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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TV , 인터넷 할 것 없이 온갖 매체에서 온통 실직자 소식이다.  

집 안에서 갇혀 지내는 것도 우울한데,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은 듣는 이들을 더욱 슬프게 한다.  

재택 근무로 짜증이 나고 힘이 들지만 직업을 잃거나 가게 문을 닫아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마음을 잡곤 한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교사'라는 직업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가늘고 오래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한국에서 택시를 탔을 때의 일이다. 

운전 기사 아저씨께 "00 초등학교 앞으로 가 주세요."라고 목적지를 이야기 하니, 아저씨가 대뜸, "선생님이슈?" 하고 물었다.  

그렇다고 답을 하니 아저씨는 그 때부터 교직은 철밥통이니 짤릴 걱정 없어서 엄청 좋겠다느니 칭찬인지 욕인지 알 수 없은 말씀을 잔뜩 늘어 놓으셨다. 

그때는 '철밥통'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지만 나중에야 이 말은 전혀 깨질 걱정 없는 영원한 밥값하는 직업이라는 뜻인 것을 알았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 보니, 미국에서 '철밥통'이란 아주 드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직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달에 있었던 일이다. 

교장 선생님께서 다음 신학기에 계속 이 학교에서 일을 할지 아니면 아닐지를 알려 달라고 모든 교직원에게 요청하였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부터 교사, 보조 교사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거취를 알리는 메일을 교장 선생님께 제출하였다.  

눈치 없는 나는 함께 일하는 선생님께 내년에 어쩔 계획이냐고 물어 보았다. 

그런데, 날아오는 답은 의외였다. 

학기말 이야말로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변화 무쌍하므로 서로 묻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이었다. 

계속 한 직장에서 일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나에게는 충격적인 답이었다. 

요즘 나는 동료 선생님의 답 이야말로 가장 지혜로운 충고였다는 것을 깊이 깨닫고 있다.   

학생들의 전학이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의 경우, 해마다 학급수가 줄거나 느는 경우가 잦아서 그때마다 교사 수를 늘리거나 줄이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치원 신입생이나 전학생의 수가 늘어서 반을 늘려야 하는 경우는 교사를 더 채용하고, 파트 타임으로 일하던 선생님들을 풀타임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교사를 내보내거나 풀타임으로 일하던 사람들을 파트 타임으로 전환해야 하는 마음 아픈 일이 흔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학급 수가 줄어들면 우선 담임 교사를 맡고 있는 선생님 중에 줄어든 학급 수만큼 학교를 나가야 하고, 학생수가 줄어드니 보조 교사의 수도 줄어들고, 상담교사, 언어 치료사, 작업 치료사, ESL 교사들도 근무 시간에 영향을 받게 된다. 

특수 교사도 예외일 수는 없다. 

전체적인 학생수가 줄어서 특수교육을 받게 되는 학생수도 덩달아 줄어들게 되면 갑자기 풀타임에서 하프 타임으로 전환되거나 아니면 학교 2군데를 순회하며 가르치라는 식으로 근무 배치를 받게 된다.    

개인적인 상황이 아니라 학생수의 감소로 교사를 내보내야 할 경우에는 여러가지 기준으로 나가야 할 교사를 정하게 된다. 

먼저는 신청을 받는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옮기고 싶어하거나 아니면 교육청 내에서 집과 가까운 학교로 발령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 자원을 하면 교육청 사람들과 교장 선생님과 함께 여러가지 조건을 협상하여 서로 뜻이 맞으면 학교를 옮겨 가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제일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런 자원자가 없으면 근무 연수, 교사 평가 점수 등을 고려하여 1순위, 2순위 등으로 대상자를 정하는 것 같다. 

학교마다 그 규칙과 기준이 교장 선생님에 따라 차이가 있는 듯 하다.  

이렇게 학교를 나가더라도 교육청 내의 다른 학교에 자리가 있으면 그곳으로 발령을 내 준다. 

그런데 자리가 없다면 그러한 배려가 가능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은 교사 모두가 해마다 채용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한국처럼 한번 발령을 받으면 해마다 재계약 없이 계속해서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해마다 새로 계약서를 써야 한다. 

그래서 학교에서 재계약 요청을 하지 않으면 나가야 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그렇기에 학생수에 따라 유연하게 학교 규모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교사가 유리밥통 까지는 아니더라도 플라스틱 밥통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최근에 한국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친구를 통해 들은 말이다. 

공립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은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보너스를 받지 못할 수도 있고, 사립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학비를 걷지 못한 학교 사정으로, 월급을 받지 못할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한국에서도 철밥통 신화는 깨어지고 있다. 

이제, 철밥통의 시대는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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