 간염 말이예요?"하고 외쳤다. 

순간 대기실에 있던 환자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이 아무개가 누구일까 궁금 해 했다. 

이 아무개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큰 소리로 "아니요!"하고 앉은 자리에서 답을 하였다.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학교 행사에 와서 학생들 사진을 찍어서 카톡이나 밴드에 올리는 일들이 심심치 않게 있었다. 

뿐만 아니라 어떤 극성 학부모는 선생님 책상에 놓여있던 반배정표를 사진으로 찍어 학급 카톡에 올렸던 사건도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개인 신상에 대한 정보는 극히 조심스럽게 다루어지고 있다. 

병원에서 검사 결과를 알려 줄 때에도 본인에게만 알려주어야 하는지 아니면 가족들에게 전달해도 되는지까지 구분해서 일을 처리한다. 

학교에서 교사 조차도 원칙적으로는 학생들의 사진을 마음대로 찍지 못하게 되어 있다. 

심지어 학부모가 와서 수업을 하는데도 학부모 얼굴만 나오고 학생들은 모두 뒤통수만 나오도록 하여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았다.  

문제 학생에 대해 의논하거나 이메일을 보낼 때도 가급적이면 이니셜을 쓰고, 이름 전체를 적지 않는다.  

사적으로 이야기 할 때도 '그 친구', '갑돌이' 등으로 별명이나 대명사로 언급을 한다. 

아무리 담임 교사라도 누가 무료 급식 대상자인지 알지 못한다.  

개인 정보에 대해 엄격하게 다루다 보니, 불필요한 조사나 정보 요구도 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학부모의 직업이나 나이, 부모님의 이혼 유무, 집의 거주 형태, 재산 정도등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동방예의지국이요, 반만년 역사를 지닌 한국이 왠지 500년 남짓 역사의 미국에게 윤리와 철학이 밀리는 것 같아 속상할 때가 있다. 

요즘 어떤 나라가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에 대해 진실을 감추었다고 사람들이 분개하고 있다. 

이것은 윤리의 문제인가?  

의사, 교사, 정치인들이 각자 자기들 직업 윤리를 잘 따르고 있다면, 전염병이 창궐한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불안해 하며 속상해 하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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