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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력이 좋지 않아 보청기를 사용해야 하지만, 보청기를 끼면 소리만 크게 들릴 뿐 이상하게 사람 말소리는 잘 못알아듣겠다고 하면서 보청기를 잘 안 끼는 어르신을 본 적이 있는가? 이러한 현상을 이상히 여기지 말라.  

보청기를 끼고 사람 목소리를 알아듣기 위해서는 상당한 적응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인간의 뇌에는 여러 소리 중 사람의 목소리와 다른 소리를 구별해서 인식하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보청기를 끼게 되면 과학적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러한 구별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 목소리를 구별해 내기 위해 적응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필자가 예전에 맡았던 학생 중, 청력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유치원 때 가서야 발견해 보청기를 유치원때부터 낀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의 엄마는 아이가 집에서는 형제들과 손뻑 치며 잘 놀기에 유치원을 다니기 전에는 청력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 학생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학업을 매우 힘들어 했다. 왜냐하면 보청기를 낀지 2-3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서 사람 말소리를 잘 알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유치원부터 2-3년간은 보청기를 꼈지만 선생님의 설명이나 친구들의 말소리를 청력이 아닌 입모양이나 글자를 보고 어렴풋이 이해하는 정도였던 것이다.

난독증이라고 들어 보았는가?  

간단히 말해 책을 잘 읽지 못하고, 읽더라도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말한다. 

난독증은 학습장애(Specific Learning Disability)에 속하는 장애이다. 

그래서 난독증이 있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학습장애'라는 장애명으로 특수교육 서비스를 받게 된다.  

난독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난독증이 "보기" 보다는 "듣기"의 문제로 생기기도 하는 장애라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이다.

"읽기 프로그램" 교사 교육에 가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이었다. 

난독증은 청력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소리를 들을 때 발음을 정확하게 구별해서 듣지 못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즉 들은 소리를 뇌에서 처리하는데 뭔가 오류가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CAT"라는 단어를 듣게 되면 보통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C", "A"와 "T" 소리를 구별해서 듣게 된다. 이것을 음운 인식이라고 한다. 

또 글자를 배우면서 "크"라는 발음은 "C"나 "K"라는 글자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래서 종이에서 'C'나 'K'를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관련된 발음이 떠오르게 되고, 반대로 어떤 발음을 듣게 되면 그와 관련된 문자가 머릿속에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난독증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우선 단어나 문장을 들을 때, 각 단어를 이루고 있는 자음과 모음의 소리들을 구분해서 인식하지 못하므로 자음과 모음을 나타내는 글자를 연결 짓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글자를 봐도 이 글자가 나타내는 소리를 생각해 내지 못하게 되고, 글자가 코드처럼 해석할 수 있는 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림같이 보여지는 것이다.  

난독증을 지닌 학생들의 경우, 단어 자체를 그림처럼 암기하여 쉬운 책을 읽기도 한다. 그런데, 책의 수준이 조금만 높아지면 단어 모양을 보고 대충 외워 둔 단어들이 아닌, 길고 어려운 단어들을 읽을 길이 없어져 모양이 비슷한 다른 단어로 은근 슬쩍 바꿔서 읽거나 모르는 단어를 빼고 아는 단어만을 읽어 버리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또 알고 있는 단어 모양들을 이리저리 짜 맞추어 단어를 읽어 내느라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즉 단어를 소리 내어 읽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들다보니 지문의 내용은 다 까먹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게 된다.    

난독증을 치료하는 방법도 매우 흥미로왔다. 

학생에게 알파벳 글자가 하나씩 적힌 카드를 차례로 보여 주면서, 카드를 치우고는 눈을 감고 머릿속에 글자와 소리를 떠올리는 훈련을 계속 시킨다. 

예전에도 말했다시피, '학습장애'를 지닌 학생들의 공통점은 '머릿속에 떠올리기' 즉 '상상의 나래 펼치기'가 잘 안 된다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학생들이 어떤 소리를 들었을 때, 그 소리에 해당하는 알파벳 글자가 머리에 떠오르도록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되어야지만 글자를 보고서 여기에 해당하는 소리가 생각나게 되고, 소리의 조합들이 빨리 이루어져 마침내 단어를 읽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훈련을 거쳐 학생들이 어느 정도 책을  소리내어 읽게 되면, 글의 한 단락을 읽고 그 내용을 머릿속에 상상해 보는 훈련도 시킨다.

이 훈련법을 전수하는 강사는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를 책 읽기 전에 보는 것을 안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일단 영화를 보게 되면, 책을 읽을 때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난독증에 대해 알아가기 전까지 '듣기'가 이렇게 중요한 것인지 전혀 몰랐다. 

'보기'가 '듣기'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특수 교육을 공부하다보니, '듣기'가 '보기'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또한 듣고 있다고 해서 다 이해하는 것은 아니고 성경에 나온 것처럼 "들을 귀"가 있어야 들은 내용이 머릿속에 입력이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듣는다"는 것은 씨앗을 머릿속에 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들은 것이 있어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언어 발달과 교육에서는 말이다.  

아름다운 말, 노래 그리고 좋은 목소리를 많이 들어야 겠다. 그래야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램에서 말이다.

 

 

네이버 블로그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 운영중.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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