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 봇짐 내린 낯선 고을에서
포탄 파편에 베인 구름의 살점이
방안 듬성듬성 놓인 양재기에 떨어지며
어린 마음
두렵고 아리게 저미던 밤
양쪽 방을 비추이기 위한 듯
벽위에 구멍내고 가운데 걸어둔
40촉 전구알도 숨을 죽이고
하늘의 눈물방울 세고 있던 밤
“언니, 해는 언제 떠?”
새우등 되어 곁에 누운 네 살 위 형에게 속삭이자
“...때 되면 뜨겠지...어서 자.”
열 살 형이 어른처럼 말 하던 밤
다시 또 만나선 안될
아침이 오지 않을것 같던 슬픔이 박제된 밤