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응급실로 들어가니 여러날 후에나 퇴원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느낄만큼 중한 수술 세 건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주일 예배는? 그게 처음부터 조바심치는 걱정이었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주일 성수는 나의 평생 모토였고, 나의 어머니께서 근근히 사시던 82년의 긴 세월을 하직할 때도 꼭 두주만 주일 참석을 못하신 것을 보고 더욱 소원을 굳혔던 것이었어요. 50여년 믿는 동안 거의 99프로 가능했었던 같아요. 그래요, 이번에도 주님께서 불가능을 가능케 해 주셨답니다.
30분 늦었지만, 다행히 마스크로 초라하고 냄새나는 모습을 대강 변장했지만, 교회 정식 예배에 안 빠지고 참석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제겐 특별히 의미있는 일이었습니다. 요즈음 같이 온라인 예배가 동시에 드려지는 때에 무얼 그리 그러느냐 할 일인지도 모르지만 어디 그게 같나요? 저는 마음에 소원을 두고 행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이런 식으로 사는 것이 아주 즐겁습니다. 되어가는 대로, 바람부는 대로 살지 않고, 주님이 더 좋아하실 것 같은 삶을 사는 것을 말이죠.
목사님의 정성스런 말씀을 들으며 예배당에 앉아 있는 큰 행복! 그런데 예배가 다 끝나자 목사님께서는 잠시 자리에 앉으셨다가 다시 단에 나가시더니 저를 일으켜 세우시고 모두에게 안수하는 심정으로 기도의 두손을 뻗으라 하셨죠. 그 자리 백 사십여명의 성도들이 저를 향한 사랑의 손짓은 감동의 명 장면이었습니다. 영원히 잊을수 없는! 그리고 목사님은 기도를 큰 소리로 선포하셨습니다. "이 권사를 괴롭히는 병마는 천지의 주인 되신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떠나갈 지어다. 모든 질병은 고침을 받을 지어다..."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고 내 눈에선 눈물이 빗물처럼 고여서 손으로 훔쳐내느라 혼이 났습니다. 간절히 기도하시던 목사님과 성도들의 합심 때문에 재발한 암병이 조만간 못 견디고 떠나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날 예배 후 함께 불렀던 노래... "선한 능력으로 우릴 감싸시니 믿음으로 일어날 일 기대하네..." 본회퍼 노래의 여운이 계속 남은 특별한 예배의 영광을 기억하며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 봅니다.
1. 응급실에 들어간 날, 여러 의사들과 이야기를 나눈 아들은 내게 비관적인 견해를 이야기 해줬습니다. 이 아이는 의사가 너무 낙관적인 소견을 예견하는 것보다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치료하는 것이 차라리 안전하다는 평소의 소신이 있는데 그것이 좋은 점이 있다고 느끼면서도 겁나거나 화가 나게 만들기도 합니다. "엄마, 아마도 엄마의 신장이 망가졌을 수 있고, 그렇다면 평생 투석하며 살아야할 지 몰라... 다리 부은 것은 다른 수가 없어. 그냥 견뎌야 할꺼야." 세상에, 며칠동안 음식도 안 넘어가고 물도 못마신 끝에 거의 4갤론의 소변을 카테타로 뽑아 놓으니 모두들 기절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결론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석달 전부터 이미 신장이 물에 퉁퉁 불어 있었으니까요. 지난 석달 동안 오른쪽 다리의 부종 때문에 요로관에 스텐트를 끼어 넣었었어요. 그런데 점점 이상하게 질질새며 여러가지 어려움을 끼치더니 마침내 한방울도 안 나오기를 이틀동안. 한 걸음도 걸을수 없게 된 것이 목요일 아침이었습니다. 그래도 하루를 더 집에서 딩굴다가 금요일날 들어간 것은 전문의가 하도 바쁘고 유명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여러분, 자기 몸이 말하는 것을 잘 들어야하는 겁니다. 조금 이상한 것은 많이 이상한 것이거든요. 의사가 더 중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루만 더 일찍 갔어도 훨씬 덜 힘들었을 것입니다. 다리부종이 통증을 수반하며 잘 나아지지 않아서 각오가 많이 된 일이라도 신장투석은 참으로 끔찍한 이야기였습니다. 재발한 암과의 투병만도 벅찬데 신장투석까지? 포기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동생들은 언니가 다 죽게되었다고 멀리서 온다고 난리를 치고... 내 친구 고모는 이 소식을 듣고 "주님 한 가지만 하게 해주세요"라고 눈물로 기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그 기도를 들어 주셨다고 걱정말라고 내게 귀뜸해 주었습니다. 결과는 어찌 되었을까요? 포타씨움 수치가 점차 정상이 되어 신장 의사와 추후 만날 필요 조차 없어졌어요! 갑자기 신장까지 의식하며 음식 조심을 해야한다니 아득하던 일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니 얼마나 위안가 되고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어요.
