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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학부모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언제 어디나 존재한다는 것을 요즘 강하게 느끼고 있다. 한국에서 교직 생활을 할 때에도 한 학기에 한 번 정도는 이상한 사람들에게 시달렸다. 미국에 와서는 좀 달라질까 했더니 여기도 마찬가지이다. 이상함에는 인종차별도 없는 모양이다.   

게다가 요즘은 온라인을 통해 대부분의 수업과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새로운 양상의 꼴불견들이 등장하였다.  

첫번째 꼴불견은 "노쇼"이다. 

특수교사인 덕분에 학부모와의 미팅을 많이 한다. 

요즘은 모든 미팅은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지난 달과 이번 달, 학부모와 함께 만나기로 한 IEP(Individual Education Plan, 개별화 교육 계획안) 모임에 벌써 4번이나 바람을 맞았다.  

분노가 머리 꼭대기까지 차오르는 이유는 IEP 모임은 교장선생님, 담임 선생님, 언어치료사, 작업치료사, 학교 심리 상담사 등등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나는 자리인 까닭이다. 약속날짜와 시간을 잡고 모임을 주선하는 것이 특수 교사인 나의 일이기에 학부모가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나타나지 않으면 여러 사람들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고 다시 여러 사람들을 번거롭게 하면서 새로운 날짜와 만남 시간을 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긴다.  

계속 학부모의 "노쇼"가 반복되어 급기야 IEP 작성 기한을 넘기게 되면 사유서를 써야 하고, 교육청에 보고해야 하는 등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두번째 꼴불견은 온라인 수업 무배려이다.  

예를 들면 자녀가 부엌 식탁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는데 옆에서 큰소리로 전화 통화를 한다든지 청소기를 돌린다든지 하는 경우이다.  

음악을 듣거나 자녀가 수업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잠깐 잊고 쓰레기를 버리고 오라고 심부름을 보내기도 한다. 어떤 엄마는 잠옷 차림으로 뒤에서 왔다 갔다 하여 온라인 수업에 참석한 모든 학생들이 엄마의 잠옷 색깔을 기억하게 만든다.  

한술 더 떠서 수업 받고 있는 아이에게 아침을 정찬으로 가져다 주기도 한다. 그러면 그 아이는 우적우적 아침을 먹으며 수업을 듣는다. 온라인 수업이 넷플렉스 시청하기인 줄 착각하는 모양이다.

세번째 꼴불견은 자녀의 수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학생이 아닌 데도 수학 문제를 엄마가 다 풀고, 영어 학습지에 답을 입력을 한다.  

지난 학기에는 자폐증을 가진 특수반 학생이 온라인으로 보는 교육청 수학 평가시험에서 영재아 점수를 받는 우습고도 슬픈 상황도 발생하였다. 놀란 담임 선생님은 동료 특수교사에게 전화를 하였고, 갑자기 지능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기적이 발생했을리는 없기에 시험 볼 때 옆에서 엄마나 아빠가 답을 불러 주거나 강력한 힌트를 주었을 것임이 거의 확실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네번째 꼴불견은 자녀의 온라인 수업을 멀찍이서 아니면 화면에는 안 나오게 교묘히 모습을 감추고는 지켜보다가 다른 학생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잔소리를 하거나 더 나아가서 갑자기 화면에 나와서는 다른 학생을 혼내는 황당한 경우이다.  

동네 놀이터라면 아이들간에 싸움이 일어나거나 다른 학생의 행동이 못마땅하면 직접 가서 어른으로서 한마디 훈계를 할 수 있겠지만, 온라인 수업 상황에서는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며칠 전 나의 온라인 수업에서 발생하였다. 귀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상황이어서 교장 선생님께 고자질을 하였지만 이 꼴불견 학부모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

 지금까지는 미국인 학부모들이 보여 준 꼴불견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경험한 꼴불견도 여기에 뒤지지 않는다. 

온라인이 발달하지 않는 때여서 좀 옛스러운 그리고 한국적인 꼴불견들이다. 

예를 들면,  밤 9시가 넘어서 집으로 학부모가 전화를 하는 경우다. 이유는 자녀를 혼내다 너무나 화가 나서 나에게 전화를 바꿔 줄 테니 대신 혼을 좀 내달라는 것이었다. 내가 그 학부모에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말은 "갑돌이가 엄마를 많이 닮았습니다." 뿐이다.    

또 한 번은 화난 아빠가 교실로 찾아 온 경우이다. 그 아빠는 아들의 얼굴에 손톱으로 철도를 깐 우리 반 학생을 직접 혼내 주려고 직장에 월차를 내고 분노에 찬 얼굴로 왔었다. 그 당시 아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사망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아빠를 간신히 다독여 집으로 돌려 보냈었다. 엄마들은 종종 직접 아이들 싸움이나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찾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아빠가 그러한 액션을 취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어쨌든 이런 경우에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 

만약 엄마나 아빠들이 직접 다른 학생을 혼내는 경우가 발생하면 그 다음은 세계 대전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꼴불견은 학교에서 사진을 가져 오라고 하면 아무 생각없이 민망한 사진을 과감하게 아이들 손에 들려 보내는 경우이다. 

한번은 "아빠 캠프"라는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아빠와 찍은 사진을 가져 오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아빠와 찍은 사진이 많지 않았던 모양인지 속옷 차림에 빙그레 미소 짓고 있는 아빠가 배경으로 들어간 사진을 들고 온 아이가 있었다. 사진을 학교 복도에 게시해야 하는데 이 일을 어찌할까 궁리하다 스티커를 하의 부분에 붙여서 게시 했었던 기억이 난다.    

유비쿼터스(Ubiquitous)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뜻의 라틴어이다. 유니버셜(universal)이란 전 세계적인이란 뜻이다. 이 단어들을 요즘 실감하게 될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 꼴불견들을 제압하고 분연히 일어서서 특수 교육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데 요즘 참 쉽지 않다.

 

네이버 블로그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 운영중.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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