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을 환영합니다.
AZ 포스트::독자투고
조회 수 15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new11.jpg

 

 

엄마, 어떻게 지내요?  

외숙모에게 전화를 하고 있는데 막내 아들이 전화를 한다.

너무 바쁘고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내쪽에서는 전화도 못하는데 그쪽에서 전화를 해주니 얼마나 반가운가!

얼른 받았더니 고작 한다는 이야기가"혹시 우한 폐렴이 걸리면 벤틸레이터를 연결 안 하는게 어떠냐?"는 이야기다.

엉? 누구? 아, 우리들?........ 

"물론 안 해야지. 나는 언제든지 갈 준비가 다 되었어. 더 살고 싶은 생각 하나도 없다. 병원에도 안 갈란다. 남에게 옮겨주러 병원에 가냐?" 

"아빠는? 아빠도 같은 생각인지?" 

"그럼 그렇고 말고"

아들 이야기는 아빠는 거의 80 가까이 살아서 그래도 괜찮은데 엄마는 이제 막 70 지났으니 좀 너무 이른 것 같다고 하는 것이었다.

야, 속으로 니 아빠가 나보다 건강해서 나보다 더 늦게까지 살까 걱정이다, 했지만.

요즈음 하도 늙은 사람들이 응급실에 많이 오니 부모 생각이 났나 보다.

오늘도 92살 먹은 노인, 87살 먹은 할머니가 응급실로 실려 왔는데 가족들이 제발 살려만 달라고 애걸복걸 부르짖더란다.

살아나봐야 얼마나 고통스럽기만 할텐데..

자기가 권고 했단다. 

그냥 가시게 내버려 두자고.

회복되어 산다해도 폐가 많이 손상을 입어서 고통스럽고 자주 폐렴에 걸릴 확율이 많아지며..등등 삶의 질이 팍 떨어질텐데 억지로 수명 연장하여 살게 만들 이유가 없다. 

특히나 CPR을 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본다는 현실적인 소견. 

아무리 이야기 해줘도 가족들은 막무가내로 우기더란다.

아들은 마지노선은 한 이틀간만 벤틸레이션 걸어보고 살아나면 다행, 그 안에 CPR을 할 상황이면 하지않고 그냥 가라는 것이다. 

100프로 동감했다. 

나는 한술 더 떠서 "얘, 우리들 중 누가 아프더라도 와보지도 말고 그냥 죽으면 화장 한 다음 한달이나 있다가 와서 처리할 것 처리 해라."라고 거들었다.

실은 벌써 오래전에 한번 이런 이야기를 거침없이 해대서 아빠는 겉으로야 "그래 그래" 했지만 좀 기분이 나빴더란다.

정작 아프면 말할 것이지, 이놈이 뭔 짓이냐 싶더란다. 

고려장 당하듯 속으로 슬프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는 마음.

당연한 말이라고 수긍이 가더라도 한편으로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을 막을 수가 없더라고.

나도 그런 기분이 아주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애써 직업상 하도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보니까 그럴테지..

이해해 주기로 한다.

사실 우한 폐렴은 전염성이 강해서 공연히 식구들이 나 때문에 아프면 어쩔것인가!

식구들도 못 와보고 장례식도 못하게 되는 이런 이상한 사태에는 어찌하든지! 절대로! 걸리면 안되겠다는 결심을 확고히 다시 해본다.

이번엔 죽지 말자, 자나깨나 우한 폐렴 조심하자!

나 죽는 것이야 괜찮고 혹 둘이 함께 죽게 되면 더 좋을시고, 정말 나쁘지 않을 듯한데 다만 우리들 돌보거나 시신 치우느라 가까운 누군가에게 바이러스를 전염하게 되면 어찌할꼬 말이다.

그런데 혹 이번에 피해간다 하더라도 우한 폐렴 때문에 언젠가 닥칠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다. 

맨날 뒤로 미뤄두었던 마지막 절차, 사전 의료지시(Advance Directives)를 해 놓기로 한다. 

한편 아들이 전화로 이런 말 하는 것 조차 고맙다.

너무나 바쁘고 힘든 가운데 그동안에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자기자신과 자기 가족을 보호하려는 걱정 두려움 속에 우리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았는데 어느정도 나름 익숙해 지고 여유가 생겼달까? 

엊그제 동료의사 커티스가 회복하여 ICU에서 퇴원한 후 힘을 얻은 것 같아 감사하다. 

그가 못 일어나고 죽었으면 어찌 되었을까? 

모두들 사기가 떨어지고 응급실 동료들과 함께 절망감으로 많이 힘들어 했을텐데...

그래서 기도꾼들 동원하여 많이 기도하였는데, 그의 회복이 얼마나 고마운 소식이었는지 모른다. 

두 주 동안 먹은 비타민 씨가 피곤을 좀 씻어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ㅎㅎ

아무 것도 도울 수가 없는 나,

우한 폐렴의 위협이 '주님의 보호막' 때문에 가까이 못 가도록, 아들이 절대로, 절대로 걸리지 않도록 날마다 기도할 뿐이다.

꼬맹이들 세명과 며느리, 온가족을 위하여! 

응급실 동료들을 위하여! 

미국을 위하여!

(2020년 4월)

?

  1. 06May
    by
    2020/05/06

    [추억의 조각] 아버지의 배반 1 -이인선

  2. 28Apr
    by admin
    2020/04/28

    [추억의 조각] 아들에게서 온 전화 -이인선

  3. 21Apr
    by
    2020/04/21

    [추억의 조각] 코로나 바이러스 테스트는 어디에서? -이인선

  4. 14Apr
    by
    2020/04/14

    [추억의 조각] 윤여태씨를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잃으며 -이인선

  5. 09Apr
    by
    2020/04/09

    [추억의 조각] 당신은 여자 의사입니까? -이인선

  6. 04Apr
    by
    2020/04/04

    [추억의 조각] 의사 애인을 총으로 쏜 간호사 -이인선

  7. 24Mar
    by
    2020/03/24

    [추억의 조각] 피부 가까이 느끼는 우한 폐렴 사태 -이인선

  8. 04Mar
    by
    2020/03/04

    [추억의 조각] 어느 여인의 죽음 -이인선

  9. 25Feb
    by
    2020/02/25

    [추억의 조각] 피닉스에 처음 있던 일/ 출판 기념회를 끝내고 -이인선

  10. [추억의 조각] 에필로그/ 피닉스의 작은 샘 -이인선

  11. 12Feb
    by
    2020/02/12

    [추억의 조각] 한국 남편 vs 미국 남편 -이인선

  12. 04Feb
    by
    2020/02/04

    [추억의 조각] 구정 설날의 추억 -이인선

  13. [독자투고] 주사파가 집권한 대한민국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14. 26Jan
    by
    2020/01/26

    [독자투고] Fact Check 하기에 바쁜 세상 -Ike Paik

  15. 23Jan
    by
    2020/01/23

    [추억의 조각] 새해 첫날의 손님들 -이인선

  16. 21Jan
    by
    2020/01/21

    [독자투고] "날은 날에게 말하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전하니"

  17. 18Jan
    by
    2020/01/18

    [독자투고] 침묵하는 자유 국민 여러분, 나라를 구해주세요!!

  18. 05Jan
    by
    2020/01/05

    [추억의 조각] 2019년 대미를 웃음으로 장식한 것 -이인선

  19. 31Dec
    by
    2019/12/31

    [추억의 조각] 성탄절 이브에 만난 친구/친구야 힘내! -이인선

  20. [독자투고] 아리조나 애국시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교회에서 구국집회를 하는 이유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