2. 아들은 한가지 더 심각한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다리에 혈전이 생겼는데 그 혈전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고 퇴원을 하면 언제라도 심장마비나 뇌졸증이 걸릴 수 있으므로 혈전방지 필터를 끼어넣는 수술을 하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그이들은 너무 특별한 과라서 주말에는 일 하지 않을 것이니 화요일에나 수요일에나 퇴원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토요일 저녁 5시 경이나 되어 있어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아, 이번에는 하나님이 내 소원을 들어주시지 않으시려나 보다... 이렇게 생각이 들었어요. 남편도 좀 더 있다가 나와야지 하며 말렸구요. 마음을 비우고 달랬습니다. 할 수 없지 뭐... 그럴 때도 있겠지.. 주님이 내 맘 아시면 돼...스스로 위로하며 걸어 다녔습니다. 그런데 그때 처음에 내게 친절히 대해주던 의사가 나를 보더니 "그 혈관 의사 아래층에 있어. 너의 수술을 해 주고 갈 것 같아..."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까? "아, 그럼 낼 아침 예배 갈 수 있겠네요?" 그러니 가능하다는 거였어요! 와아! ㅎㅎㅎ 하나님이 그렇게 일하시고 계실줄이야! 즉시 어떤 젊은이가 와서 나를 침상째 들고 내려가 수술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밤 6시반, 마지막 수술로 나를 도와주는 그 천사들! 다만 수술 후 와 보니 그동안에 저녁식사를 가져온 사람이 침대조차 없는 것을 보고 퇴원한 줄로 알고 식사를 두고 가지 않아 밤새 쫄쫄 굶었어요. 그리고 배가 고프니까 얼마나 잠이 안 오던지! 낮에 고모가 죽을 멀태로 끓여왔다고 도로 보낸 것이 얼마나 후회되고 방정맞은 소치였던지 후회하고 회개하고... ㅎㅎㅎ 그러나 주일날 교회가게 된 일이 너무나 기뻤어요. 잠도 안 올 정도로요. 이상하게 잠이 안오니까 다리는 쑥쑥 쑤시고 아픈데 집에서 먹던 독한 통증약은 절대로 안주고... 암튼 누렇게 떠서 하루밤 지내고 6시에 일어나 병원 복도를 걷고 또 걸었죠. 못 걸으면 못 나가게 할까봐서지요. ㅎㅎㅎ 찬양이 입에 가득하여 마스크 옆으로 새어 나갔습니다. "네 목소리 참 예쁘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죠. ㅎㅎ 주일 아침 8시 넘어서 전화 한통이 왔어요. 메디케어에서 왔다면서 네가 그 많은 수술을 했는데 이틀만 자고 나가는게 혹시라도 메디케어 환자라고 차별 받는 것이 아니냐? 신고할 수 있다나요? ㅎㅎㅎ 제가 그랬지요. "아니요. 내가 교회 예배 가고 싶어서 원한 바에요.". 라고. 그랬더니 두 말도 안하고 끊더라구요. 내가 빨리 나가려고 방귀도 열심히 뀌고, 일부러 병원복도도 열심히 걸으니까 보내주는 것이지 호락호락 환자 놔 줄 병원이 어디 있어요? 안 그래요?ㅎㅎㅎ
3. 어쨋든지 제 몸이 기적적으로 나아서 우리 아들의 고약한 예견들이 다 빗나가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애도 의사 소견만 냉정히 이야기하는 냉혈의사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기적과 자생능력, 치유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 믿음의 의사가 되기 위해서라도 제가 꼭 다 고침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 될 줄 믿고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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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병원에서 일어난 이야기로 나는 우리 마음에 소원을 두고 행하시는 하나님은 그 나라와 의를 위해 마음을 쓰면 그 뜻대로 이루시기를 기뻐하시는 하나님이시며 "살아 계신 하나님"이심을 새삼 확인하였지요. 그리고 그날부터 아무리 통증에 힘들더라도 나의 얼굴에는 웃음 꽃이 만발하고 있답니다. 밤에 자주 깨어 일어나서도 얼마나 재미있고 행복하고 즐거운지, 깔깔 웃고 또 웃으며 지나고 있답니다. 주님은 유머가 가득하신 분이시고, 그런 주님을 가까이 하는 것이 얼마나 복된 일인지요! 온 마음을 다해 소리 높혀 외치며 "할렐루야"로 그분을 기립니다.
주님 홀로 영광 받으소서. 아멘. 아멘!
(2020년 9월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