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주가 아우슈비츠에서 사용됐던 치명적인 독가스로 사형을 집행할 계획을 세웠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우슈비츠는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학살하려고 만들었던 강제 수용소다.
1일 영국 가디언을 보면 아리조나 교정당국은 보고 문건을 통해 20년 넘게 사용하지 않았던 가스실을 개조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곳에서 맹독성 가스인 사이안화 수소(hydrogen cyanide)를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는 독극물 물량 부족 문제로 각 주가 다양한 사형 방식을 검토하는 분위기와 맞물린 것이다.
총살을 대안으로 제시한 주도 나와 논란이 인 바 있다.
아리조나는 사형이 합법인 27개 주 중 하나다.
지난 1992년 이후 아리조나주는 30건 이상의 사형을 집행했다.
1970년대 미 전국적으로 사형집행 중지 바람이 불었을 때 아리조나주도 동참했지만 1992년부터 사형제를 다시 도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보도를 조명하면서 "사이안화 수소는 나치가 아우슈비츠와 다른 수용소에서 대량학살을 위해 사용한 치명적인 가스"라며 "아리조나는 이것을 사형수를 살해하는 데 쓰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치는 치클론B라는 이름의 시안화계 화합물을 사용해 100만명 이상을 살해했다.
로버트 던햄 미국 사형정보센터(DPIC) 사무총장은 "2021년에 가스실에서 시안화가스로 사람을 처형하는 게 허용된다고 믿는 아리조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해야 한다"며 "아리조나에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역사를 공부한 사람이 하나도 없는가"라고 우려했다.
당국은 성명에서 "법적으로 부과된 형량의 일부로 사형 집행 절차를 개시하고 합법적인 의무를 수행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또 아리조나법에 따르면 사형수가 적어도 집행 20일 전에 독극물 주입과 독가스 흡입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데버라 덴노 포덤대 법학 교수는 치명적인 가스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연구는 아주 많진 않지만, 가스식 사형 집행은 다른 방식보다 더 오래 걸린다고 밝혔다.
그만큼 사형수가 더 큰 고통에 시달릴 수 있다.
덴노 교수는 "아리조나가 다시 도입하려고 하는 살상 가스가 이 나라에서 시행해온 모든 (사형) 방법 중 가장 섬뜩한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사형수 115명이 있는 아리조나는 과거에도 사이안화물을 이용해 사형을 집행한 사례가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1999년으로, 은행 강도 중 매니저에게 23차례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독일 국적의 월터 라그랑이었다.
당시 목격자가 쓴 글에 따르면 라그랑은 사망하는 데 18분이나 걸렸으며, 수분에 걸쳐 머리와 팔은 경련을 일으켰다.
아리조나주 교정당국은 2014년, 조셉 우드 사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15회나 독극물을 투여하고도 2시간 이상 그가 죽지 않으며 극심한 고통을 느끼다 숨진 것이 문제가 되자 이후 사형집행을 잠정중단했다.
아리조나주는 보다 효과적으로 사형을 집행하기 위해 펜토바비탈이란 약물을 구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자 인도로부터 이를 밀수하려다 연방 당국에 적발돼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