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교장 선생님이 드디어 교직원 회의를 소집하였다.
물론 줌으로 진행된 비대면 교직원 회의였다.
교장 선생님은 비장한 얼굴로 앞으로 펼쳐질 일들에 대해 발표를 하였다.
내용인 즉 추수감사절 휴일 이후 월요일부터 비대면 수업 즉 100%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된다.
언제까지 온라인 수업이 진행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겨울방학때까지 쭉 온라인으로 간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월요일부터 이메일 폭탄이 학생들의 부모님에게 발사 될텐데 이번 주말은 푹 쉬고 월요일부터 학생들이 학교에 놓고 다니던 개인 물건과 교과서 등을 챙겨 갈 수 있도록 안내해라, 각 반마다 학교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빌려가야 하는 학생들의 명단을 확인해서 학생들 편에 집으로 노트북을 보내고 저학년 학생들은 학교에서 미리 학생들이 컴퓨터 로그인을 해서 보내도록 하여라 등이었다.
특수교사, 특히 일반반에 속해 있는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나와 동료 선생님은 또 하나의 미션이 주어졌다.
학교가 100%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 되었어도 특수교육 대상자들은 학교에 나와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원래는 특수교육 대상자들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돌봄 교사의 부족으로 3개 반 밖에는 꾸릴 수가 없고 각 반마다 15명 이상은 받을 수 없기에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들 중 우선순위를 정해 등교 학생의 신청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 까다롭기도 하고 힘이 든다.
평소에 특수교육을 받이 받고 있는 학생, 도저히 컴퓨터로는 수업이 안 되고 꼭 사람의 손을 타야 하는 학생들이 우선 순위이다.
그 밖에도 형제가 특수교육 대상자이거나 집에 있으면 100% 방치 상태에 처할 학생들의 경우도 융통성 있게 대상자로 정해진다.
지난 여름, 처음으로 온라인 수업을 했을 때와 비교한다면 그래도 이번에는 지난번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좀더 효과적으로 그리고 부드럽게 온라인 수업을 진행 할 수 있을 것 같다.
학생들은 이미 수백번의 줌 접속과 온라인 수업 경험을 통해 인터넷 세상에 익숙해 져 있고 심지어 2학년 학생들까지도 자유 자재로 학교 통신망에 어렵고 긴 아이디와 비밀 번호를 척척 입력하고는 접속할 수 있게 되었다.
구글 클래스에 올라와 있는 과제를 해서 제출하는 일도 비교적 능숙하게 해 낸다.
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할 때에도 과제는 구글 클래스로 주고 받았기 때문에 온라인 수업상에서 숙제를 해서 내거나 쪽지 시험을 보는 정도는 능숙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선생님들도 그동안 인터넷 베테랑이 된 듯 하다.
줌을 여러가지 기능을 자유 자재로 이용하고 구글 클래스에 올려 놓은 각종 활동들을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백신이 개발되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리지만 도대체 COVID-19으로 인한 자가격리와 온라인 수업 등의 상황은 언제나 달라질지 몰라 마음이 무거워진다.
가장 두려운 것은 학생들이 이러다가 온라인 수업만을 좋아하고 집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부딪히며 몸으로 배우는 것을 거부하는 일이 생기면 어찌하겠는가 하는 것이다.
어떤 학생들 중에는 친구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주변 환경에 주의를 빼앗기지 않아도 되는 온라인 수업을 더 좋아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그동안 여행가방에 학습 도구들을 싣고 이 교실 저 교실 방랑을 하며 가르쳤던 나는 오히려 온라인 수업 전환 발표를 들으니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이제는 그냥 교실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만 수업을 해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줌 수업에 안 들어오거나 줌에 접속을 해서도 딴짓을 일삼는 장난꾸러기들은 더욱 극성이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11월 말부터 또다시 시작되는 온라인 수업.
과연 누가 승자이고 패자일 것인가?
COVID-19의 돌풍이 끝나고 나면 교육계에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변혁이 일어날 것 같다.
교실 서류함 속에 보물처럼 모셔 놓았던 종이 학습지들은 이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고 학교 건물에 중심에 위치하던 도서관은 온라인 도서관에 밀려서 한쪽 구석방으로 쫓겨 날 수도 있을 것이다.
대신 학교 건물 중심에는 미디어 센터나 컴퓨터 방이 자리 잡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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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불안 하더니 또다시 전면 온라인 수업 실시로 학교 방침이 정해졌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지금 당장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추수감사절 휴일 이후부터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한다고 하여 며칠간 학생들을 준비시킬 말미가 생겼다.
그동안 뉴스를 볼때마다 아리조나 주의 COVID-19 확진자 수가 점점 늘어난다고 하는데 학교는 언제 대면수업 금지를 결정할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교장 선생님과 서무과 직원들은 지금 정신없이 바쁘다.
학교에 있는 노트북 컴퓨터의 개수를 파악하여 컴퓨터가 필요한 학생들에게 배분하는 것, 온라인 수업 중에도 부득이한 사정으로 또는 특수교육 대상자라서 학교에 등교 할 수 있는 학생들의 명단을 조사해서 일일이 등교 의사 여부를 확인하는 일, 학교의 학사일정을 조정하는 등등의 일들로 눈 코 뜰 새가 없어 보인다.
나는 개인적으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어 반갑기까지 하다.
그동안 온라인 수업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온전한 대면 수업도 아닌 것이 어정쩡한 수업방식으로 몸과 마음이 상당히 지쳐 있었다.
그런데 온라인 수업으로 100% 전환되면서 그나마 한 가지 수업 방식에 집중할 수 있어서 훨씬 편해지리라 생각된다.
지난 여름에 처음 온라인 수업을 할 때 보다는 많은 부분이 부드럽게 진행 될 듯 하다.
우선 학교의 학급 구성이나 과목 시간표 등이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으로 수시로 왔다 갔다 할 것을 예상하고 짜여 졌기 때문에 온라인 수업으로의 전환이 덜 부담스러워졌다.
학생들 역시 그동안 학교에서도 수학이나 기타 과목을 온라인으로 공부해 왔고, 이미 숙제나 시험 등은 구글 클래스나 줌을 통해 해 왔기 때문에 불편하고 시간은 많이 걸리더라도 대면수업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활동을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가르치는 2학년 학생들 조차도 이제는 스스로 척척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복잡하고 긴 아이디와 비밀 번호를 입력하고는 구글 클래스와 줌을 자유롭게 누비고 있다.
컴맹에 곰손에 가까운 나도 이제는 어느정도 구글 클래스, 줌, 각종 온라인 교육 앱 등에 능숙해 졌다.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
가뜩이나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장난꾸러기들은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가게 되면 통제 불능이 된다.
그나마 온라인 수업에 들어오면 다행이다.
줌으로 진행되는 수업에 들어왔다가 조금이라도 재미가 없다 싶으면 도망가 버리기 일쑤이다.
쫓아갈 수도 없고 어떻게 손을 써 볼 수 없다.
집에 돌봐 줄 사람이 없거나 부모님이 너무 바쁜 학생들의 경우, 제멋대로 수업에 들어왔다 나갔다 해도 옆에서 바로 잡아 줄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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