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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으면 추수감사절.  

오늘 아침 나는 하루를 감사로 시작하리라 굳게 마음 먹었다. 

비록 몸과 마음은 거듭되는 온라인 수업과 학생지도로 지치고 피곤했지만 요즘 같이 혼란스럽고 걱정이 많은 때에 COVID-19에 걸리지도 않았고 일할 터전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출근을 하였다.  

사실 요즘 학교 분위기는 아주 무겁고 침울하다. 

어쩌면 또다시 학교의 대면 수업을 멈추고 전교생이 비대면 수업인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할지도 모른다는 교장 선생님의 발표가 있은 뒤로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며칠 있으면 교육청 관할내의 지역 COVID-19 확진자 수의 증가세와 몇가지 교육청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비대면 수업으로의 전환을 결정할 것이라 한다. 

요즘 추세로 보면 왠지 추수감사절 이후에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될 것만 같다.  

어쨌든 특수반과 지원실 소속의 보조 교사들은 한편으로는 일자리 걱정에 또 한편으로는 건강에 대한 염려 그리고 하던 업무가 달라질까 두려움 반 짜증 반이다. 

그나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보조 선생님들은 양반인 편이다. 

벌써 두, 세 사람의 보조 교사가 학기 중에 뜬금없이 사직서를 날렸고, 이 여파로 몇몇 사람들이 들썩이고 있다.  

몸과 마음이 지친다고 하면서 월차를 내는 선생님들도 있다. 

이렇게 월차를 내게 되면, 요즘같이 대체 교사를 구하기 힘든 때에는 다른 선생님들이 한 두 시간씩 담임 교사가 월차를 낸 학급을 돌아가며 수업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기에 추수감사절이 코 앞 인데도 불구하고 감사가 넘쳐 흐르지는 않는다.

이럼에도 나는 "착해지리라" 마음먹고 오늘 하루 무조건 감사하리라 다짐을 했다. 

그런데 정말 육두문자가 절로 나올 만한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첫 수업, 영어 글쓰기 수업에서 한 학생이 온라인 과제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온라인 프로그램에 접속하여 자기의 생각을 몇 자 입력하는 과제였는데 아마 컴퓨터 기술의 부족으로 글자 입력이 잘 안 되었던 모양이다. 

문제는 곁에서 컴퓨터 접속을 도와주던 엄마가 열을 받고 몹시 화가 난 데서 시작되었다. 

정말 간단한 과제고 접속 및 입력도 손가락 몇 개만 움직이면 되는 것이었는데 평소에도 컴퓨터에 약한 모습을 보이던 그 엄마는 그야말로 분노 폭발을 하게 되었다.  

다른 학생들도 지도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쿨쿨 잠을 자고 있는 학생과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아 있지 못하고 복도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 학생들을 지도하러 잠시 컴퓨터 속의 줌 화면을 떠나 잠꾸러기와 장난꾸러기 학생들을 만나러 복도로 뛰쳐 나갔다.  

이 수업의 총 학생수는 3명이지만 화면 속에 분노를 머금고 숨어 있는 엄마를 포함하여 한 30명을 데리고 수업을 하는 것만큼 에너지가 소비되는 그런 수업이다.     

잠꾸러기와 장난꾸러기는 각각 미스 메리 선생님 그리고 미스 엘리사 선생님 반의 학생이다. 

둘은 각기 다른 반에 있기 때문에 한 장소에서 수업을 받을 수 없다.  

COVID-19의 전염을 막기 위해 다른 반 학생들과 섞이지 못하게 하는 규칙이 있어서 그렇다. 

그래서 한 명은 복도 한쪽 끝에 다른 한 명은 반대쪽에서 줌을 통해 특수교육 글쓰기 수업을 받는다. 

분노폭발 엄마의 자녀는 집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이기에 집에서 나의 수업에 접속 중이었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나는 팔다리가 3개여도 모자랄 지경이다.    

아무튼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오전 수업을 마친 후, 분노폭발 엄마로부터 이메일이 날라왔다. 

아니다 다를까 분노폭발을 가득 담은 메일이었다.  

물론 자신의 부족한 컴퓨터 접속 기술에 대한 언급은 없고 뜬금없이 왜 쿨쿨 자고 있는 잠꾸러기와 수업 내내 마이크를 가지고 시끄러운 잡음을 내고 이리저리 방방 돌아다니는 장난꾸러기는 가만히 내버려두고 단지 껌과 빵을 먹으며 수업을 듣는 내 사랑스러운 아이만 야단을 치느냐는 내용이었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고 잘 설득이 되지 않는 아주 초딩스러운 이메일이라는 생각이 밀려왔다.  

바로 이순간 하마터면 감사 결심은 까마득히 잊혀지고 육두문자가 폭포수처럼 쏟아질 뻔 하였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정신을 가다듬고 초임 교사 그것도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동료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또 감사하게도 동료 교사는 나보다도 더 분노하며 바로 교장 선생님에게 이메일을 전송하였다.  

트리플 감사하게도 교장 선생님은 이 분노 엄마에게 크게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알았다. 미안하다. 교장 선생님과 상의하여 학생들을 온라인 상황에서 어떻게 잘 지도할지 연구해 보겠다"라고 간단히 답변을 하라고 말씀해 주셨다.  

역시 교장 선생님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하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에게 당신의 이야기를 했다라는 암시를 엄마에게 주는 멘트를 알려 주신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했다. 

다음주에 추수감사절이 있어서 이틀 쉬게 되고 분노 엄마와 학생을 덜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추수감사절은 꼭 있어야 되겠다고 말이다. 

 

네이버 블로그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 운영중.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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